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이중적인 '현수막 게시 허용 잣대'가 정치권 전반에 파문이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 의원을 '내란 공범'으로 표현한 지역구 현수막 게시는 허용하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비판하는 현수막 게시는 불가하다고 결정한 것이 공정성을 심대하게 훼손하는 조치라는 것이다.
가뜩이나 '부정선거' 논란과 이에 대한 국민적 의심이 말끔하게 지워지지 않고 있는 판국에 선관위가 이에 기름을 끼얹는 조치를 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 지지층 사이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정국 와중에 선관위가 이재명 대표에 대한 노골적 편들기를 하고 있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22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해당 사안에 대해 "선관위가 이재명 대표를 위해 사전 선거운동을 하는 것 아닌가 판단할 수밖에 없다"며 편파성을 강하게 지적했다.
이어 그는 "아직 탄핵 심판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는데 선관위가 무슨 권한으로 탄핵 심판이 인용돼 조기 대선이 벌어질 것을 전제로 해서 그런 결정을 했는지 다시 한번 중앙선관위에 엄중히 경고하고 재검토할 것을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또 "선관위가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로 유죄판결이 확정돼 출마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상정하지 않았는지 정말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라고 비판했다.나경원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서 "이러니까 선관위가 부정선거 의심을 받는다"며 "탄핵소추에 관한 헌법재판소 결정에 대해 가장 중립적이어야 할 선관위가 탄핵 인용이라는 결과뿐 아니라 민주당 후보는 이재명이라고 기정사실화 하는 가장 편파적 예단을 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윤상현 의원도 전날 페이스북에서 "중앙선관위가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이들을 강하게 처벌할 수 있게 법 개정을 준비하겠다고 한다"며 "법 개정을 주장하기 전 선거 관리의 신뢰를 잃은 것에 대한 자성이 먼저"라고 꼬집었다.
윤 의원은 "중앙선관위는 남을 탓하기 전에 나부터 먼저 돌아보는 '초상지풍'('초상지풍필언'의 줄임말. '바람이 불면 풀은 반드시 쓰러진다'는 뜻)의 자세를 먼저 보여줘야 한다"며 "아니면 '방귀 뀐 놈이 성낸다'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선관위는 국민의힘 한 의원을 '내란 공범'이라 표현한 조국혁신당의 현수막에 대해서는 게시를 허용하면서도, 국민의힘 의원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해 '안된다'고 표현한 현수막은 게시를 불허해 공정성 논란을 일으켰다. 조국혁신당은 지난 11일 부산시 수영구에 해당 지역구 의원을 향해 '내란수괴 윤석열 탄핵 불참 정연욱도 내란공범이다!'라는 문구의 현수막을 걸었다. 정 의원은 해당 게시물에 반발해 '그래도! 이재명은 안됩니다'라는 문구의 현수막을 게시하려 했지만 선관위의 제지로 불발됐다.
선관위는 선거기간이 아닌 평상시에도 사전선거운동을 제한한다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제254조에 따라 해당 현수막들이 특정 후보의 당선과 낙선을 목적으로 하는 내용이라 판단했다는 입장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내란공범'과 '이재명 방탄', '재명아 감방가자', '이재명을 구속하라'와 같은 정치구호는 직접적인 선거 운동으로 보지 않아 제한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정 의원은 선관위의 이런 결정을 두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이현령비현령, 이중잣대 선관위"라고 비판했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는 지적이다.
선관위는 2021년 재·보궐선거에서도 국민의힘측이 제작한 '내로남불', ' 위선' 등의 문구의 현수막에 대해서 해당 문구가 민주당을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게첩을 제한했다.
반면 TBS의 '#1합시다' 캠페인에 대해서는 민주당의 선거 기호인 1번을 연상시킨다는 논란이 제기됐음에도 캠페인은 사전선거 운동으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허가됐다.
2022년 대선에서도 민주당이 제작한 '술과 주술에 빠진 대통령' 등 문구의 현수막에 대해서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던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한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허가됐다.
선관위 관계자는 2021년과 2022년 현수막 문구를 두고 각각 다른 기준이 적용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표현을 제한하는 선거법 제90조에 따른 조치"라고 해명했다. 또한 "2022년 대선 당시에는 표현의 자유를 확대하자는 취지로 여야 모두 동일한 수준의 표현들이 허용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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