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박희영 용산구청장 ‘석방’ 미리 알았나...비서실장, 구민에 “곧 나오시면 잘 모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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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허가 전부터 복귀 기정사실화
경로당 등 구민들 찾아 ‘민심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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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혐의로 구속기소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법원의 보석 청구 인용에 따라 7일 오후 서울 구로구 남부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박희영 용산구청장 비서실장인 A씨가 박 구청장이 보석으로 석방되기 수 주 전부터 용산구 관내 주민들을 만나 “구청장님께서 곧 나오시면 어르신들을 잘 모실 것”이라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용산구 주민 B씨는 지난 8일 통화에서 “2주 전쯤 A씨와 용산구 행정지원국장이 효창동에 있는 경로당을 찾았다”고 전했다. A씨는 경로당에 모인 주민들에게 “본의 아니게 (구청장이 구치소에) 가 계셔서 곧 나오실 거다”며 “곧 나오시면 노인정 한 번 오시지 않겠나”라고 말했다고 한다. B씨는 “두 사람이 그날 용산구에 있는 16개 경로당을 돌았다고 들었다”면서 “‘경로당에 안마기 놔달라’고 부탁했더니 ‘사드리겠다’고 했다”고 말했다.용산구 주민 C씨도 “지난달 비서실장이 와서 ‘박 구청장이 출소하면 경로당을 한 번 찾아오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지난 2일 충남 예산시 수덕사에서 열린 대한노인회 용산구지회 행사에서도 박 구청장이 석방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고 한다. 용산구민 D씨는 “정치인 같은 사람이 와서 ‘박희영 나온다. 나오면 어르신들을 모실 거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날 행사에 A씨는 참석하지 않았다. 정치권 관계자 또는 다른 구청 직원이 이 같은 발언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 부실대응의 한 당사자로 지목된 박 구청장 측이 자숙하고 재판에 임해도 모자랄 터에 법원의 보석허가 판단이 나오기 전부터 구청장 복귀를 기정사실화하며 ‘민심 관리’에 나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D씨는 “‘박 구청장을 내보내면 나라가 아니지’라고 생각했다”며 “박 구청장이 석방된 이후 주위에서 ‘책임지는 게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했다.
A씨는 이례적으로 7급 직급으로 비서실장 업무를 맡아 구의회에서 논란이 됐던 인물이다. 지난해 11월22일 열린 용산구의회 행정사무감사회의에서 장정호 구의원이 “행정 6급이나 별정 6급으로 대부분 채용하는데, 이번에는 왜 운전 7급 하시는 분이 비서실장을 하고 있나”라고 묻자 구청 관계자는 “임명한 건 청장님 고유사항”이라며 “아마 특출한 능력이 있기 때문에…”라고 답했다. A씨는 이후 7급에서 6급으로 승진했다. A씨와 경로당을 함께 찾은 행정지원국장 역시 지난해 12월 박 구청장이 구속되기 직전 단행한 인사에서 5급에서 4급으로 승진했다.
비서실장 A씨는 “경로당 관련 부서와 함께 불편사항을 점검하기 위해 방문한 것”이라며 “5월31일에 보석 심리가 예정됐기 때문에 그 즈음 곧 복귀하실 거라고 생각돼 ‘곧 복귀하실 것 같다’고 말씀드렸던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구청장님께서 따로 경로당 방문을 지시하시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지난 7일 보석으로 석방된 박 구청장은 이튿날 오전 이태원 참사 유가족이 용산구청 앞에 모이기 전에 출근해 업무를 시작했다. 유가족들은 “석방 당시 구치소 앞을 찾아간 유가족들에게 사과 한마디 하지 않았다”며 반발했다. 박 구청장은 9일 연차를 내고 출근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