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판사들 "법원, 尹에 강력 경고 표명해야"

현직 판사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비판하며 대법원의 강경 대응을 촉구하고 나섰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박병곤 판사는 이날 사법부 내부망(코트넷)에 '대법원장님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박 판사는 "윤석열은 헌정질서를 파괴하는 쿠데타 시도를 통해 한밤중에 5000만 국민들을 공포로 몰아넣었고 법원을 짓밟으려 했다"며 "법원 차원의 최소한의 조치로써 대법원장님께서 강력한 경고를 표명해 주셔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적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대단히 송구스러운 말씀이고 현 상황에서는 이해가 가지만) 별 내용 없어 보이는 의사표명만 있다면 국민들은 더 이상 법원을 신뢰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판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 부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의 1심을 맡은 바 있다. 박 판사는 이 사건에서 정 실장에 검찰이 구형한 벌금 500만 원을 크게 웃도는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부산지법 김도균 부장판사도 같은 날 코트넷에 '비상계엄 사태에 관한 대법원 대응에 대한 비판'이라는 글을 게시했다.

김 부장판사는 "비상계엄으로 사법부 재판권의 상당 부분이 침해될 우려가 있음에도 비상계엄의 실질적 요건에 분명하고도 중대한 하자가 존재함에도 사법권 수호의 최선단에 서서 국민의 기본권을 수호하고 헌법 질서를 지켜낼 대법원이 이번에도 소극적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태도는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 가결 후에도 변하지 않았고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해제한 후 뒤늦게 입장을 발표해 적극적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수호할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을 사기에 충분했다"며 "심지어는 계엄에 동조하는 인상마저 주는 행보를 보이는 상황에 분노마저 느꼈다"고 적었다.

앞서 조희대 대법원장은 이날 오전 출근길에서 "이런 어려운 때일수록 사법부가 본연의 임무를 더 확실하게 하겠다"고 말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코트넷에 "어젯밤 갑작스러운 계엄 선포 등 국가적으로 매우 혼란스러운 상황이 있었다"며 "뒤늦게나마 헌법이 정한 절차와 따라 계엄이 해제된 데 대해 국민과 함께 안도하는 바"라는 글을 올린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