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을 통해 정치·경제·외교·사회 등 국정 전반에 걸친 구체적인 방향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 후 국정 쇄신을 위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첫 회담에 이어 631일 만에 기자회견을 단행했다.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쾌도난마의 자세로 야당과 협치와 소통의 장을 연 만큼, 이제는 남은 임기 3년간 자신의 주요 공약인 노동·교육·연금 등 '3대 개혁' 완수를 위해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견해가 나온다.
특히 미국 대선이 오는 11월에 치러지는 만큼 '주한미군 철수 카드'를 꺼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상대로 한 외교 전략도 철저히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안보 문제에서 만큼은 여야가 없듯, 윤 대통령은 야권을 상대로 초당적 협력을 이끌어내야 하는 과제도 안게 됐다.
윤 대통령은 이번 기자회견에서 야당과의 협치를 수차례 강조했다. 다만, 지킬 건 지키겠다는 의지도 분명히 함으로써 남은 임기 3년간 국정 운영의 키를 분명히 잡고 가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논란에 대한 질문에 처음으로 사과의 뜻을 밝히면서도 특검 요구에는 "정치 공세"라며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윤 대통령은 "제 아내의 현명하지 못한 처신으로 국민들께 걱정 끼쳐드린 부분에 대해서 사과를 드린다"면서도 "(김건희 특검은) 그냥 정치 공세, 정치 행위 아닌가. 진상을 가리기 위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 하는 생각은 여전히 갖고 있다"고 말했다.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정부로 이송된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서는 "장래가 구만리 같은 젊은 해병이 대민 지원 작전 중에 이렇게 순직한 것은 국군통수권자로서도 안타깝고 참 가슴 아픈 일"이라며 "재발을 방지하고 또 희생자의 명예 회복과 책임 소재를 가리기 위해 진상 규명이 엄정하게 이뤄져야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진행 중인 사법 절차를 지켜봐야 한다"면서 즉각적인 특검 도입에는 선을 그었다.
윤 대통령은 "수사 당국에서 상세하게 결과를 설명할 것"이라며 "만약 국민께서 이것은 봐주기 의혹이 있다, 납득이 안 된다고 하면 그때는 제가 특검을 하자고 먼저 주장하겠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성사된 이재명 대표와의 회동에 이어 이날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을 통해 '협치'와 '소통의 무대'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와 함께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 사회부총리급 저출생대응기획부를 신설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것도 기자회견의 성과로 꼽힌다.
이와 관련해 여권 관계자는 "평가와 별개로 대통령 생각을 국민에게 들려주고 국정 철학을 예기한 자체가 큰 의미가 있다"고 했다.
이에 따라 총선 후 어수선해진 국정 에너지를 '개혁과 외교'에 쏟을 때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를 위해 우선 야당과의 협치를 고리로 3대 개혁과 의료개혁을 차질 없이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번 총선에서 범야권에 192석을 내주며 여당이 패하면서 국정 운영 동력을 크게 잃었지만, 야당과 협치를 통해 3대 개혁과 의료개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것이야 말로 윤 대통령에게 주어진 소명이라는 것이다.
정희용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윤 대통령 기자회견 후 논평을 통해 3대 개혁 완수를 위한 야당의 협력을 당부했다.
정 수석대변인은 "이제는 갈등이 아닌 협치, 정쟁이 아닌 소통,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며 "대통령과 정부·여당은 민생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더욱 낮은 자세로 소통하며 일하겠다"고 밝혔다.
또 미국 대선을 비롯한 외부 요인도 윤 대통령에게 '남은 3년'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대선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 될 경우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비롯해 국내 배터리 업체와 관련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보조금 문제 등이 현안으로 대두될 전망이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한국이 방위비를 더 분담하지 않으면 주한미군을 철수할 수 있다"며 주한미군 철수나 감축을 주장하고 나섰다. 트럼프는 지난달 초 유세에서 "임기 첫날 전기차 보조금 명령을 폐기하겠다"며 IRA 문제를 화두로 꺼냈다.
IRA는 북미에서 최종적으로 조립한 전기차가 배터리 부품의 50% 이상을 북미에서 생산하는 등 일정 요건을 만족할 경우 7500달러의 세액공제 혜택을 주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 LG에너지솔류선, SK온, 삼성SDI 등 한국 완성차 및 배터리 업체들은 미국 현지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고 북미 곳곳에 생산 기지를 구축했거나 건설 중인데, 미 대선 결과에 따라 현지에 진출한 우리 기업에 막대한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여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에게는 지난 2년보다 앞으로 남은 3년이 국가 명운을 결정한 중요한 시기"라며 "이제는 총선 패배를 딛고 대통령의 '진정한 실력'을 보여줄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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