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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냈다.

Getaway

오후 2시. 

어제 잠든시간은 분명 오후 9시였는데, 살아오면서 이렇게까지 깊게 잠든 적이 없었다.

 

매니저는 혹시 내가 큰 병에 걸린 게 아니냐며 걱정했다. 나는 별일이 아니라 했고 그를 돌려보냈다. 내가 일어나고나서 동료들은 나를 동정의 눈빛으로 쳐다봤다. 

 

진짜 아픈 게 있으면 말하라고. 참으면 더 병난다고 진심으로 걱정해주었다. 그 말에 난 왠지 눈물을 쏟아낼 뻔 했으나 겨우 참고 아무일 아니라고, 그냥 정신이 몽롱한 거라고, 괜찮다고 했다. 

 

갑자기 찾아온 두통으로 다시 기절했다가 일어났다를 반복했다.

잦아들 무렵은 오후 7시. 겨우 두통이 멈췄다.

배가 고파서 냉장고에 있는 것은 다 해치웠다. 

핸드폰을 켜 뉴스를 보니 어제 빈소에서 뵜던 꼬마의 부친께서 더 이상 이런일이 일어나선 안된다며 정치권에 법을 만들라 압박하고 계시다는 기사를 보았다.

 

이걸로 세상이 더 나아진다면 좋겠다.

나는 옳은 일을 했고 가족들의 슬픔이 나에게로 나눠졌으며 나의 팬들은 나를 자랑스러워 할 것이다. 자매의 꿈은 나에게로 왔으며 모두의 슬픔은 나의 피로서, 다시 그들의 소망으로서 태어나리라 믿는다.

 

다음날 아침.

나는 소속사에게 업계 은퇴의사를 전달한다.

또한 지금까지 모아놓은 자산 전부를 위약금으로 내놓았고 더 이상 연예계에 발을 들이지 않겠다는 기자회견도 잡아놓았다.

 

기자회견이 끝나고 공식적으로 소속사와의 관계가 모두 청산된 지금.

 

나는 이 나라를 떠나려 한다. 

모두의 슬픔의 상징이 된 나는, 비극의 재료로 쓰인 한 개인은, 희망을 주려 절망을 받아둘인 나는 이제 여기에 없다. 

있어도 선망이 되고자 했던 태양의 영혼은 이미 지고 암울과 연민의 동상이 세워졌다. 

그럼에도 나는 만족한다. 더이상 순수한 영혼이 더럽혀질 일은 없으니까.

 

나는 저 멀리 흥겹게 노는 나의 자매를 따라간다. 그녀의 활기찬 천상의 미소가 나를 구원하리라, 그녀가 울리는 행복의 세레나데가 나를 다시 태어나게 하리라, 그녀의 춤사위가 나를 천사로 거듭나게 하리라. 

 

그렇게 나는 끝났고 사회는 행복을 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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