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의 이인자인 기타 고피나스 부총재가 미국에 늘어나는 재정 부담을 줄일 것을 촉구했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의 재정적자 심화가 세계 경제 성장을 크게 저해할 것이란 분석이다.
8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고피나스 IMF 부총재는 FT와의 인터뷰에서 선진국들이 재정건전화에 투자하고 부채 부담을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되돌릴 계획을 논의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경우 강한 경제를 고려해 재정적자 규모를 줄일 수 있는 충분한 여력이 생겼다고 본다"면서 이같이 주문했다.
미국 연방정부 부채가 천문학적으로 급증하면서 최근 정부와 월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연방정부의 재정 감사기구인 의회예산국(CBO)에 따르면 현재 미국의 공공부채(정부 내 부채 제외)는 모두 27조4000억달러(약 3경7300조원)로,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99%에 달한다. CBO는 이 비율이 10년 뒤에는 116%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했다. 사상 최고치인 2차 세계대전 당시(106%)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IMF는 4월 보고서에서 미국이 내년에 7.1%의 재정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는 다른 선진국 평균인 2%의 3배가 넘는 수치다. IMF는 미국과 중국의 재정적자가 세계 경제에 '심각한 위험(significant risks)'을 초래한다고 경고했다.
앞서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미국처럼 "(세입의) 17%를 부채 상환에 쓰는 방식은 지속할 수 없다"며 여러 국가의 무역 규제만으로 세계 경제의 GDP가 최대 7% 감소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고피나스 부총재의 이번 발언은 이번 미국 대선 이후 재정적자가 커질 것을 많은 사람이 우려하는 가운데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재선될 경우 2017년 냈던 감세안을 영구화하겠다고 공약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높은 수준의 지출을 하는 만큼 이를 억제하지 못하면 예상보다 재정적자가 더 커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2025년을 '미국 재정 위기의 해'로 보고 있다. 고피나스 부총재는 "지출에 필요한 자금을 모두 차입을 통해 조달하려는 유혹은 실제 모든 국가가 가장 피해야 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모든 선진국이 인구 고령화에 따라 연금제도와 의료비 지출을 근본적으로 개혁하는 것은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여러 나라에서 누진세를 더 많이 부과해야 할 근거가 있다. 자본이득세와 상속세가 더 효과적으로 시행될 수 있다"면서 바이든의 부자 증세 지지를 시사했다.
고피나스 부총재는 생성형 AI 도입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생산성을 높이고 성장을 촉진할 수 있지만 "다음 경기 침체를 증폭시킬 수 있다"고 했고, 이 기술로 인해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을 지원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IMF는 지난 연구에서 생성형 AI 기술이 선진국 일자리의 30%, 신흥 경제 일자리의 20%, 저소득국 일자리의 18%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봤다.
http://www.newdaily.co.kr/site/data/html/2024/06/10/202406100017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