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우외환(內憂外患). 요즘 국내외 정세를 바라보는 이들이 공통으로 내뱉는 말이다. 미국발 고환율과 이른바 '슈퍼 엔저'로 기업들은 울상이고, 폭등한 소비자물가로 민생경제는 악화일로를 걷는 상황. 가계 및 기업들의 성장동력이 마땅치 않은 데다, 국제안보 정세까지 어두워 안팎으로 '회생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푸념이 끊이질 않는다.
가장 한심한 건 국내 정치 상황이다. 총선 이후 정부·여당의 멱살을 움켜쥔 거대 야당은 민생은 아랑곳없이 연일 '특검법 수용'을 촉구하며 '대통령 조리돌림'하는 재미에 푹 빠진 모습이다.
반면 총선 참패로 풀이 죽은 여권은 눈치만 보기에 급급한 상황이다. 백년대계를 내다보는 비전이나 개선책을 제시하는 대신 당장의 살 길 마련에 더 바쁜 모양새다.
이처럼 여권이 움츠러드니 야권이 고개를 곳곳이 드는 건 당연지사. 그 중에서도 총선 1호 공약으로 '한동훈 특검법'을 내세웠던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의 목소리가 단연 두드러진다.
아무리 대통령이 "정쟁을 멈추고 민생을 위해 정부와 여야가 함께 일해야 한다"고 외쳐도, 조 대표를 위시한 야권이 '폭주기관차'처럼 치고 나가니 '공염불'에 그치는 형국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머리를 맞댄 조 대표는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경찰국을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검수완박법 시즌2'를 준비 중이다.
조 대표가 '검찰개혁'이란 명목으로 '검찰 악마화 프레임'을 공고히 하는 것은 누가봐도 보복성 성격이 짙다.
조 대표와 아내, 딸 등 재판에 회부된 가족 모두는 '입시비리'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딸 조민의 의대 진학을 위해 온 가족이 불법을 저지른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이들에게서 반성의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유튜버로 변신한 '딸'은 연예인 못지 않은 부와 인기를 누리고 있고, '아빠'는 4·10 총선 비례대표로 국회의원 당선인이 됐다.
출마 때부터 '한동훈 특검'을 부르짖은 조 대표는 "(검찰이) 제 딸의 일기장과 체크카드를 다 압수수색했고, 다녔던 고등학교도 압수수색했다"며 "(한동훈의 딸도) 그만큼만 하시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실상 '정치보복'을 위해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선언한 그는 '공정한 입시'를 당 공약으로 내세우는 등 앞뒤가 맞지 않는 언행으로 질타를 받았다.
각계의 따가운 시선에도 오로지 '복수의 일념'으로 선거판에 뛰어든 그는 결국 국회 '문턱'을 넘는 데 성공했고, 자신이 꿈꾸던 복수극의 서막을 열 준비를 하고 있다.
치기어린 '새내기' 국회 입문자는 또 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국회의원 도전 4수(修) 만에 성공한 케이스다. 2011년 '박근혜 키즈'로 불리며 정계에 입문한 뒤 13년 만에 의원 배지를 달게 된 이 대표는 범야권이 주장하는 '채상병 특검'에 동참하며 정부·여당을 압박하는 야인(野人)으로 돌아섰다.
이 대표는 여당에 몸담고 있을 때에도 좌충우돌 언행으로 '덜 여물었다'는 지적을 받았다. 특히 2년 전에는 헌정 사상 처음으로 당 윤리위원회로부터 '당원권 6개월 정지'를 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당시 조해진 의원은 "이 대표는 이 일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고 자중자애해야 한다"며 "부족한 부분을 성찰하고 '개선광정(改善匡正, 그릇된 것들을 고치어 바로잡음)'해야 한다"고 이 대표에게 일침을 가했다.
특히 조 의원은 "더 다듬어지고 성숙한 모습으로 변모하지 않으면 성장을 멈춘 정치적 피터팬이 된다"면서 "그런 이 대표는 셀럽이나 인플루언서, 정치엔터테이너는 될지 몰라도 정치인은 될 수 없다"는 따가운 충고를 날려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정치권에 돌아온 이 대표의 모습은 여전히 '정치엔터테이너'에 가깝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총선 전 같은 당 안철수 의원을 겨냥해 '욕설'을 해 논란을 빚었던 이 대표는 총선 후 "제가 한 전 위원장의 위치였으면 호남 지역에서 마을 변호사라도 했을 것 같다"며 유력 정치인의 행보를 깎아내려 눈총을 샀다.
또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선 "환자는 용산에 있다" "윤 대통령이 술 맛이 안 날 것이다" "주변엔 간신만 드글드글 하다" "박정훈 대령이 재판에서 무죄를 받으면 윤 대통령 탄핵 요건이 성립한다"고 직격타를 날리기도 했다.
말은 그 사람의 품격을 나타낸다. '품격(品格)'이라는 단어는 입(口)이 모여 격(格)을 이룬다는 뜻으로,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 어떤 대상(사람)의 품위를 결정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조 대표가 내뱉은 '내로남불성 발언'과 이 대표의 각종 '치기어린 언행'들이 각자의 품격을 대변다는 뜻이다. 결과적으로 정치권 안팎에서 회자되는 '조국스럽다' '이준석답다'는 비아냥은 두 사람 스스로 만든 것이나 다름없다.
누구의 말처럼 국가의 기본 기능마저 흔들리고 있는 위기 국면이다. 사사로운 '복수심'이나 '아집'에 사로잡혀 소중한 입법 활동을 낭비할 새가 없다. 더 이상 국력과 시간을 소비하다간 나라 전체가 나락(那落)으로 떨어질 판이다.
민생고에 신음하는 국민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눈과 귀를 활짝 열고 국민이 진정으로 원하는 바를 수행하라. 맡은 바 본분에 최선을 다해 국가의 품격을 올리는 것. 그것이 바로 당신들의 품격을 높이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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