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시절 기획재정부가 '국가정책적 추진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를 대부분 면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조원에 이르는 사업들이 사실상 '文 정부 마크'를 등에 업고서 국가예산을 따낸 것이다.
감사원은 4일 기재부를 대상으로 한 '주요 재정관리제도 운영실태' 주요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결과에서 "국가채무비율 전망치 축소·왜곡 및 예비타당성조사 부실 면제 등 주요 재정관리제도 운영의 문제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기재부는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제도를 부실 운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가재정법 제38조에 따르면 총사업비 500억(국고 300억) 이상 신규 사업은 예타 대상이지만 국가정책적 추진사업 등 10개 유형에 대해서는 일정한 절차를 거쳐 면제할 수 있다.
감사원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인 2018년부터 예타 면제사업이 예타 실시사업 수를 넘어서는 등 최근 5년간(2018~2022년) 예타 면제가 급증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 중 사업부서에서 '국가정책적 추진사업'으로 면제 요청한 사업 64개 중 63개 사업이 통과됐다. 면제율은 무려 99%였다. 이는 '공공청사'나 '문화재 복원사업' 등 다른 명목으로 면제 요청된 사업들의 면제율(54%)보다 비이상적으로 높다.
국가정책적 추진사업은 사업계획의 구체성이 예타면제의 필수요건이고, 기재부는 이를 사전용역 실시 여부로 판단한다.
그러나 기재부는 국무희의 의결을 거쳤다는 이유로 해당 사업들에 사전용역을 실시하지 않고 예타를 면제해줬다.
기재부는 예타 면제 심의·조정기구인 재정사업평가위원회도 유명무실하게 운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민간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재정사업평가위원회에 사업계획서, KDI의 사업 평가자료 등 자료를 제공하지 않았고, 반 페이지 분량의 기재부 자체 검토안만 각 위원에게 발송해 당일 회신토록 했다.
실제로 2020년 6월2일 오전 10시 국토교통부 등 7개 부처에서 올라온 4조3000억원 규모 8개 사업에 대해 기재부는 단 8시간 뒤인 오후 6시에 예타 면제를 확정했다.
이번 감사에서 홍남기 전 기재부 장관이 국민적 비판 등을 우려해 '60년 국가채무비율'을 절반 가까이나 축소·왜곡해 발표한 사실도 밝혀졌다. 기재부는 국가재정법 제7조에 따라 재정의 지속가능성 평가를 위해 5년마다 전망을 실시하고 그 결과를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2020년 7월7일 국가채무비율 전망치를 가늠해 보고자 사전 시뮬레이션을 실시한 기재부는 60년 국가채무비율이 최소 111.6%, 최대 168.2%로 산출되는 것을 확인했다.
홍 장관은 다음날 청와대 정례보고에서 이 내용을 보고하면서 '2015년에 실시한 전망에서는 60년 국가채무비율을 62.4% 수준으로 전망했으나, 5년 뒤인 2020년도 전망에서 60년 국가채무비율이 100%를 넘는다고 지적받을 가능성이 있다'고도 언급했다.
기재부는 같은 달 16일 시뮬례이션 결과를 토대로 60년 국가채무비율이 153%과 129.6%로 구성된 장기재정전망(안)을 홍 장관에게 보고했다.
하지만 홍 장관은 "129%의 국가채무비율은 국민이 불안해한다"면서 두자릿수로 60년 국가채무비율을 낮추도록 지시했다. 이에 재정기획심의관이 우려를 표명했음에도 홍 장관은 "정부가 충분히 의지를 갖고 할 수 있는 것"이라며 재차 지시했다.
기재부 A국장 주도로 진행된 시뮬레이션 값 조작은 최종적으로 국가채무비율 전망치가 81.1%로 산출됐고, 홍 장관에게 보고됐다. 홍 장관은 "이 정도면 어느정도 마무리된 것 같다"며 전망결과를 승인했고, 9월2일 해당 내용이 발표됐다.
감사원은 기재부에 예타면제제도 운영 내실화 방안을 마련토록 통보했다. 국가채무비율 축소·왜곡에 대해서는 국가공무원법 제56조에 위배된 것으로 판단해 홍 전 장관에게 통보하고, 인사혁신처에 해당 내용을 인사자료로 관리·활용될 수 있도록 했다. A국장에게는 주의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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