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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정치적 운명을 가를 탄핵심판 선고가 오는 4일 진행된다. 탄핵소추안이 접수돼 대통령직에서 내려온지 111일 만이자 탄핵심판 변론 종결 38일 만이다.
헌재는 역대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중 최장기간 평의를 거쳐 선고일을 정할 만큼 오랜 숙고의 시간을 가졌다. 헌재가 국회의 탄핵소추를 인용하면 윤 대통령은 파면되고 기각 또는 각하하면 윤 대통령은 즉시 직무에 복귀한다. 탄핵 인용을 위해서는 재판관 6인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법조계에선 쟁점마다 재판관들의 의견이 달라 평의에 시간이 오래 걸렸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헌법학자들은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을 둘러싼 절차적 정당성과 법리적 타당성에 강한 의문을 제기하면서 기각이나 각하로 결론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시작부터 절차상 하자 "재의결 거쳐야 하고 각하 맞다"
전문가들은 윤 대통령 탄핵심판이 심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부터 헌재가 심판대상과 소추사유를 제대로 정리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지난 1월 13일 열린 헌재의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 준비 기일에 국회 측이 '내란죄'를 소추사유에서 철회하면서 불거진 논란이 대표적이다.
11년간 헌법연구관을 지낸 황도수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윤 대통령 탄핵심판 첫 변론 기일에 국회의 탄핵소추 사유에 내란죄가 포함되는지를 두고 공소장 변경이 불쑥 제기됐다"며 "소추위원(국회 측)이 그런 주장을 했더라도, 헌재는 본격적인 심리도 시작하기 전에 어떻게 처음부터 공소장 변경을 쟁점화할 수 있느냐고 걷어찼어야 했다"고 밝혔다.
황 교수는 "헌재가 어정쩡한 태도로 국민을 혼란 혹은 현혹했다"며 "공소장 변경 제도는 심리를 진행해 보니, 심판대상(소추사유)를 변경해서 재판할 필요성이 있을 때 이용하는 제도다. 심리를 해보지 않은 첫 기일에 이런 논의를 하는 건 '법이 아닌 어떤 의도'를 엿볼 수 있게 한다"고 강조했다.
헌재 헌법연구위원을 지낸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국회 측이 내란죄를 철회한 것에 대해 "윤 대통령을 빨리 파면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국회 측이 윤 대통령 탄핵 소추 사유에서 내란죄 전체를 덜어내기 위해선 국회 재의결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차 교수는 "탄핵소추안 의결한 것과 동일성이 없기에 재의결을 거쳐야 하고 각하하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尹 비상계엄, 중대한 법률 위배 아냐"…내란죄 성립 안돼
절차상 문제뿐 아니라 야당이 줄기차게 주장하는 '내란죄'에 대해서도 중대한 법률 위반이 아니라는 의견이 나온다.
19년 경력의 헌법연구관 및 연구부장 출신 이명웅 변호사는 "(비상계엄은)국회의 권능을 영구적이거나 사실상 상당기간 폐지한 것이 아니다. 내란죄로 보기 어렵다"며 "설령 비상계엄 선포나 국무회의, 계엄군에 대한 지시가 헌법이나 법률 위배라고 하더라도 중대한 것이라 볼 수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형법 제87조에 따르면 내란죄는 국헌문란의 목적으로 헌법에 의헤 설치된 국가기관을 강압으로 전복 또는 그 권능 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비상계엄 당시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고 국회의사당으로 진입한 인원이 김형태 707특수임무단장을 포함한 계엄군 16명에 불과하다는 점도 국헌문란의 목적이 아니었음을 방증한다.
차 교수는 "(국헌 문란) 의도가 있었느냐 없었느냐를 판단하는데 객관적인 정황도 같이 봐야한다"며 "객관적인 정황은 16명의 707 특임단 소속 특전사들이 국회의사당 건물로 투입된 것인데 이 인원으로 누구를 끌어내고 체포할 수 있나"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에 진짜로 국회의원들의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을 방해하기 위해 계엄군을 국회의사당 건물로 진입시켰다면 왜 16명만 보냈고 왜 실탄을 장착 안 시켰나"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것이 내란죄에서도 굉장히 중요하고 탄핵 심판 절차에서도 핵심적인 쟁점이 되는 사실관계"라며 "결과적으로 아무도 체포되지 않았고 끌어내려고 시도한 사람도 아무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검찰 조서를 그대로 가져다 쓴 헌재, 절차적 하자로 각하
헌재의 탄핵심판 과정에서의 절차적 하자도 문제다. 헌재는 지난달 18일 윤 대통령 탄핵심판 9차 변론에서 국회 측이 공개한 조지호 경찰청장의 피의자 신문조서를 증거로 채택한 것이 대표적이다.
황 교수는 "헌재가 증거능력이 없는 검사 작성 조서에 대해 증거능력이 있다고 선언한 뒤, 해당 증인 신청을 모두 거부한 것에서도 절차적 하자가 드러났다"고 못박았다.
이어 그는 "2020년 형사소송법(312조)이 개정됨에 따라 윤 대통령이 동의하지 않으면 증인들의 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는 탄핵심판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며 "헌법재판소법(제40조)에 따르면 탄핵심판은 형사소송법을 준용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형사소송법 절차법을 적용하지 않겠다는 헌재의 입장은 오만이자 위법"이라고 부연했다.
차 교수 역시 "현재 윤 대통령은 내란죄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돼 동일한 사유로 형사 재판과 탄핵심판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며 "형사 재판에서는 증거로 쓸 수 없는 검사 작성 피의자 심문 조서를 탄핵 심판 절차에서 증거로 써서 이를 기반으로 사실관계를 인정할 경우 두 결론이 충돌할 가능성도 상당히 높다. 그렇게 되면 헌법재판소가 후폭풍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특히 법정 증언과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 신문 조서 내용이 충돌하는 것도 문제다. 탄핵소추의 결정적인 증언을 한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과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의 진술이 오염됐기 때문이다.
홍 전 차장은 비상계엄 선포 당일인 지난해 12월 3일 밤 윤 대통령에게 '싹 다 잡아들여'란 지시를 받은 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으로부터 정치인 등 체포 대상자 명단을 듣고 수첩에 받아적다가 "미친놈이라고 생각해 그만뒀다"고 주장했다. 해당 메모는 같은 달 11일 박선원 민주당 의원이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공개했다.
차 교수는 "왼손으로 처음에 공터에서 자기가 왼손잡이라 왼손으로 적느라 흘겨 썼다는데 왼손잡이라서 흘겨 쓴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오른손잡이나 왼손잡이나 똑같다"며 "12월 3일 그 추운 저녁 11시가 넘은 칠흑같이 어두운 밤에 가로등이 있더라도 거기에서 이렇게 전화기 한쪽에 끼고 작성했다는 데 그걸 기억을 못 한다는 것은 납득이 안 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왜 (홍 전 차장 메모 필체가) 박선원 의원 필체와 비슷한지 그 필적 감정을 헌재는 왜 안 한 건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차 교수는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의 증언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홍 전 차장과 곽 전 사령관은 물어볼수록 궁금한 점이 많이 생겼다. 그런데도 추가 질문을 못 하게 해서 그대로 종결하지 않았나"라고 비판했다.
◆국회와 공수처의 졸속 탄핵 '무리수'이뿐 아니라 국회의 탄핵 소추와 수사기관의 수사, 재판절차 등이 졸속으로 진행된 점도 문제가 되고 있다.
대한법조인협회장을 지낸 최건 법무법인 건양 변호사는 "통상 여러 가지 자료 등을 모으고 다른 공범들도 이미 구속된 경우 탄핵 소추한다. 그런데 이번 경우 비상계엄 선포하고 철회하자마자 소추됐다"고 지적했다.
국회는 지난해 12월 14일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을 가결했다. 같은 달 3일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11일 만이다.
이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수사권이 없는 내란죄로 윤 대통령을 구속 수사한 뒤 검찰을 통해 재판에 넘겼다. 윤 대통령 측은 검찰이 내란죄 수사권이 없는 공수처의 증거로 기소한 것은 불법이라는 입장이다.
최 변호사는 "모든 것의 원인은 국회와 공수처"라며 "국회가 지나치게 빨리 소추했고 권한이 없는 수사기관이 수사를 했기 때문에 이런 사달이 벌어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문가 "현재 상태라면, 증거불충분으로 '기각'할 것"
이런 윤 탄핵심판 과정에서의 절차상 하자와 헌법재판관들 사이의 의견 충돌로 기각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황 교수는 "헌재가 '법대로' 재판하기에 충분히 변론과 심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법원의 윤 대통령 구속취소 청구 인용으로 윤 대통령이 석발될 때, 구속취소 사유로 써 놓은 법리가 증거능력 쟁점을 크게 흔들어놓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제 본격적으로 '법리 논쟁'이 시작됐다. 현재 증거 상태로는 윤 대통령을 파면할 수 없다"며 "변론을 재개해서 증거를 더 수집하지 않는 이상 현재 상태라면, 증거불충분으로 기각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 변호사는 "소수의견이 있다면 그 의견에 따라서 사실관계의 기술부터 영향을 받을 수 있어 조율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 사건에서는 법 위반 및 중대성 판단 부분에서 소수의견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내란의 경우가 아닌 한 비상계엄 선포는 고도의 정치 행위이므로 사법심사 대상이 될 수 없다"면서 "(윤 대통령)탄핵은 기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한 총리 탄핵결과에서 드러난 '좌3-중2-우3' … 기각 가능성 높아
헌재가 지난달 24일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안을 기각 5, 각하 2, 인용 1 의견으로 기각한 것도 윤 대통령 탄핵 결과를 미리 보여주는 대목이다. 진보 성향의 재판관들과 보수 성향의 재판관이 극명하게 갈려 인용 정족수인 6명이 안 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법조계에서는 우선 정형식·조한창 두명의 재판관이 각하의견을 냈다는 것에 주목한다. 두 재판관은 "대통령 권한대행은 대통령의 궐위·사고라는 비상상황에서 직무의 공백 및 국가적 기능장애상태 방지를 위하여 대통령의 권한을 대신하여 '대통령의 직무'를 수행하는 자이므로, 권한대행자의 지위는 '대통령에 준하는 지위'에 있다고 보아야 한다"며 "헌법 제65조 제2항 단서에 따른 탄핵소추 의결정족수(국회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를 적용함이 타당하다"고 각하 의견을 냈다.
특히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 하에서 국가적 혼란 발생의 방지 등을 위해 탄핵제도의 남용을 방지할 필요성이 더욱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 심지어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는 한 총리 탄핵소추 과정보다 더 심각한 절차상 하자, 법률위반이 부각되고 있는 만큼 각하주장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법조계의 분석이다.
이번 한 총리 탄핵에서 기각 의견을 낸 5명(문형배·이미선·김형두·정정미·김복형) 가운데 김복형 재판관은 한 총리가 3명의 재판관을 임명하지 않은 것도 위법이 아니라고 의견을 냈다.
그는 "헌법재판관 임명권 행사에 있어 대통령의 작위의무가 있더라도, 국회 선출 재판관을 선출 후 '즉시' 임명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피청구인이 국회 선출 3인을 재판관으로 임명하지 않겠다는 거부 의사를 미리 종국적으로 표시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한 총리가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지 않은 것도 법을 위반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앞서 헌법재판관 8명 전원 일치 의견으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마은혁 재판관 후보자의 임명을 보류한 건 국회 권한을 침범한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을 때도 정형식·김복형·조한창 재판관은 국회 본회의 의결 필요성을 강조하며 보수적 입장을 보였다.
이처럼 3명의 재판관만 각하 또는 기각 의견을 낸다면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도 기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앞서 8인 체제로 처음 선고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심판에선 문형배·이미선·정정미·정계선 재판관이 인용 의견을, 김형두·정형식·김복형·조한창 재판관이 기각 의견을 내서 기각된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
황도수 교수는 "지금 사실 결정문은 다 준비돼 있다고 본다. 인용이 안 되는 쪽으로 나올 것 같다"면서 "한 총리 탄핵 심판 때처럼 지금 세 분 정도는 탄핵 인용을 거부하고 나머지 한 분은 왔다 갔다 하는 분위기라고 예상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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