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미남' 알랭 들롱 별세 … 마크롱 "프랑스의 기념비적 존재였다" 추모

일평생 '세기의 미남'으로 불렸던 프랑스의 국보급 영화배우 알랭 들롱(Alain Delon)이 88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AFP 통신에 따르면 알랭 들롱의 세 자녀 알랭 파비앙, 아누슈카, 앙토니는 18일(현지시각) "아버지가 투병 끝에 사망했다"며 "아버지의 별세 소식을 발표하게 돼 매우 슬프다. 아버지는 두쉬에 있는 자택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화롭게 세상을 떠났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알랭 들롱의 사망 소식을 접하고 자신의 SNS에 알랭 들롱의 젊은 시절 사진을 올린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알랭 들롱은 스타를 넘어 프랑스의 기념비적 존재였다"며 "전설적인 배역들을 연기하며 전 세계를 꿈을 꾸게 했다. 그의 잊을 수 없는 얼굴은 우리의 삶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추어올렸다.

알랭 들롱의 부고를 최초로 알린 AFP 통신은 "그는 프랑스 최고의 스크린 유혹자였다"고 호평했고, AP 통신은 "도덕적으로 타락한 영웅을 연기하든 로맨틱한 남자 주인공을 연기하든 그의 존재감은 잊을 수 없는 것이었다"고 고인의 영화인생을 반추했다.

알랭 들롱과 동시대를 살며 프랑스 영화계에 화려한 족적을 남긴 여배우 브리지트 바르도(89)는 "알랭 들롱은 그 무엇도, 누구로도 채울 수 없는 거대한 공백을 남겼다"고 애도했다.

영화 '들고양이(1963)'에서 알랭 들롱과 호흡을 맞췄던 이탈리아 여배우 클라우디아 카르디날레(86)는

"탄크레디(알랭 들롱의 극 중 이름)가 별들과 함께 춤을 추러 하늘에 갔다"고 애도를 표했고, 프랑스 영화 제작자 알랭 테르지앙은

라디오 방송을 통해 "프랑스 영화사의 한 페이지가 넘어갔다"고 말했다.

1935년 파리 남부에서 태어난 알랭

들롱은 4살 때 부모가 이혼한 뒤 다른 집으로 입양돼 교도관이었던 양아버지 밑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양아버지가 사망하자 재혼한

모친에게 보내진 들롱은 태도 불량으로 퇴학과 입학을 반복하는 암울한 청소년기를 보냈다.

17세에 프랑스 해군에 자원입대한 들롱은 그곳에서도 '절도'와 '근무지 무단 이탈' 등으로 군 교도소에 수감되는 등 순탄치 못한 삶을 살았다.

4년간의

군 생활을 마치고 파리에서 웨이터, 짐꾼 등으로 일하다 여배우 브리지트 오버와 친분을 쌓게 된 들롱은 오버와 함께

'칸국제영화제' 현장을 방문했는데, 마침 영화제에 참석한 미국 영화제작자 데이비드 셀즈닉의 눈에 띄어 영화계에 입문했다.

하지만 들롱의 데뷔작은 할리우드 영화가 아닌 프랑스 영화였다.

프랑스의 이브 알레그레 감독으로부터 '프랑스에서 경력을 쌓으라'는 충고를 들은 들롱은 셀즈닉과의 계약을 파기한 뒤 알레그레 감독의 영화 '여자가 다가올 때(1957년)'에 출연했다.

이후

'사랑은 오직 한 길', '아가씨 손길을 부드럽게' 등의 로맨스 영화에 출연한 들롱은 1960년 르네 클레망 감독이 연출한

'태양은 가득히'에서 신분 상승 욕망에 사로잡힌 가난한 청년 '리플리'를 연기하면서 스타덤에 올랐다. 이 영화가 크게 히트하면서

훗날 '리플리 증후군(Ripley Syndrom: 스스로 지어낸 거짓말을 믿어버리는 정신 상태)'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나기도 했다.

조각

같은 외모와 대비되는 '퇴폐미'가 일품인 들롱은 주로 느와르 장르에 출연하며 이른바 '프렌치 느와르'의 전성시대를 열었다.

'한밤의 암살자', '시실리안', '암흑가의 두 사람', '암흑가의 세 사람', '볼사리노', '고독한 추적', '조로' 등이

대표작.

평생 90편에 가까운 영화에 출연한 들롱은 1991년 프랑스 정부로부터 레지옹도뇌르 훈장을 받고 △1995년

제45회 베를린국제영화제 명예황금곰상 △2012년 제65회 로카르노영화제 평생공로상 △2017년 트란실바니아 국제영화제

평생공로상 △2019년 칸영화제 명예황금종려상 등을 수상했다.

2019년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부터 투병생활을 해온 들롱은 2021년 언론 인터뷰에서 '안락사'에 찬성하는 의견을 밝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