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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담] 유동규 사고, 어디서 본 듯하다

오주한

말 그대로 지극히 개인적 소견 담은 담론

‘사고사로 위장’ 죽은 北 김정남과 리제강

柳 사고도 유사의혹… 李 측 입장 밝혀야

 

<“차량사고 위장해 김정남을 법져버리라”>

 

사고사(事故死) 위장은 누군가를 밀살(密殺)하려 드는 흉악범들이 즐겨 쓰는 수법이다. 국가단위로는 특히 북한에서 주종(主從) 간에 이러한 암살이 자주 발생한다.

 

2012년 국정원 합동심문 과정에서 검거된 북한 공작원 김영수(가명)는 2010년 김정은의 김정남 암살시도 사건을 우리 검찰‧공안당국에 폭로했다. 김영수는 국가안전보위부(현 국가보위성) 공작원으로서 탈북자로 위장해 남한에 들어왔다가 적발됐다.

 

진술에 따르면 김영수는 2010년 6월 중순 중국 지린성(吉林省) 옌지(延吉) 진달래광장에서 보위부 간부와 접선(接線)했다. 간부는 김영수에게 100위안(현 환율 기준 약 1만8000원) 지폐 100장이 들어간 봉투를 건넸다. 또 “싱가포르에 있는 김정남이 중국에 들어와 탈북자들 세를 규합하려 한다. 우리 애들(탈북자) 몽땅 잡아들이고 (김정남을) 법져버리라”고 지시했다. ‘법져버리라’는 죽여버리라는 북한 은어다.

 

간부는 “(김정남이) 해남도(海南岛‧중국 하이난섬)를 거쳐 광저우(廣州)로 올지, 홍콩을 거쳐 베이징(北京)으로 올지 모르니 (암살) 장소는 나중에 알려주겠다. 일단 대기하라”며 사라졌다.

 

김영수는 옌지 시내 숙박업소에 머물며 추가 지시를 기다렸다. 2010년 7월 초 평양으로부터 “(김정남이) 동북3성(東北三省)으로 오지 않을 수 있다. (김정남) 입국시기를 나중에 알려줄 테니 일단 옮기라”는 명령이 하달됐다. 김영수는 랴오닝성(遼寧省) 선양(瀋陽)으로 이동해 서탑거리 및 ‘코리아O박’에서 6일 동안 투숙했다.

 

구체적 테러계획이 전달된 건 그 무렵이었다. 보위부는 “아직 (김정남) 동향이 없으니 현장에서 대기하라. 그 사이에 택시기사를 포섭해 교통사고로 위장할 수 있도록 계획을 세워라. 평소에 술을 잘 안 먹는 40대 한족(漢族), 전과기록이 없고 공안(公安‧중국경찰)에 친척이 있는 운전사를 수배해 활용하라”고 했다. 택시기사가 운전실수로 김정남을 친 걸로 위장하고 해당 기사가 혈연(血緣)으로 공안수사망을 벗어날 수 있도록 하라는 지시였다.

 

2010년 무렵 북한 취재차 옌지에 머물렀던 필자 기억으론 당시 동북3성 평균월급은 옌지 거주 조선족 여성 기준으로 한화(韓貨) 약 20만~40만원 사이였다. 보위부 간부가 건넨 180만원은 동북3성 현지인들에게 있어서 몇 달 치 월급에 달하는 큰 돈이었다.

 

김영수는 조건에 맞는 택시기사를 포섭한 뒤 범행일을 기다렸다. 보위부에겐 “내게 막내동생뻘이 하나 있는데 (내가) 잘못 되면 잘 부탁한다”는 당부도 남겼다. 그러나 김정남이 중국에 입국할 기미조차 없었기에 테러는 미수로 그쳤다. 2011년 초 보위부는 김영수에게 “평양으로 복귀하라”고 명령했다. 여러 경로로 해당 음모를 알아챈 중국 정부는 북한에 비공개 항의하고 재발방지를 요구했다. 또 자국 본토(本土)는 물론 마카오 등 해외에서도 김정남 신변보호에 들어갔다.

 

김정은은 동남아 여성들을 고용해 사고로 위장하면서 2017년 2월 김정남을 기어이 죽여버렸다. 김정은에게 있어서 같은 ‘로열패밀리’인 이복형 김정남은 옥좌(玉座)를 다툴 라이벌이자 자신의 치부(恥部)를 잘 아는 위험한 존재였다. 증언 신뢰성이 100%에 수렴하는 김정남 폭로가 국제사회에 쏟아질 경우 김정은이 안팎에서 받을 타격은 치명적이었다.

 

중국 후진타오(胡錦濤‧호금도) 정부도 김정남 폭탄행보를 방기(放棄)할 가능성 있었다. 후진타오는 시진핑(習近平‧습근평)과 달리 서방세계에 비교적 유연한 인물이었다. 후진타오‧장쩌민(江澤民‧강택민) 등은 선부론(先富論)‧도광양회(韬光养晦)와 같은 덩샤오핑(鄧小平‧등소평) 지침을 충실히 지켰다.

 

때문에 필자가 후진타오 때 동북3성 출장 중 북중(北中) 국경 도문대교(圖們大橋) 찾자 공안이 ‘경호하러’ 따라붙기도 했다. 당시 로라 링(Laura Ling) 등 중국계 미국인 여기자 두 명이 북중 국경에서 납북(拉北)돼 중국엔 비상 걸린 상태였다. 참고로 지금은 어떠한지 모르겠으나 후진타오 때 도문대교는 분필로 선 하나 긋고 “여긴 중국, 여긴 북한” 하는 식이었다.

 

겉보기와 달리 험악한 북중 관계도 중국의 방기 원인이 될 수 있었다.

 

1997년 망명한 고(故) 황장엽 전 조선노동당 비서에 의하면 중국 정부가 틈만 나면 뒷담화한 게 북한 정권, 김정일이 틈만 나면 몰래 욕한 게 중국 정부였다. 허구한 날 핵폭탄급 사고치는 북한의 ‘2000만 거지떼’ 먹여 살리느라 등골 휘어진 후진타오는 혈통세습(血統世襲) 1인 독재 대신 중국식 집단지도체제(集團指導體制)를 북한에 도입코자 했다. 후진타오는 개혁개방파 김정남을 이 프로젝트의 중추적 인물로 기대했다.

 

<오밤 중 도로에서 차에 깔린 黨 실세>

 

‘당 속의 당’ 조선노동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리제강 등도 암살당했다는 게 정설(定說)이다. 조직지도부는 인사(人事)를 담당하는 부서로서 선전선동부와 함께 노동당 중추(中樞)로 기능한다. 리제강은 중앙당‧군사‧전당(全黨) 등 3개 1부부장 중 특히 힘이 막강한 중앙당 담당이었다.

 

그런 리제강은 김정일→김정은 후계구도가 공고해지던 2010년 6월2일 자정 무렵 평양 시내에서 돌연 자동차에 치여 숨졌다. 조선중앙방송은 “리제강 동지가 교통사고를 당해 2일 0시45분 80살을 일기(一期)로 서거했다”고 보도했다.

 

나는 새도 떨어뜨리는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이 수행원도 없이 노구(老軀) 이끌고 새벽자정에 길거리 나섰다가 대낮에도 차량 뜸한 평양 도로에서 차에 부딪혀 죽은 것이었다. 이를 두고 팔십 평생 노동당 실세(實勢)로 군림하며 김정남 못지않게 로열패밀리 치부를 잘 알았을 리제강 입을 영원히 막아 우환(憂患)의 싹을 뽑은 것이라는 추측이 잇따랐다.

 

김일성(본명 김성주) 때부터 당에 몸담은 리제강으로선 손자뻘 김정은을 최고존엄으로 떠받들기 어려웠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김정은의 고모부 장성택은 어린 지도자 앞에서 삐딱하게 앉는 등 노골적으로 불경(不敬) 드러내다 숙청됐다. 김정일도 총비서 등 권좌 물려받은 초기엔 황 전 비서 등 원로(元老)들을 함부로 대하지 못했고 원로 상당수도 젊고 다혈질인 김정일을 못마땅해 했다. 김정일은 황 전 비서를 꼬박꼬박 “황 선생”으로 호칭했다. 황 전 비서는 김정일의 김일성종합대 스승이었다. 황 전 비서는 필자와 매주 서울 모처 안가에서 만날 때마다 김정일을 “그 어린 놈”으로 불렀다.

 

게다가 김정일은 유리 이르세노비치 킴(Yuri Irsenovich Kim)이란 아명(兒名) 가진 소련 출신, 김정은은 김정일의 ‘첩’이자 ‘재일교포’인 고용희(일본명 다카다 히메‧高田姬)의 아들이었다. 순수혈통‧적장자상속(嫡長子相續) 등 선호하는 보수적 원로들에게 이게 좋게 보일 리 없었다.

 

이처럼 사고사 위장은 북한의 전통적 수법이다. 그런데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 5일 오후 8시30분께 경기 의왕 부곡동 봉담과천도시고속화도로 봉담 방향 도로에서 승용차 운전 중 5t 화물차와 부딪히는 사고 겪었다고 한다. 당시 유 전 본부장 차량은 대리기사가 운전했다고 한다. 유 전 본부장은 천우신조(天佑神助)로 생명엔 지장 없었지만 두통‧허리통증 등을 호소하며 병원에 실려 갔다고 한다.

 

사고는 공교롭게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최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지난달 30일 징역 5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法廷拘束)된 직후 일어나 눈길 끌었다. 한 때 이 대표와 주종 관계였던 것으로 알려진 유 전 본부장은 각종 증언으로 김 전 부원장 실형(實刑) 선고에 큰 역할 했다. 이 대표는 마치 차별이라도 하듯 김 전 부원장만 “측근”으로 지칭하면서 영업사원 출신 유 전 본부장은 홀대했다고 한다.

 

경찰은 일단은 우연히 일어난 사고였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사고사 당하려 했던 것 아니냐” 등 추측들이 사라지지 않는 게 사실이다. 그간 이 대표 주변에선 많은 사람이 목숨 잃으면서 “자살 당했나” 등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세상엔 소문이 소문을 부르고 간혹 그 풍문(風聞) 중 일부가 사실로 드러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각계 추측들이 사실이 아니라면 이 대표 측은 적극 입장을 내고 해명해야 한다. ‘북한식 살인교사범’이라는 오명(汚名)까지 쓰지 않으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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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한 前 여의도연구원 미디어소위 부위원장 [email protected]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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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주한
    작성자
    2023.12.06

    본문의 조선족 여성은 우리 한국 쪽 정보원이었습니디. 존경하는 분입니다, 목숨 걸고 일하시는 분. 혹 82년김x영소설스러운 야x 상상하시는 더불어암x당 같은 오해 없으시도록 씁니다.

  • 풀소유

    이재명 관련해서 사람이 여럿 죽으니 우연히? 교통사고가 나도 의심스럽죠.

     

    근데 블랙박스 영상은 단순 사고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