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AI 딥시크에 대한 금지 조치가 전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딥시크의 AI를 사용할 경우 민감한 데이터가 중국 서버로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불거지면서 해외뿐만 아니라 우리 정부와 민간영역 전반에서도 차단이 시작된 것이다.
4일 행정안전부가 AI 관련 보안 가이드라인을 중앙부처와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에 발송했고, 이에 외교부·국방부·산업통상자원부가 먼저 차단했다. 이튿날에는 환경부와 보건복지부가 차단에 나섰으며 경찰청·통계청·조달청 등도 뒤를 이었다.
같은 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도 보안상 우려를 이유로 답시크 접속을 차단했다. 이어 한국수출입·KB국민·하나·우리은행, IBK·한화투자증권 등 금융기관들도 차단했다. 민감한 정보가 딥시크를 통해 중국에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을 비롯한 공기업과 카카오, LG유플러스 등 민간기업도 딥시크의 업무용 사용을 금지했다.
해외에서는 이탈리아가 딥시크 앱 다운로드를 원천 봉쇄한 것을 비롯해 호주와 대만, 미국 텍사스주가 정부 소유 PC에서, 미 해군은 개인적 이용마저 금지했다.
일본은 정부 차원에서 국민에게 이용 주의를 당부했으며 독일, 영국, 프랑스와 아일랜드도 차단령을 검토 중이다.
딥시크발 안보 이슈가 급부상한 것은 아직 충분한 보안 검증을 거치지 않은 중국산 AI 프로그램에 의해 기밀정보가 부적절하게 유출될 개연성이 많기 때문이다.
지난달 출시된 딥시크의 AI 추론모델은 국내 이용자가 121만명에 이른다. 기존 프로그램들에 못지않은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한 데다 무료여서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국내‧외 전문가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개인정보와 중요 데이터가 중국 정부에 넘어가면서 중국 정부가 '빅브라더' 등극을 노릴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점이다.
'빅브라더'는 영국의 소설가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년'에 나오는 독재자 빅브라더를 따서 만든 것으로, 개인의 정보를 독점해 사회를 통제하는 권력, 또는 그러한 사회 체계를 뜻한다.
실제 딥시크는 사용자 아이디와 인터넷 주소(IP), 위치정보 등 필요한 사항만 수집하는 통상적인 AI와는 다르게 사용자를 특정할 수 있는 키보드 입력 패턴과 리듬까지 자동수집하고 있다.
게다가 약관에 이런 정보수집을 이용자가 거부할 수 있는 '옵트아웃'에 대한 언급은 없다. 챗PGT, 구글 제미나이 등은 이용자가 원치 않으면 AI 학습이나 연구를 위한 대화 데이터 활용을 거부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더군다나 이렇게 모은 정보를 중화인민공화국의 안전한 서버로 옮겨 저장한다고 약관에 명시했다.
문제는 딥시크 측이 수집한 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상업적으로 합리적인 기술적‧관리적‧물리적 보안 조치'를 취한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과거 중국의 해킹과 불법 정보수집 사례로 볼 때 언제 어떻게 활용될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실제 지난해에도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중국 전자상거래 온라인쇼핑 앱의 개인정보 유출 문제가 불거진 바 있다. 딥시크 측은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개인정보 보호정책에 대한 질의'에 아직 답하지 않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중국의 국가정보법, 네트워크안전법, 데이터보안법 등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마음만 먹으면 별 제약 없이 자국 기업이 수집한 외국 정부·기업·개인의 정보나 데이터를 장악할 수 있다. 딥시크가 확보한 이용자 정보도 마찬가지다.
2017년 제정된 중국 국가정보법은 모든 개인과 조직에 대해 국가정보기관의 정보활동에 협력해야 할 의무를 부여했다. 2021년 시행된 중국 데이터보안법은 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이 수집한 정보를 받을 수 있다고 명시했다.
중국 공산당의 지시나 요구에 따라 언제든 정보가 중국 정부에 넘어갈 수 있다는 의미다. '저렴하고 똑똑한' 딥시크가 AI 시장 판도를 바꿀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보안과 안전 문제와 관련해서는 혹평이 나올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딥시크는 안보 분야에서 '차이나 포비아'를 재소환하고 있다.
산업계에서 우려하고 있는 중국산 전기자동차에 대한 것도 마찬가지다. 전기차는 기본적으로 주행 중 수집한 정보와 데이터를 업체 서버로 보내는 '커넥티드카'다. 차주의 동선과 취향, 차량에 설치된 카메라를 통해 수집된 영상과 행인들의 모습까지 중국으로 넘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과거 단순 생산기지에 불과했던 중국은 이제 백도어를 통한 도청·해킹에서 첨단 AI를 통한 무차별 정보 확보에 나섰다. 그 속도와 수준은 더 이상 서구의 엄살로 치부되지 않을 정도다.
지난해 중국 보안업체 내부 직원의 폭로로 중국 정부가 외국 정부와 기업을 상대로 광범위한 해킹 공격을 벌여 온 정황이 드러났다. 미국은 중국산 항만하역용 크레인이 자국 항구에서 '스파이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는 의혹에 따라 통제 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AI 등 첨단기술 공급망 재편 가속화로 테크 냉전이 심화하고 있는 데다 중국뿐만 아니라 북한, 러시아 등까지 가세한 사이버 공격이 하루 수백만건 자행되면서 사이버 보안이 국가 안보의 새로운 급소가 되고 있다.
중국판 챗GPT인 딥시크의 '저렴하고 똑똑'한 점에 놀라고만 있어서는 안 된다. 기술과 데이터 주권은 국가의 안보에도 절대적인 요소가 될 것이다. AI 기술력이 없거나 부족하면 국가 안보가 흔들리는 시대가 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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