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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대선 구도에 대해 물어보셔서 설명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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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시장님. 시장님께서 대만 대선의 친중 대 반중 구도에 대해 여쭤보셨기에 답변드립니다. 저는 평소 국제정치학을 공부하고 있고 대만 친구들과도 많은 토론을 하기에 대만에 대한 관심도 많은 편입니다.

 

한국 언론에서는 대만 민진당과 국민당의 대결 구도를 반중vs친중으로 보도하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 일리는 있습니다만 속내는 그보다 더 복잡합니다.

 

 우선 국민당의 친중은 친 '중국 공산당' 이 아닙니다. 이들은 장제스의 정치적 후손들로 현재 중국 대륙을 점거하고 있는 중공의 '중화인민공화국'이 아닌 '중화민국'을 수호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이들은 본인들이 중화의 진정한 후계자라고 여기며 언젠가 중국 대륙을 통일 및 수복해야할 대상으로 여깁니다.

 

다만 현재 중국과 대만의 경제적 격차가 너무나 커졌기에 대륙 수복의 어려움을 인정하고 일단 중국 공산당과 대화에 나서자는 것이 이들의 현재 입장입니다. 이로써 중국과 대만 양안의 한족 간 민족 동질성을 회복하고 언젠가 하나의 '중화 국가'로 통일하자는 것이 이들의 논지입니다. 그 중화 국가가 공산주의의 중화인민공화국이든 반공의 중화민국이든 일단 양안은 하나의 중화 국가로 통일해야 된다는 것입니다. 즉 국민당은 1992년 양안이 합의한 '하나의 중국' 공식을 지지합니다. 이들 중 누구도 중국 공산당과 현재의 중국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이들에게는 '중화민국'이 진짜 중국입니다. 마치 대한민국이 북한을 인정하지 않는 것처럼요. 때문에 이들은 친'중화민국'이지 친'중국 공산당'이 아닙니다. 특히 국민당 지지층에는 사업가 및 경제인들이 많습니다. 이들은 주로 중국 대륙에 진출해 사업을 벌이거나 주재원으로 진출해 있는 경우가 많으며 그렇기에 민진당처럼 괜히 독립 주장으로 중공을 자극해 양안 간에 정치적 불화를 일으키고 싶지 않아합니다. 

 

대만의 민진당은 대륙에서 건너온 장제스와 장징궈 부자,국민당의 독재에 맞서 싸우며 세력을 키운 이들입니다. 이들의 초기 지지 기반은 장제스가 대륙에서 건너오기 이전부터 대만에 거주하던 한족들로 본성인이라고 불리는 집단입니다. 장제스는 대만과 대만 국민들을 대륙 수복을 위한 도구 그 이상 이하로 여기지 않았고 수십년간 계엄령을 유지하며 엄격한 철권독재통치를 펼쳤습니다. 명분은 중국 대륙을 다시 되찾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반발하는 세력이 오늘날의 민주진보당입니다.

 

이들은 장제스와 국민당의 대륙 수복 노력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이들에게는 중공 뿐 아니라 국민당 역시 평화롭게 살고 있던 자신들의 터전에 들어와 자신들을 억압하는 자들이었으니까요. 이들은 '중화'에 대한 정체성이 약합니다. 이들에게 대만은 대만일 뿐이고 중국은 중국일 뿐이죠. 이들은 중국 대륙과의 통일이 아닌 독립을 지지합니다. 이 독립도 두 가지로 나뉩니다. 바로 중화인민공화국과 중화민국을 분리시켜 양안에 두 개의 중국을 세우자는 온건한 "화독"과 아예 중화라는 정체성을 버리고 대만 그 자체로의 정치성을 내세워 새로운 대만 공화국을 세우자는 급진적인 "대독"으로 나뉩니다.

 

현임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화독파이고 이번에 당선된 라이칭더 후보는 대독파입니다. 화독이든 대독이든 민진당의 주요 지지자들은 독립을 원하기에 중국 공산당 입장에서 이들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훼손하는 반동 분자입니다. 따라서 중공은 국민당과는 그나마 대화하는 반면 민진당은 아예 거들떠도 안봅니다.

 

현재 대만 내부 여론은 통일도 독립도 아닌 애매하게 현상을 유지하자는 목소리가 다수입니다. 이는 양안 관계를 바라보는 한국을 비롯한 주변 이웃 국가들의 외교방침과도 같죠. 대독파는 대만 내에서도 소수입니다. 대만 고유의 정체성을 지닌 대만 공화국은 역사 속에서 한번도 존재하지 않았기에 정치/역사적인 문제가 있고 또 독립으로 괜히 중국 공산당을 자극하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라이칭더 후보는 중국을 방문했을 때도 대독을 거론하며 중국 공산당과 날을 세웠고 또 대만의 공용어에 중국어 뿐 아니라 영어를 추가하려고 시도해 중국 색채를 지우고 싶어하는 사람입니다. 중국 공산당이 매우매우매우 싫어하는 사람이죠. 

 

중국 시진핑은 대만을 얻지 못하면 본인의 권력 기반이 위태로워집니다. 대만 획득을 명분으로 지금 주석 자리를 무리하게 유지하고 있거든요. 그렇기에 본인은 전쟁을 통해서라도 대만을 갖고 싶어할겁니다. 다만 중국 경제가 상상 이상의 속도로 빠르게 붕괴되고 있기에 진짜 전쟁이 날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국민당과 민진당 모두 중국 공산당의 적입니다. 중공 입장에선 국민당은 그나마 대화가 통하는 적인 반면 민진당, 특히 민진당 내 대독파는 대화도 안통하는 적이죠. 때문에 우리 언론의 친중vs반중 헤드라인은 수정이 필요해보입니다. 시청자들 눈에는 국민당이 친'중공' 정당으로 비춰질 수 있으니까요. 분명한건 일단 세계의 시각이 한동안 대만 해협에 집중될 것이고 우리 정부도 예의 주시해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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