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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애 이어 나얼까지… '역사 바로세우기'가 저주의 대상인가 [조광형의 直說]

뉴데일리

영화 '패왕별희(覇王別姬)'를 보면 60년대 '문화혁명(文化革命)' 당시 중국 전역에서 일어난 '홍위병(紅衛兵)'들이 수많은 문화 예술인들을 '반혁명인사'로 매도해 자아 비판을 강요하는 만행이 나온다.

실제로 영화 속 '시투'와 '두지'처럼 이 시기, 홍위병들에게 끌려온 많은 예술가들이 공개적으로 모욕을 당하거나 목숨을 잃었다.

각종 기록에 따르면 이 기간 동안 중국에서 수백만 명이 모진 탄압을 받고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정치 선진국'인 미국에도 이러한 광풍이 불어닥친 적이 있다. 1950년 공화당 소속 조셉 매카시(Joseph McCarthy) 의원이 "미국 사회 모든 분야에 공산주의자들이 침투해 있다"고 주장한 이후 1954년까지 미국 전역에서 공산주의자 색출 작업이 이뤄졌다. 당시 수많은 교수와 언론인, 정치인 등이 공직에서 추방당하며 미국에 깊은 생채기를 남겼다.

오늘날 대한민국을 보면 철 지난 매카시 광풍과 홍위병들의 난동이 동시에 벌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야권 수뇌부가 이데올로기상 반대 진영의 누군가를 저격하면, 정치인들이 벌떼 같이 일어나 비난대열을 이루고, 여기에 부화뇌동한 네티즌들이 온갖 악플로 도배를 하는 식이다. 지난 '광우병 파동' 때도 그랬고 '세월호 사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도 동일한 현상이 반복됐다.

그때 그 홍위병들이 각 분야의 권력 핵심에 들어가 정권을 잡았고, 그렇게 문재인 정권이 탄생했다.

이 기간 대한민국을 '뿌리'와 '정통성'을 말살하는 작업이 벌어졌다. 1948년 건국한 대한민국의 역사를 부정하고, 망명정부인 상해 임시정부에 정통성을 부여하려는 시도가 사회 곳곳에서 일어났다. 교육과정에서 6·25전쟁이 '남침'에 의해 발발했다는 것과 민주주의 표현에 '자유'가 빠지는 통탄스러운 일도 발생했다. '국부(國父) 이승만' 역시 대한민국에 해를 끼친 인물로 묘사됐다. 자학과 증오의 역사관으로 뒤덮인 교과서에서 나라를 세운 이 전 대통령의 자랑스러운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지난 1일 김덕영 감독이 연출한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이 건국됐다. 처음엔 스크린 수가 167개에 불과했으나 실관람객들의 호평이 입소문을 타면서 스크린 수가 3배로 늘어났다. 좌석점유율과 실시간예매율은 5위(13일 기준), 일별 박스오피스(12일 기준)는 3위를 달리고 있어 장기 흥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 현대사를 사료 중심으로 고증해 이 전 대통령을 둘러싼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고,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되살렸다는 점에서 이 영화에 대한 각계의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특히 관객들은 '정부도 하지 못한 일을 일개 감독이 해냈다'며 지난 3년간 갖은 욕을 먹으면서도 메가폰을 놓지 않았던 김 감독의 투혼에 박수를 보내는 모습이다.

이를 두고 여권에서 호평이 나오는 것은 당연지사. 게다가 그동안 정치색을 드러내지 않았던 연예인들도 관람 인증샷을 올리면서 힘을 보태고 있다.

가수 나얼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건국전쟁' 포스터와 함께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자유롭게 하려고 자유를 주셨으니 그러므로 그 안에 굳게 서고 다시는 속박의 멍에를 메지 말라(갈라디아서 5:1)"는 성경 구절을 게재했고, 가수 이예준도 "내가 배웠던 것들에 사실이 아닌 것들도 있었구나. 충격받은 영화. 먹먹함에 울림이 컸던 영화"라는 말과 함께 '건국전쟁' 포스터를 캡처해 올렸다.

이 전 대통령을 재조명한 영화가 각광받자, 한동안 잠잠했던 홍위병들이 다시 준동하는 모습이다.

각종 '좌파 성향' 커뮤니티 게시판에 나얼과 이예준을 저격하는 좌표(URL 등)가 설명되면 네티즌들이 득달같이 달려들어 "에라이 X신아" "2찍 인증" "역사에 무식한 것들이 티까지 내니" "누구지, 니혼진인가" 같은 악플을 다는 식이다.

앞서 이승만대통령기념관 측에 기부금을 낸 배우 이영애에게 "빤스런을 위해서 기부한다고요?" "하와이 교민 등처먹었던 조폭한테 기부하는 아름다운 세상" 등의 도 넘은 악플을 퍼부었던 세력이 이번엔 가수 나얼 등에게 화력을 집중하고 있는 것.

특히 일부 네티즌은 음악적으로 나얼과 '손절'하겠다는 의사까지 내비쳐, 이번 일이 가수들의 음반 판매나 공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역사에 대한 해석을 두고 '견해'가 엇갈리 수는 있다. 그러나 인류 사회의 변천과 흥망의 과정을 기록한 '팩트' 자체는 변하지 않는다. 해석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면 건전한 논쟁을 통해 서로간 이견 차를 좁혀 가면 된다.

이 전 대통령의 생애를 다룬 영화를 호평했다고, 그의 인격까지 모독하고 겁박하는 것은 과거 중국 문화를 수십 년 후퇴시켰던 홍위병들의 '망동'과 다를 바 없다. 나와 역사관이 다르다고 무턱대고 비난만 하는 게 능사는 아니라는 이야기다.

과거 정치권에 '홍위병'이란 화두를 처음으로 던졌던 소설가 이문열은 "우리 사회에 교만의 병이 널리 퍼졌다"며 "내 판단 혹은 내 인식은 언제나 온당하고 정당한 것인지 한 번 물어봤으면 좋겠다"고 당부한 바 있다.

'교만'은 결코 멀리 있지 않다. 나만 옳다고 여기는 순간, '패망의 선봉'이라는 교만이 스물스물 우리 영혼을 잠식해 온다.

나얼에 대한 악플을 달기 전에, 그가 왜 성경 구절까지 SNS에 올려가며 이 영화를 강추했는지 알아야 봐야 하지 않을까.

편견을 버려야 넓게 볼 수 있다. 오늘 하루만이라도 이승만에 대한 '편견'을 내려놓고 '건국전쟁'을 관람해 보는 건 어떨까.



http://www.newdaily.co.kr/site/data/html/2024/02/13/202402130020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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