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윤찬(19)의 앙코르가 끝난 후 관객들은 박수 갈채를 보내며 그를 보내줄 마음이 없음을 강하게 표현했다. 커튼콜 내내 이어진 객석의 환호성은 아이돌 콘서트 현장 못지 않았고, 외국인 관객들은 "크레이지(Crazy)", "브라보(Bravo) 등을 외쳤다. '임윤찬 신드롬'이 지속되고 있는 것을 증명했다.
지난 28일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루체른 심포니 오케스트라 내한공연. 1부 첫 곡 멘델스존의 '한여름밤의 꿈' 서곡 연주가 끝난 후 스타인웨이 피아노가 무대 위 가운데로 옮겨졌다. 이어 리본 타이를 맨 임윤찬이 등장하자 "우와!"하는 함성과 우렁찬 박수가 쏟아졌다.
1806년 창단한 루체른 심포니는 스위스에서 가장 오래된 오케스트라다. 2021~22시즌부터 상임 지휘자를 맡으며 악단을 이끌고 있는 미하엘 잔데를링이 이날 지휘봉을 잡았다. 이번 임윤찬 연주회는 지난해 12월 리사이틀 이후 6개월 만의 한국 공연이자 국내에서 해외 오케스트라와 처음 호흡을 맞추는 무대다.
2036석 규모의 롯데콘서트홀은 어린 아이부터 백발 노인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관객들로 가득 찼다. 객석 곳곳에는 오페라 글라스를 손에 든 관객이 자리했고, 안내견과 함께 온 시각 장애인도 눈에 띄었다. 안내견은 1열 첫 번째 자리에 앉아 공연 시간 내내 한 번도 짖지 않고 조용히 음악을 즐겼다.
임윤찬이 연주한 곡은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0번 D단조. 1785년 작곡된 이 곡은 모차르트가 남긴 피아노 협주곡 27개 작품 중에서 24번과 더불어 단 2개뿐인 단조곡이다. 곡은 어두운 심연의 알레그로로 시작해 따뜻하고 아름다운 2악장 로망스와 화려한 피날레에 이어 경쾌하고 힘찬 D장조의 코다로 마무리된다.
임윤찬은 서정적이면서도 우수 깊은 모차르트의 단조 협주곡을 그만의 독창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선율에 실었다. 그는 무리하지 않고 음악에 담긴 감정의 진폭을 적확하게 보여줬고, 명료함과 유려함·절도가 조화를 이뤘다. 긴장감이 고조되는 3악장에서는 몸이 튀어 오를 정도의 격렬함을 드러냈다.
베토벤의 카덴차를 펼쳐낸 후 오케스트라와 어우러져 당당한 분위기로 곡을 끝맺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카덴차'는 악곡이나 악장의 마지막 부분에서 독주자가 무반주로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뽐내는 연주를 뜻한다. 임윤찬은 고전적인 표현에 무게를 두고 무섭게 달려들었다.
임윤찬은 앙코르곡으로 모차르트의 피아노를 위한 레퀴엠 중 '라크리모사(마지막 진혼곡)'과 드보르자크 '유머레스크'를 들려줬다. 단원들은 흐뭇한 미소로 그의 연주를 바라봤고, 객석은 순식간에 침묵을 지키며 음악에 빠져들었다. 모든 곡을 마치고 박수가 계속 되자 임윤찬은 손으로 '엑스자'를 그리며 서둘러 무대를 떠났다.
루체른 심포니는 2부에서 멘델스존 교향곡 4번 '이탈리아'를 선사했다. 멘델스존이 21세 때 이탈리아 로마를 여행하며 영감을 얻어 쓴 곡이다. 앙코르로는 엘가의 수수께끼 변주곡 중 '님로드', 브람스의 '헝가리무곡 제5번'을 차례로 연주했다. 특히, 잔데를링은 헝가리무곡에서 관객의 박수를 유도하며 밝고 흥겨운 분위기를 이끌었다.
한편, 2022년 미국 밴 클라이번 국제 콩쿠르 최연소 우승 이후 임윤찬의 연주 소식은 연일 화두다. 일본 산토이홀과 영국 런던 위그모어홀에서 독주회로 데뷔했고, 지난 2월과 5월에는 각각 도쿄 필하모닉,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의 협연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재학 중인 그는 올해 가을 뉴잉글랜드음악원으로 편입할 계획이다.
임윤찬과 루체른 심포니는 7월 2일 오후 5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같은 프로그램으로 한 번 더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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