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제르바이잔 대통령 일함 알리예프)
2024년 11월 11일부터 22일까지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제 29차 유엔국제기후협약 당사국회의(COP29)가 개최됩니다. 이번 회의에서는 대한민국 기후환경대사를 포함해 90여명의 정상급 인물들이 모여 파리 기후 협약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번 회의의 개최지가 아제르바이잔으로 정해진 데 있어서 국제적인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바로 개최국 아제르바이잔의 소수민족 탄압 때문입니다.
(갠재(Ganja)市 거리의 헤이다르 알리예프 선전화)
코카서스 산맥 남쪽에 위치한 아제르바이잔은 알리예프 부자(父子)가 30년 넘도록 장기 집권하고 있는 독재 국가입니다. 소련 가맹국 시절 아제르바이잔 지역의 공산당 서기였던 헤이다르 알리예프가 1993년 대통령으로 취임한 이후, 그는 소련 해체 이후 사회적 혼란 수습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야당 인사들을 탄압하고, 대통령 개인숭배 정책을 시행하며 아제르바이잔을 독재국가화 하였습니다. 헤이다르가 2003년 사망한 이후, 그의 아들이자 현임 대통령인 일함 알리예프가 권력을 물려받았고, 아르메니아인 등 소수민족에 대한 증오심과 아제르바이잔 튀르크인 민족주의를 이용하며 권력을 더 공고히 하고자 하였습니다.
그 결과로 지금까지 아제르바이잔 곳곳에서는 소수민족에 대한 탄압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국외로 추방되는 아르메니아인들, 2023년 9월)
그 대표적인 예시가 바로 2022년부터 2023년까지 벌어진 아르차흐(나고르노-카라바흐) 인종 청소입니다.
이 지역은 아제르바이잔의 다른 지역과 달리 아르메니아계 기독교인 인구가 다수인 곳으로, 소련 붕괴 전후로 아제르바이잔으로부터의 독립을 요구하는 독립운동이 일어나 자치 정부 '아르차흐 공화국' 이 세워져 지난 2023년까지 사실상 독립국가로 존재하였습니다.
그러나 알리예프 정권은 이들 지역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하겠다는 명분으로 2022년 말부터 2023년 9월까지 10달간 아르차흐의 도로를 봉쇄하고, 생필품 공급을 제한하여 이 지역에 거주하던 10만명의 주민을 인도적 위기에 빠뜨렸습니다. 이후, 알리예프 정권은 2023년 9월 20일 아르차흐에 대한 군사 공격을 감행하여 이 지역 주민들의 99%를 국외로 강제 추방하였습니다.
아르메니아인들이 소유하던 건축물은 몰수되기 시작했으며, 알리예프 정권은 아르차흐에 튀르크인 인구의 이주를 유도하며 이 지역을 식민화하고 있습니다. 아르차흐 지역의 교회를 철거하거나 모스크로 개조하고, 아르메니아인의 묘지와 조각상을 파괴하는 문화재 파괴 행위를 저질렀으며, 아르메니아계 독립운동가들을 구금, 고문하고, 가족과의 면회를 금지하는 등의 인권 침해를 저지르고 있습니다. 이는 명백히 인종 청소의 한 형태에 해당됩니다.
(지난 7월 구금된 탈리시 민족운동가 이그발 아빌로프)
또한 알리예프 정권은 아제르바이잔 남부의 소수 민족 탈리시인에 대한 탄압도 서슴지 않고 있습니다. 1993년 탈리시인 자치 운동이 정부에 의해 강제 진압된 이후, 알리예프 정권은 탈리시인 민족 운동가들에 대한 대대적 탄압을 가하고 있습니다. 지난 2020년에는 탈리시 역사가이자 사회운동가인 파흐라딘 압바소프가 16년간의 수감 생활 끝에 옥사하였고, 이듬해에는 탈리시인의 권리 신장과 민주화를 요구하던 블로거가 내란 혐의로 징역 7년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올해 7월에는 탈리시 문화 연구가였던 이그발 아빌로프가 민족 간 증오 조장 혐의로 구금에 처해졌고, 재판 과정 중 면회가 금지되는 등의 불이익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알리예프 정권의 탈리시인 탄압은 각각의 민족운동가들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아제르바이잔 내 탈리시인 사회 전체에 대한 억압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아제르바이잔의 탈리시인 시민단체인 '아제르바이잔 탈리시 공공위원회(ATISH)의 2021년 보고서에 따르면, 아제르바이잔의 탈리시인 인구 통계는 정부에 의해 10배 이상 조작되었으며, 아제르바이잔 사회에서는 탈리시인 정체성을 나타내는 단어의 사용이 사실상 금지되어 있습니다. 또한 보고서에서는 탈리시어 웹사이트에 대한 접속 차단, 탈리시 민족 언어 교육의 부실로 인해 탈리시인 공동체가 튀르크인 사회에 동화될 위기에 처해 있다고 분석합니다.
이러한 아제르바이잔의 소수민족 탄압을 고려하지 않은 채로 아제르바이잔의 수도 바쿠에서 COP29를 개최하기로 한 결정은, 아제르바이잔의 독재 정권과 그 수장 일함 알리예프에게 긍정적인 이미지를 만들어 줄 가능성이 있으며, 그의 정권이 저지르고 있는 소수민족 탄압 행위에 대한 면죄부로 보여질 수 있습니다.
이에 우리는 아제르바이잔의 소수민족 탄압을 반대하며, COP29의 아제르바이잔 개최를 규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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