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심'(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의중)을 수행할 후보로 꼽힌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국회의장 도전이 실패하자 정치권에서는 그의 정치 인생 전반이 다시 한번 도마에 올랐다.
추 전 장관은 결정적인 순간마다 민주당 출신 대통령과 각을 세운 '배신의 정치'의 대명사로 통했고, 법무부 장관 시절에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의 일등 공신으로 평가받으면서 당 내에서는 '계륵' 또는 '딜레마'의 아이콘으로 거론됐다.
이에 대해 친명(친이재명)계로 불리는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18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중진들 사이에서는 추 전 장관의 정치 인생을 보면 신뢰가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 계속 나왔다"며 "언제 배신할지 모르는 인물이라는 이미지를 스스로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을 대선 주자로 키워준 사람이 이번에는 국회의장이 돼서 또 다른 여당 대선 주자를 키워줄 수 있다는 당 내 우려도 컸다"고 전했다.
실제로 추 전 장관은 과거 자당 출신 대통령을 비판하며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넓히려 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는 2004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향해 "국정 불안을 부추겼다. 탄핵 표결 때 찬성하겠다", "노 대통령의 탄핵 사유는 줄이고 줄여도 책자로 만들 정도"라고 비판 대열의 선봉에 섰다.
같은 해 4월 총선을 앞두고 '탄핵 역풍'이 불자, 새천년민주당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은 추 전 장관은 입장을 선회했다. 그는 국민에게 사죄한다는 의미로 삼보일배(三步一拜) 유세를 했다. 노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를 사죄한다는 의미였다. 총선 결과는 노 전 대통령의 직계 정당인 열린우리당이 152석을, 새천년민주당은 9석을 얻는 데 그쳤다.
추 전 장관은 이후 비교적 조용한 정치 생활을 이어오다 2020년 윤석열 대통령과 충돌로 다시 한번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문재인 정권의 탄압을 받는 이미지를 만들어준 장본인으로 추 전 장관을 꼽았다. 여야 할 것 없이 추 전 장관을 '보수의 어머니'로 부르기도 했다. 당시 검찰총장이던 윤 대통령을 대선주자로 키워준 가장 큰 역할을 한 인물이라는 취지의 별칭이다.
당시에도 역풍이 불자 추 전 장관은 낙산사를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정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지지층 결집을 시도하기도 했다. 당시 노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추 전 장관의 행태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실소를 금치 못했다.
법무부 장관 퇴임 후 정치 활동이 뜸했던 추 전 장관은 지난 4월 총선을 앞두고 노선을 다시 한번 틀면서 재기의 기회를 얻었다. 지난해 6월 돌연 방송에 나와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난하고 나선 것이 시발점이다.
당시 추 전 장관은 "문 대통령이 (나에게) 장관에서 물러나라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이 윤석열 검찰총장 임명을 책임져야 한다"는 등의 발언을 하며 친명 강성 지지층의 환호를 받았다. '문재인 정부 사람'에서 '친명계 중진 인사'로 급부상한 순간이다. 이후 추 전 장관은 경기 하남갑에 전략공천을 받고 22대 총선에서 당선되면서 부활했다.
탄탄대로일 것 같던 추 전 장관의 정치 행보는 국회의장직에 도전하면서 다시 꺾였다. 그는 지난 16일 국회의장 후보 경선에서 상대적으로 계파색이 옅은 우원식 의원에게 패했다. '친명 단일 후보'라는 타이틀을 달고 승리가 유력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경선에 나섰지만, 일격을 당한 순간이다. 투표에 나선 민주당 당선인 169명 중 80명이 추 전 장관을 선택했고, 89명은 우 의원에게 표를 줬다.
화제 또는 잡음의 중심에 선 추 전 장관의 과거 행태에 대한 반감을 품은 건 비단 중진 의원뿐만이 아니다. 여론에 민감한 수도권에서는 '국회의장 추미애'의 부작용을 우려했다. 합리적이라고 평가받는 '친명 좌장' 정성호 의원의 행보도 당선인들의 투표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진다.
정 의원은 이번 국회의장 후보 경선에 출마했다가 중도 사퇴했다. 정 의원의 출마를 놓고 정치권에서는 '추미애 견제용'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같은 친명계 후보인 조정식 의원이 사퇴하면서 추 전 장관에 대한 지지 선언을 했지만, 당시 정 의원은 별다른 말 없이 사퇴 소식만 전했다.
이와 관련, 수도권 지역의 한 민주당 당선인은 "이재명 대표의 리더십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은데, (우원식 의원을 뽑은 사람들의) 결론은 추미애 리스크를 만들 이유가 없다는 공통된 특징이 있다"면서 "수도권은 언제든 민심이 흔들릴 수 있는 곳이고, 그 중심에 정 의원의 우려가 당선자들에게도 이심전심으로 전해졌다고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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