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시장님
어제 비가와서 날이 흐리고, 조금 쌀쌀하긴 해도 좋은 아침입니다.
저는 지금 주말 알바를 하러 나와서 오픈 때 까지 대기하는 와중에 글을 적고 있습니다.
저는 현재 취준생입니다. 사실 처음이 아닙니다.
대학원 졸업 후에 전문연구요원으로 대체 복무를 위해 취업 시장에 뛰어들었었습니다.
그때도 1년여 정도를 버틴 후에 간신히 취업 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 원래 사회 생활이 다 그런거라고 생각하며 부당한 부서 변경 및 처우를 버티다가 마지막에 인격모독과 월급으로 장난치는걸 겪고 그만두고 남은 군 생활을 원래 병적이었던 사회복무요원, 흔히 공익으로 마무리 했습니다.
얼마전에 소집해제를 하고 다시 취업시장에 뛰어들게 되었습니다.
저번 취준때는 공채는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했는데 이번엔 공채라는 것도 지원해보고, 나름의 성과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남은 것은 어느 곳에서도 속하지 못하고 주 6일 아르바이트를 하며 버티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저보다 객관적인 스펙이 딸리는데 서류는 통과한 사람들고 수두룩한데 서류 조차 통과하지 못하는 곳이 대부분이라는게 참 충격입니다.
저희 부모님은 저희 부모님 세대가 그러시듯 굉장히 성실한 분들이십니다. 35년여 동안 한 곳에서 직장생활을 하시면서 지각조차 한 적이 없으십니다. 저 또한 최대한 그 모습을 본 받으려 노력해왔습니다.
그리고 어디가서 일 못한다는 얘긴 못들어봤습니다. 물론 대놓고 하는 사람이 어디있겠냐마는, 지금 아르바이트도 단기로 갔다가 스카웃 해 주셔서 장기로 하게 되었고, 이전에는 단기로 아르바이트 갔던 회사에서도 입사 제의를 해 주셨었습니다.
어느 곳이던 정말 열심히 일하고, 잘할 자신이 있습니다. 그런데 서류 조차 줄줄이 통과하지 못하는 결과를 받으니 이 사회에서 버림 받은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대체 어디서 부터 뭐가 잘못된 것일까. 알지 못하니 꼬리에 꼬리를 물다보면 내가 태어난게 잘못인가 하는 생각까지 올라가곤 합니다. 물론 이 생각은 곧 떨쳐버립니다만, 이유를 알지 못하니 답답하긴 매한가지 입니다.
이 또한 지나가리로다. 저도 참 좋아하는 격언입니다. 나이는 어리지만 평탄한 길에서 많이 벗어나 있던 제게 모든걸 포기하고 싶은 순간에도 계속 버틸 수 있게 해준 말이었습니다. 하지만 두번째 터널을 지나면서 이 터널이 끝이 나긴 할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시장님, 올 해 겨울은 여느 겨울 보다 춥고 힘든 겨울이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겨울을 버틸 수 있는 것은 언젠가 봄이 온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시장님이 계신 대구와 시장님께는 그저 따스한 봄이 아니라 치열하게 발전하고 성장하는 여름이 계속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저는 춥고 힘들더라도 언젠가는 봄이 온다고 믿으며 오늘도 하루를 견디며 시장님과 대구의 무궁한 영광과 발전을 기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