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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왕(王) 싫다며 王 집착한 자X 이야기

오주한

“국힘‧대권 싫다”며 권력 추구한 A씨 녹취록 파문

‘선양쇼’ 조직‧나라 말아먹은 자X 오버랩에 탄성만

 

전국칠웅‧합종 등 전설의 강국 연나라

 

연(燕)나라는 춘추전국시대(春秋戰國時代) 국가 중 하나다. 북쪽으론 만리장성 너머 흉노(匈奴), 서쪽으론 이성(異姓)제후국으로서 반은 이민족이었던 조(趙)나라, 동쪽으론 고조선(古朝鮮)‧부여(扶餘) 등과 국경이 맞닿았다. 때문에 기원전 3세기경 고조선‧연나라 전쟁 발발 등 이 변방국가는 우리 한민족 역사와도 연관 깊다.

 

연나라 시조(始祖)는 주(周)나라 건국자 희발(姬發)의 동생 소강공(召康公) 석(奭)이다. 첫 분봉(分封) 당시 작위는 오등작(五等爵) 중 두 번째 서열인 후작(侯爵)이었다. 초창기 연나라는 미개척지였기에 예맥(濊貊)과 같은 한(韓)민족 원류(源流)와 중원 종족이 어울려 살았다.

 

희성(姬姓) 일족은 멀리 서쪽 미지의 세계에서 온 유목민계 집단 수장 고공단보(古公亶父)의 후손이다. 이러한 혈통배경에 외곽이라는 지리적 특성까지 겹쳐 연나라는 군사강국으로 유명세 떨쳤다.

 

춘추시대 때는 별 두각 드러내지 못했으나, 약육강식(弱肉强食)의 전국시대 때는 전국칠웅(戰國七雄)으로서 북방맹주로 군림했다. 역왕(易王‧생몰연도 ?~기원전 321) 때부터는 본격적으로 칭왕(稱王)하기도 했다. 이는 곧 “나는 주천자(天子) 신하가 아닌 그와 동급이다”는 선언과 마찬가지다.

 

천하통일 목전에 둔 진(秦)나라에 대항키 위한 합종(合從) 주도국도 연나라였다. 역왕의 부친 후문공(後文公‧?~기원전 333)은 여러 나라에서 문전박대 당하던 종횡가(縱橫家) 소진(蘇秦)을 중용했다. 합종책은 서쪽의 진나라 동진(東進)에 맞서 연‧조‧제(齊)‧초(楚)‧한(韓)‧위(魏) 여섯 개 나라가 연합한다는 게 골자다.

 

여러 국가‧제후들 셈법은 각기 다르기에 이들을 하나로 뭉치게 한다는 건 보통 일이 아니다. 가령 약소한 한(韓)나라가 진나라에 공격당한다면 다른 제후들은 “저 따위 것 도와줘봐야 가시적 이득이 없다” “이틈에 내가 한나라 뒤를 쳐서 먹자” 생각할 수도 있다. 하나의 나라 설득하면 어제 설복시킨 나라가 변절(變節)하기 일쑤다. 오늘날의 유럽연합(EU)도 영국 브렉시트(Brexit) 등 여파로 골머리 앓고 있다.

 

허나 소진은 육국(六國)을 돌며 합종 필요성을 설파한 끝에 거짓말처럼 협력을 이끌어냈다. 그는 무려 여섯 개 국가의 재상이 됐다. 진은 합종의 거대한 벽에 가로막혀 영토확장에 크나큰 곤란을 겪었다.

 

비록 합종은 장의(張儀)의 연횡책(連橫策)에 끝내 분쇄되나, 연합국 패자(霸者) 격인 연나라는 훗날 진시황(秦始皇) 암살 성공 직전까지 가는 등 동주(東周) 시기부터 수백 년 간 고고히 이어진 영웅호걸(英雄豪傑) 시대를 마지막까지 풍미(風靡)했다.

 

자X의 등장

 

이러한 연나라도 한 때 망국(亡國)의 대위기 겪은 적 있다. 그것도 아주 어처구니없는 과정으로 말이다. 희대의 ‘역적개그’ 주인공은 이름도 발음키 참 곤란한 ‘자X(子之‧?~기원전 314)’다. 성년(成年) 아닌 독자들께 혹 악영향 끼칠까 염려돼 이 문제아의 이름은 필자가 자체 검열삭제한다.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 연소공세가(燕召公世家)에 따르면 자X는 연나라 신하로서 키는 8척이었고 몸은 비대했다. 학계에 의하면 한(漢)나라 기준으로 1척은 약 23㎝다. 8척은 곧 180여㎝가 된다. 자X는 허나 마치 ‘날아다니는 돈까스’마냥 민첩성은 탁월했다고 한다.

 

자X는 연나라 고관(高官)으로서 소진과의 사돈관계 등 권세 과시했다. 역왕 사후 2대 연왕(燕王)에 즉위한 희쾌(姬噲) 시절엔 상국(相國) 벼슬에까지 올랐다. 상국은 재상 격인 승상(丞相)보다도 한 계단 높은 직위다. 때문에 고대에는 “(천제의 아들인) 천자 빼고 사람으로서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자리”로 여겨졌다.

 

허나 자X는 자신을 아껴준 나라에 결초보은(結草報恩)하는 대신 엉뚱한 수작 꾸몄다. 사사롭게 파당(派黨) 형성하고 자신에게 꼬리 치며 충성하던 대부(大夫) 녹모수(鹿毛壽)를 시켜 희쾌를 꾀려 한 것이었다. 야바위 내용은 자그마치 ‘선양(禪讓‧양위)’이었다.

 

사기‧전국책(戰國策) 등에 의하면 희쾌에게 쪼르르 달려간 녹모수는 입에 침이 마르도록 성덕(聖德) 칭송한 뒤 이렇게 늘어놨다.

 

“지금 대왕의 하늘같은 어지심으로 인해 바야흐로 태평성세(太平聖歲) 펼쳐지고 있나이다. 백성들은 논밭 갈아 가족 먹이고 우물 파 함께 마시며 격양가(擊壤歌) 부르고 있나이다. 이럴 때 대왕께서 요순(堯舜)을 본받아 자X에게 왕위를 넘기려 하신다면 천하는 그 공덕(功德) 천세만세(千歲萬歲) 대대손손 기억할 것이옵니다. 물론 자X가 왕좌에 앉을 일은 꿈에도 없을 터이니 염려하실 필요 전혀 없나이다. 신(臣)의 일편단심(一片丹心) 충심(忠心)을 부디 윤허해 주소서”

 

뭐가 된장이고 뭐가 X인지 분간 못했던 희쾌는 “오냐” 외치며 정말로 왕관 넘겼다. “신은 정말 임금이 되기 싫나이다” “역신(逆臣)이 되느니 차라리 전하 곁에서 죽겠나이다” 악어의 눈물 흘리며 앙탈 부리던 자X는 ‘언제 그랬냐는 듯’ 옥새(玉璽)를 냉큼 받아 챙겼다.

 

아직도 사태파악 안 되던 희쾌는, 1초 전까지만 해도 제 ‘꼬붕’이었던 자X가 욕설‧반말 찍찍 내뱉고 병사들 달려들어 제 머리 숙이게 하자 그제야 땅을 치고 후회했다.

 

사이코패스 모노드라마 찍다 두 조각나다

 

이후 연나라 집안사정은 안 봐도 드라마다. 자X가 선정(善政)이라도 베풀었냐면 그것도 아니었다. 백성은 백성들대로, 귀족은 귀족층대로 불만이 폭발했다.

 

졸지에 왕권(王權) 계승순위에서 백만광년 밀려난 세자 희평(姬平)은 장군 시피(市被)와 손잡고 반란 일으켰으나 자X에게 패했다. 이 지경이 되자 시피가 “나 혼자라도 살자” 외치며 평의 뒷머리 갈기는 상황 벌어졌다. 이 틈에 자X가 어부지리(漁父之利) 취하자 평과 시피 모두 처참히 목숨 잃었다.

 

백성들은 나라야 망하든 말든 이 막장드라마를 신나게 구경했다. 사마천은 당대 기록 등을 인용해 “연나라 백성들이 이 전투 구경하기 위해 구름떼처럼 몰렸다. 일부는 어느 쪽이 이기는지 걸고 도박판까지 벌였다” 묘사했다. 그만큼 사람들의 소속감(所屬感)‧연대감(連帶感) 상실은 매우 컸다.

 

실망감은 분노로까지 발전했다. 그 무렵 제나라에 머물던 맹자(孟子)는 제선왕(齊宣王)에게 연나라 내전사태를 보고했다. 박수 친 선왕은 장군 광장(匡章)에게 10만 대군 딸려 연나라를 치게 했다. 그러자 연나라 백성들은 제군(齊軍)이 미처 당도하기도 전에 성문 ‘활짝’ 열어놓고 “어서옵쇼” 환영했다.

 

연군(燕軍)은 모조리 달아났고 녹모수도 잽싸게 튀었다. “왕 싫어” 외치면서도 “왕 좋아” 부르짖는 사이코패스적 모노드라마 찍던 자X는 홀로 남겨져 쌍욕 내뱉다가, 비대한 몸뚱아리 두 조각나는 거열형(車裂刑)에 처해졌다.

 

연나라가 제나라에 한 입에 먹히는 건 이제 시간문제였다. ‘합종이고 나발이고’ 백척간두(百尺竿頭)의 국운(國運) 구한 건 유능하고 대쪽 같은 신하들이었다.

 

외침(外侵) 앞에 희쾌마저 놀라 자결하자 연나라는 무주공산(無主空山)이 됐다. 가까스로 왕부(王府‧궁궐) 입성해 새로운 연나라 구심점이 된 소양왕(昭襄王) 희직(姬職)은, 자X 같은 말종들 멀리하고 불세출의 명장 악의(樂毅‧?~?) 등을 기용했다.

 

악의는 5개국 연합군 이끌고 제나라를 쳐 즉묵(卽墨)을 제외한 70여성을 함락함으로써 합종 어지럽힌 배신자를 응징했다. 소설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에서 제갈량(諸葛亮)이 자신을 악의에 견줄 정도로 악의의 활약상은 후대에도 큰 귀감이 됐다.

 

黨國의 개세영웅 등장 고대하며

 

여권(與圈) 최고위인사 A씨의 녹취록 파일이 파문 일으키고 있다. A씨가 지난 대선 앞두고 여당 입당(入黨) 전 한 인사와 나눈 통화를 녹음했다는 해당 파일엔, 녹취록 내용이 사실이라고 할 경우, A씨 본심(本心)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자칭 진보보다 보수우파가 더 싫다’ ‘나는 대통령 될 마음 없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A씨는 “저는 정권교체하러 나온 사람이지 대통령하러 나온 사람 아니다” “저는 대통령, 저는 그런 자리 자체가 귀찮다, 솔직한 얘기가” 말했다. 또 “국힘(국민의힘)이라는 당이 좋아서 들어가는 게 아니다” “밖에서 국힘이라는 게 어디 쥐약 먹은 놈들로만 생각할 게 아니라” “(더불어) 민주당보다 국힘 더 싫어한다” 목소리 높였다.

 

A씨는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당권(黨權)‧대권(大權) 욕심을 가감없이 드러내고 ‘구체적 주문’까지 내렸다.

 

그는 “많은 의원과 또 원외 당협위원장이나 당원들이 빨리 국힘을 접수해서” “국힘에 (외부세력이) 좀 많이 입당해갖고 당원을 100만명 이상 좀 만들어주셔 갖고” “이게 지금 이준석이 아무리 까불어봐야 3개월짜리다” “국힘에 지도부 다 소환해. 바꿔버려, 전부” “만약 이놈 XX들 가서 개판 치면 당 완전히 뽀개 버리고” “그래서 (내가 대통령) 후보 되면 (친위세력이) 비대위원장이 돼 갖고 당대표부터 전부 해임할 수 있다” 했다.

 

녹취록이 정말 진실이라고 가정할 때, 많은 당원‧국민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첫째, 민주당보다 국민의힘이 더 싫다는 사람이 왜 국민의힘에 입당했나. 둘째, ‘누칼협(누가 협박)’ 한 것도 아닌데 대통령 되기 싫다는 사람이 왜 손바닥에 왕(王)자 새기고 대선 출마해 ‘신X지의 힘’ 덕을 보고 임기 초 30%대 지지율(상세사항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로 여당 물 먹이나.

 

A씨 논란 지켜보며 상당수 국민의힘 지지층과 유권자는 한 입으로 두 말 해 권력 틀어잡고 조직‧나라 말아먹은 자X를 떠올린다. 나아가 이 총체적 난국 타개해 국민의힘과 대한민국을 안정시킬 제2의 악의 즉 영웅을 기다린다. 개세영웅(蓋世英雄)이 어느 때보다 더욱 간절해지는 절망스런 시국(時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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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한 前 여의도연구원 미디어소위 부위원장 [email protected]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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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풀소유

    전 대통령하기 귀찮다보다

    내 앞에 국힘의원 80명 줄세울 수 있다,

    이 발언이 더 충격적이더라구요.

    국힘이 얼마나 썩었는지 감도 안 옵니다.

     

  • 풀소유
    오주한
    작성자
    2023.09.11
    @풀소유 님에게 보내는 답글

    충격적입니다만, 반드시 사필귀정 되리라 생각합니다. 몇몇 타당사람 굴러온돌 철새 토착간신이 문제이지 당 자체는 우리 모두의 안방이자 소중한 자산 아닐까요. 부끄러운 소견이었습니다.

  • 오주한
    풀소유
    @오주한 님에게 보내는 답글

    저도 친북친중 내로남불 민주당보다는 썩어도 국힘당이 좋습니다만 쇄신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대선에서도 울며 겨자먹기지만 윤석열을 뽑았고 앞으로도 나라 망치는 민주당을 뽑을 일은 없지만, 처음으로 다음 선거가 이와 같다면 기권할까 하는 생각이 든 적도 사실입니다.

     

     

  • 풀소유
    오주한
    작성자
    2023.09.12
    @풀소유 님에게 보내는 답글

    저 또한 말뿐이 아닌 이건희식 쇄신은 결단코 필요하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