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9일(현지시각) 종료된 EU의 입법부인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 정당에 참패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자국 의회를 전격 해산하고 30일 조기 총선을 치르겠다고 발표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유럽의회 선거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된 직후 대국민 연설에서 "나는 투표를 통해 여러분에게 우리 의회의 미래에 대한 선택권을 돌려드리기로 했다"며 "오늘 저녁 국회를 해산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하원 1차 투표는 30일, 결선 투표인 하원 2차 투표는 내달 7일 실시하는 법령에 곧 서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2022년 6월 총선을 치른 지 2년 만에 다시 의회를 구성하게 생겼다.
마크롱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의회를 해산하기로 한 것은 이날 치러진 프랑스 유럽의회 선거 출구조사 결과 소속 정당인 중도 성향 르네상스당이 극우 국민연합(RN)에 완패할 것으로 예상한 데 따른 것이다.
유럽의회가 발표한 1차 국가별 선거 예측 결과에 따르면 극우 정치인 마린 르 펜이 이끄는 RN이 32.3~33.0%의 득표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출구조사 결과대로라면 RN은 유럽의회 선거 역사상 프랑스 단일 정당으로는 처음으로 30% 이상 득표율을 기록하게 된다고 유로뉴스는 짚었다.
유럽의회 내 극우 정치그룹(교섭단체)인 정체성과 민주주의(ID)에 속해 있는 RN의 예상 득표율은 2019년 유럽의회 선거 때보다 10%p가량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2위로 예측된 르네상스당의 예상 득표율은 14.8~15.2%에 그쳤다. 르네상스당은 유럽의회 중도 성향 자유당그룹(Renew Europe)의 일원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선거 결과에 대해 "지난 몇년간 유럽의 진보에 반대해 온 극우 정당들이 대륙 전역에서 약진을 보이고 있다"고 유감을 표한 뒤 "국수주의자와 선동가의 부상은 프랑스뿐 아니라 유럽 그리고 유럽과 세계 내 프랑스의 입지에 대한 위험"이라고 우려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다만 "여러분의 메시지와 걱정을 들었으며 이를 무시하지 않겠다. 오늘의 결과를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넘길 수는 없다"면서 "주권자인 국민에게 발언권을 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번 의회 해선과 조기 총선 결정에 대해서는 "심각하고 무겁지만, 자신감 있는 행동"이라며 "프랑스 국민은 "자신과 미래세대를 위한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부했다.
프랑스에서 의회 해산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으로, 대통령이 자신의 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임을 확인하고자 할 때 행사할 수 있다. 또 의회와 정부간 심각한 정치적 교착 상태에 빠져 더는 정부 정책을 추진할 수 없을 때나 대통령이 특정한 정치적 변화나 개혁을 밀어붙이고 싶을 때 행사할 수 있다.
프랑스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마지막으로 의회를 해산한 대통령은 1997년 자크 시라크 대통령이다. 그에 앞서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과 샤를 드골 대통령이 각각 두 차례 의회 해산권을 행사했다.
한편 RN의 마린 르 펜 하원 원내대표는 마크롱 대통령의 의회 해산 소식을 환영하며 이번 선거를 통해 RN이 "주요 대안 세력으로 자리매김했다"고 평가했다.
르 펜 의원은 "이 역사적인 선거는 국민이 투표하면 국민이 승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는 권력을 행사할 준비가 돼 있다"며 조기 총선에서도 RN 후보들을 지지해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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