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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회담 앞서 인간에 대한 예의가 우선 아닌가

뉴데일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9일 윤석열 대통령과의 회담 후 "답답하고 아쉬웠다"는 소회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회담 모두발언에서만 A4 용지 10장 분량의 원고를 윤 대통령 면전에 15분 간 융단 폭격하듯 요구사항을 내뱉었던 이 대표다. 양측의 인사말을 듣고 퇴장하려는 취재진을 붙잡아가면서 대통령 가족 의혹을 언급하는 등 공개적으로 면박을 주고 부족했다는 것이다.

이 대표 본인의 말처럼 윤 대통령과의 회담이 성사되기까지 약 700일이 걸렸다. 윤 대통령은 여당이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패배하자 제1당이 된 민주당을 국정 운영 파트너로 인정하겠다는 취지에서 회담 자리를 마련했다. 그간 정쟁으로 악화일로에 치달았던 정부와 야당의 불편한 관계를 청산하자는 의미이자 화해 제스처였다.

그러나 이 대표가 회담에서 보여준 '퍼포먼스'에 가까운 모두발언은 이러한 기대를 저버리게 했다. 민주당이 단독으로 추진하고 있는 입법안 등 10개 의제를 한꺼번에 쏟아냈을 때 이 대표 본인도 그날 회담장에서 당장 합의점을 도출하기 어려우리라 짐작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압박 요구를 전개한 것은 자신의 존재감 과시라는 해석이 나온다. 소위 '개딸'(개혁의딸)로 불리는 자신의 강성 지지층에게 '사이다 이재명'의 면모를 다시 부각시키는 정치적 퍼포먼스라는 것이다.

앞서 각종 비리 사건에 연루돼 피고인 신분으로 3개의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협치'를 운운하며 윤 대통령과의 회담을 수차례 요청했던 점을 떠올리면 총선 전·후로 태세가 급격히 전환된 것을 볼 수 있다.

이 대표는 지난해 신년 기자회견에서 "정부는 말로는 협치를 내세우면서 정적 죽이기에 골몰했다"면서 윤 대통령에게 회담을 제안했다. 당시 이 대표는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으로 검찰 소환 조사를 받은 직후였다.

같은 해 추석 당일에도 "정치는 상대의 다른 생각과 입장을 인정하고 존중하며 대화와 타협을 통해 국민이 공감하는 새로운 길을 만들어 가는 것"이라며 거듭 회담을 촉구했다. 그런 이 대표가 정작 회담에서 보여준 모습은 '협치'가 아닌 '대치'에 가까웠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총선 승리에 도취한 이 대표가 '점령군 행세'를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입법부 수장인 친명(친이재명)계 국회의장 후보들은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 경쟁에 나섰고, 차기 국무총리와 대법관 등 국회 인준이 필요한 행정·사법 핵심 요직 인선에 '이재명의 민주당'이 몽니를 부릴 가능성도 점쳐진다. 사실상 '여의도 대통령'으로 자리매김한 이 대표가 입법·사법·행정 권한을 뒤흔들 수 있는 상황이다.

이 대표는 가훈(家訓)이 '역지사지'라고 밝힌 바 있다. 역지사지는 다른 사람의 처지를 헤아려보라는 뜻을 지닌 삶의 지혜다. 실제로 이 대표는 현 정권을 향해 "역지사지가 되지 않는 집단"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정작 윤 대통령과의 회담 전 스스로 되새겼어야 할 말이다.

이 대표는 누군가 협치를 들먹이며 본인에게 찾아와 사법리스크, 형수 욕설 논란, 부인 김혜경의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 등의 내용을 담은 A4 용지 10장 분량의 모두발언을 읊는다면 어떤 기분이었을까. 역지사지의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http://www.newdaily.co.kr/site/data/html/2024/04/30/202404300015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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