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화(落花)
- 조지훈(趙芝薰)
꽃이 지기로소니
바람을 탓하랴.
주렴 밖에 성긴* 별이
하나 둘 스러지고
귀촉도 울음 뒤에
머언 산이 다가서다.
촛불을 꺼야 하리
꽃이 지는데
꽃 지는 그림자
뜰에 어리어
하이얀 미닫이가
우련* 붉어라.
묻혀서 사는 이의
고운 마음을
아는 이 있을까
저허하노니*
꽃 지는 아침은
울고 싶어라.
* 성긴 : 드문드문한.
* 우련 : 보일 듯 말 듯 은은하게.
* 저허하노니 : 두려워하노니. 마음에 꺼려 하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