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공백 메우던 부산대병원 안과의사 숨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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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4.03.25. 03:00
업데이트 2024.03.25. 07:09
부산대병원의 40대 안과 교수가 24일 새벽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인은 뇌출혈이었다. 그의 사망이 업무와 관련이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그는 지난달 전공의 집단 이탈 후 외래 진료와 당직, 응급 환자 수술까지 맡으며 주변에 피로를 호소했다고 한다.
부산대병원과 동료 교수들에 따르면, A 교수는 24일 새벽 4시 30분쯤 부산 해운대구 자택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아내가 쓰러진 남편을 보고 119에 신고했다. A 교수는 집 근처 백병원 응급실로 이송돼 1시간가량 심폐소생술을 받았으나 결국 숨졌다고 한다. 병원 측은 “뇌출혈로 인해 심정지가 왔고, 병원 응급실에 도착할 때 그는 이미 숨진 상태였다”고 했다. 그의 사인은 뇌출혈 중에서도 지주막하뇌출혈(뇌 속 지주막 밑 출혈)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근무 중 쓰러져 숨진 서울아산병원 간호사의 사인도 지주막하뇌출혈이었다. 한 뇌혈관 전문의는 “이 병은 흔히 환자의 60~70%가 병원이나 병원 도착 전에 사망하고, 30~40%는 생존해도 장애가 남을 가능성이 큰 중증 질환으로 통한다”고 했다.
A 교수 사망에 대해 동료 교수들은 “지난달 전공의 이탈로 부산대 안과 교수들은 그로기(정신 혼미) 상태였다”고 했다. 부산대 안과에는 현재 전임의(세부 전공 중인 전문의)를 포함해 총 9명의 교수가 근무하고 있다. 원래는 이 과에는 전공의 10명이 있었다. 이들이 교수 옆에서 수술 보조를 하고, 당직을 서며 밤에 환자 곁을 지켰다.
그런데 전공의 10명이 지난달 20일 정부의 의대 증원 발표에 반발해 모두 한꺼번에 병원을 나갔다. 이후 남은 교수들이 ‘안구 출혈’ ‘망막 박리(망막이 안구 내벽에서 떨어지는 것)’ 등 응급 환자 수술을 하고 난 뒤 외래 진료와 당직까지 섰다고 한다.
오세욱 부산대의대교수협의회장은 “A 교수가 숨진 것이 과로 때문인지 직접적인 연관성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가능성은 있다”며 “대학 병원 교수들이 고유 업무도 하면서 전공의를 대신해 주 2~3회 당직 근무까지 서면서 피로가 쌓인 상황”이라고 했다. 또 다른 부산대병원의 한 안과 교수는 “남아 있는 교수들은 다 녹초가 됐다”며 “나도 수축기(최고) 혈압이 170 이상 나와서 혈압약을 복용 중”이라고 했다.
부산대병원 관계자는 “A 교수의 정확한 사망 원인을 확인 중”이라며 “최근 당직 근무 등이 얼마나 늘었는지도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