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정보를 대검찰청 서버(디넷·D-Net)에 보관한 뒤 이를 별건 수사에 활용하는 것은 위법이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최근 휴대전화 등을 복제해 디넷에 보관하는 검찰의 수사 관행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는 가운데 나온 대법원 판단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부정청탁금지법·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기소된 강모씨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춘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이 사건은 2018년 12월 '강원도 원주 택지개발 비리 사건' 수사 과정에서 시작됐다.
당시 검찰은 국토계획법 위반 혐의로 영장을 발부받아 원주시청 국장급 공무원 조모씨의 휴대전화를 압수했다. 당시 검찰은 조씨 휴대전화 전자정보를 복제한 파일을 디넷에 저장했다.
이후 관련 정보를 탐색하던 검찰은 우연히 조씨가 검찰 지청 사무과장이던 강씨와 통화한 내용이 담긴 녹음 파일을 발견했다. 이 파일에는 강씨가 조씨로부터 '특정 사건 수사를 지연시켜 달라'는 취지의 청탁을 받고 응한 정황이 담겼다.
이에 검찰은 별도 영장 없이 녹음 파일 녹취록을 만들고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조사하는 등 '수사청탁 사건' 수사를 진행했다.
2019년 1월 영장을 청구한 검찰은 발부받은 이후에도 기존 녹음파일을 기반으로 수사를 이어갔고 그해 3월 동일한 영장을 다시 발부받아 대검 서버에 저장된 디지털 자료를 압수했다. 검찰은 이렇게 수집한 증거를 토대로 강씨를 재판에 넘겼다.
1심과 2심은 모두 증거능력을 인정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사건 녹음파일 등과 이에 터 잡아 수집된 2차적 증거들은 위법수집증거로 모두 증거능력이 없다"며 원심판결을 파기했다.
대법원은 "(택지개발 비리에 대한) 첫 영장 집행 종료 후 무관정보를 삭제·폐기·반환하지 않고 계속 보관하면서 이를 탐색·복제·출력하는 일련의 수사상 조치는 모두 위법하다"고 지적했다.
대검찰청은 이번 판결과 관련 "선별 절차 완료 후 디넷에 저장된 '전부이미지'를 재탐색해 제2의 범죄혐의 관련 정보를 수집한 것이 아니다"라며 "2018년 12월 휴대전화 압수 후 이미지 파일을 디넷에 등록했고 이후 수사팀이 탐색·선별 작업을 진행하던 중 제2의 범죄 혐의 관련 정보를 발견했다"고 해명했다.
대검은 "이 사건을 수사할 당시에는 전부이미지(유관+무관), 선별이미지(유관)에 대한 등록 및 폐기 절차가 구체적, 개별적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는 유관정보 탐색·선별을 종료한 후 유관정보의 무결성, 동일성, 진정성 등 증거능력 입증을 위해 필요한 경우 예외적으로 전부이미지를 보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이런 선별절차까지 종료된 이후부터는 전부이미지에 접근할 수 없도록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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