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자신들의 핵무기 보유 확대를 우려하는 미국에 "핵무기를 줄이고 반성해야 할 나라는 미국"이라는 입장을 내놨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0일 보도했다.
SCMP는 구체적인 취재원은 거론하지 않은 채 중국이 근래 미국 백악관 프라나이 바디 국가안보회의(NSC) 군비 통제·군축·비확산 담당 선임보좌관과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의 관련 발언에 이같이 답했다고 전했다.
중국은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크고 가장 발전된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그럼에도 핵 선제사용 정책을 고수하고 있으며 타국에 대한 핵 억지 전략을 고안하고 지상, 공중, 해상 미사일을 통한 핵 3종 능력의 업그레이드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은 자국 행동을 반성하며 옳은 일을 하겠다고 다짐하고, 자국은 물론 (동맹과) 집단안보정책에서도 핵무기 역할을 줄이며 세계 복지를 위한 책임감 있는 행동을 하라"고 주문했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앞서 현지시각으로 7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군비통제협회(ACA) 연례회의에서 바디 선임보좌관은 러시아·북한과 함께 중국이 "'엄청난 속도(breakneck pace)'로 핵무기를 확장하고 있으며 군비 통제에 거의 또는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며 이들 3개국이 핵 위협 줄이기에 협조하지 않는다면 미국도 핵무기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적의 무기고에 변화가 없다면 수년 내로 배치된 핵무기 증가가 필요한 시점에 도달할 수 있다"며 "만약 그날이 오면 적을 억지하고 미국 국민과 동맹국, 파트너를 보호하기 위해 더 많은 핵무기가 필요하다는 결정이 내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설리번 보좌관도 9일 해당 발언이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핵무기 보유 증대 결정을 바탕으로 이뤄진 것은 아니라면서도 "북한·중국·러시아 등 국가의 핵무기가 늘어나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북한 핵 위협이 국제적 이슈로 지속하는 가운데 미국은 중국 핵무기 증대 여부를 주목하고 있다.
미·중 관계 전문가인 루샹 중국사회과학원 연구원은 "바디 선임보좌관 발언은 지난해 ACA 연례회의에서 '미국은 현재 총합계보다 핵전력을 더 늘릴 필요가 없다'고 말한 것과 배치되며 혼란스러운 세계에 부정적인 요소를 더 하는 발언으로 간주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미국의 이 같은 메시지는 일부 국가들이 핵탄두를 준비토록 하는 한편, 세계가 직면한 위험을 증대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워싱턴 주재 주미 중국대사관 측도 "중국은 국가안보에 필요한 최소 수준으로 핵 능력을 유지하고 있으며 어떤 형태의 군비 경쟁에도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중국을 향해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중국 핵무기에 위협을 느낄 필요가 없다"고 역설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에 따르면 현재 미국과 러시아는 각각 3708기, 4489기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다. 양국은 2026년 2월까지 핵탄두 수를 각각 1550기로 줄이겠다는 합의를 한 바 있다.
중국은 핵무기 규모를 공개하지 않고 있으나, 미국 등에서는 중국이 500기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과 러시아가 포함된 핵무기 감축 3자회담에 참여하라는 미국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그럼에도 중국은 지난해 워싱턴에서 미국과 핵무기 회담을 했고, 이 자리에서 중국은 미국으로부터 핵무기 투명성을 강화하고 핵 감축에 나서라는 압박을 받았다.
중국 인민해방군 교관 출신의 군사전문가인 쑹중핑은 "중국 핵무기를 미국과 러시아에 비교하면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며 "미국이 중국을 (3자간) 핵무기 협상에 끌어들이길 원하지만, 희망적인 생각이다. 핵무기 감축 협상은 미국과 러시아가 먼저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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