'강남역 옥상 연인 살해' 의대생 징역 26년 … "범행 고의·잔혹"

서울 강남역 건물 옥상에서 이별을 요구한 연인을 흉기로 살해한 의대생이 징역 26년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우인성)은 20일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최모(남·25)씨에 대한 선고기일을 열고 이같이 선고했다.

재판부는 "편향적 근거를 토대로 파멸적인 생각을 하는 정신병력으로 인해 극도의 불안감과 절망감에 사로잡힌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피해자는 피고인을 상당히 신뢰했던 것으로 보이나 피고인은 핸드폰을 보고 있던 무방비상태의 피해자를 무참하게 살해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리 흉기를 준비한 점 등에 비춰 보면 피해자를 살해하겠다는 고의는 확정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범행 방법이 잔혹하고 비난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검찰의 전자장치 부착 30년 청구는 기각됐다. 재판부는 "형 집행 종료 후 해당(전자장치 부착 등) 명령을 할 정도로 동종범행을 저지를 개연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피해자 가족들이 엄벌을 탄원하고 있고 범행 방식도 잔혹해 비난가능성이 높다"며 "범행 후 정황 등 증거기록에 나타난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며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서울 소재 의대생인 최씨는 지난 5월7일 오후 5시께 강남역 근처 건물 옥상에서 여자친구 A씨에게 수차례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혐의(살인)를 받는다. 그는 과거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만점을 받고 의대에 진학해 재학 중이었다.

경찰은 '한 남성이 옥상에서 뛰어내리려 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이후 "약이 든 가방을 두고 왔다"는 최씨의 진술을 토대로 현장을 다시 살피다가 숨진 A씨를 발견해 최씨를 긴급 체포했다.

최씨가 범행 2시간 전 경기 화성시의 한 대형마트에서 흉기를 미리 구입하고 A씨를 불러내는 등 미리 범행을 준비한 정황도 경찰은 파악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헤어지자는 말을 듣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씨 측 변호인은 최씨가 불안장애를 겪고 있던 점 등을 언급하며 그에 대한 정신감정을 요청했으나 범행 당시 최씨는 심신장애 상태가 아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지난달 8일 결심 공판에서 최씨에게 사형을 선고하고 전자장치 부착 30년 및 보호관찰도 명령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