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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릭프라이드

고화병(古花甁)

 

                                         - 장서언(張瑞彦)

 

고자기(古磁器) 항아리

눈물처럼 꾸부러진 어깨에

두 팔이 없다.

 

파랗게 얼었다.

늙은 간호부(看護婦)처럼

고적한 항아리

 

우둔(愚鈍)한 입술로

계절에 이그러진 풀을 담뿍 물고

그 속엔 한 오합(五合) 남은 물이

푸른 산골을 꿈꾸고 있다.

 

떨어진 화판(花瓣)*과 함께 깔린

푸른 황혼의 그림자가

거북 타신 모양을 하고

창 넘어 터덜터덜 물러갈 때

다시 한 번 내뿜는

담담(淡淡)한 향기.

 

* 화판(花瓣): 꽃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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