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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생 ‘정치 금수저’에 지역구 대물림하는 일본 세습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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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후대세

90년대생 ‘정치 금수저’에 지역구 대물림하는 일본 세습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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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선영 기자의 오후에 읽는 도쿄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의 친동생인 기시 노부오(岸信夫) 전 방위상이 정계 은퇴를 선언하고 장남 노부치요(千世)에게 의원직 승계를 할 것을 시사하며 일본 정치계가 세습을 통한 세대교체에 나설 예정이다. 지난 10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 역시 정권 출범 1년을 맞이해 장남 쇼타로(翔太郞)를 ‘총리 비서관’에 임명한 바 있어, 일본 정치계에 ‘90년대생 의원’들이 등장할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세습 정치가 일본을 망친다’는 반발 여론이 거센 만큼 자식에게 지역구를 물려주던 관행에 제동이 걸리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요미우리(讀賣)신문에 따르면 기시 전 방위상은 11일 본인 지역구인 야마구치(山口)현 제2구에서 열린 후원회 모임에서 정계 은퇴 의사를 표명했다. 기시 전 방위상은 “병세가 길어지고 있어 다음 중의원 선거에는 나 대신 노부치요를 내보내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장남인 노부치요는 기시 전 방위상의 비서를 맡고 있다. 기시 전 방위상은 7월 참의원(상원) 선거 지원 유세 중 피격 사망한 아베 전 총리의 친동생이다. 그는 어린 시절 외가인 기시 가문에 양자로 보내져 아베 전 총리와는 성이 다르다. 그는 아베 2차 내각 당시인 2020년 방위상으로 처음 입각했다. 하지만 요로감염증에 걸리며 지난해 여름부터 지팡이를 짚고 다녔고, 지난 7월 형인 아베 전 총리의 사망 사건 이후로는 휠체어에 타지 않고는 이동할 수 없을 정도로 몸 상태가 악화한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정치계는 보통 자녀에게 선거구를 세습하는 식으로 후계를 이어가고 있다. 정치가 일종의 가업인 셈이다. 아베 전 총리 사망 이후로 충격에 빠진 일본 정치계가 ‘90년대생 후계자’들을 내세워 세습을 준비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시 전 방위상의 장남인 노부치요는 1991년생으로 게이오(慶應)대를 졸업했다. 그는 후지TV 기자로 일하다 2020년 11월 부친 비서관으로 정계에 입문했는데, 자식이 없는 아베 전 총리가 사망한 뒤 아베 가문과 기시 가문을 이을 후계자로 주목받아왔다.

10월 부친인 총리 비서관으로 파격 임용된 기시다 총리의 장남 쇼타로 역시 1991년생으로 올해 31세다. 게이오대를 졸업한 그는 대기업인 미쓰이(三井)물산에서 사회경험을 쌓고 퇴사한 뒤 세습 승계 절차를 밟고 있다. ‘지지율 하락’으로 국정 운영에 힘이 빠진 기시다 총리가 아들에게 요직을 맡기고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가 되며 기시다 가문의 의원직 세습도 임박했다는 평이 나온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자민당 부총재 역시 본인의 장남을 집권 자민당 2위인 아소 파벌의 부회장으로 임명하며 ‘셀프 승계’ 절차에 돌입했다.

그러나 이처럼 세습 정치가 당연시되는 세태에 대해 일본 내부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기시 전 방위상의 지역구인 이와쿠니(岩國)의 후쿠다 요시히코(福田良彦) 시장은 “이와쿠니는 기시 노부오 전 방위상 때부터 이어오던 선거구이지만, 그렇다고 세습이 당연한 것은 아니다”라며 우려를 표했다. 한 이와쿠니 시민 역시 산케이(産經)신문에 “지역구 의원을 뽑는 것은 국민의 권리인데 세습제도가 일본의 부패정치를 만든 것”이라며 거부감을 드러냈다. 시대의 흐름 속 세습에 대한 불쾌감을 나타내는 민심에 대대로 정치를 가업으로 이어온 ‘세습 금수저’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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