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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가세요?" … 헌재 앞, 차별적 검문과 침묵의 차벽

뉴데일리

신분증 없이는 지나갈 수 없는 거리. 헌법재판소 앞에서 벌어지는 '무제한 필리버스터'의 현장은, 그 자체로 시민의 자유와 표현의 공간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목소리는 철저히 차단돼 있다.

지난 28일 오후, 서울 안국역에서 헌법재판소까지의 길을 따라 걸으며 만난 현실은 다층적인 경찰 검문과 침묵의 장벽이었다.

헌재를 향해 도보로 이동하려면 두 번의 검문을 거쳐야 했다. 첫 번째 검문은 단순한 목적 확인 절차였다. "어디 가세요?"라는 질문에 검문 뒤에 있는 카페 이름을 댔더니 곧장 길이 열렸다.

그러나 두 번째 관문은 달랐다. 헌재 앞 '대통령 변호인단' 필리버스터 현장 부근에 이르자 경찰은 "관계자냐"고 물었고, 기자 신분임을 밝히고 명함과 신분증을 제시한 후에야 출입이 가능했다.

이곳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을 앞두고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청년 중심의 자발적 국민모임인 대통령 국민변호인단이 무제한 필리버스터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4일 시작된 이 기자회견은 "탄핵 선고까지 청년들이 릴레이 발언을 이어간다"는 취지로, 하루 평균 수십 명이 돌아가며 발언하고 있다. 이는 국회법상 토론을 무제한으로 이어가 표결을 지연시키는 의회 전술인 '필리버스터'를 차용한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목소리는 철저하게 차단되고 있다. 헌재소 앞은 물론, 맞은편 보행로까지도 경찰 버스가 만든 차 벽으로 촘촘하게 둘러싸여 있다. 물리적 장벽은 시민들과의 소통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 확성기 음성은 차 벽을 넘지 못하고, 생명을 건 단식농성도, 무릎이 닳게 탄핵반대를 기원하는 3000배·108배도 가려진다. 사실상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시위’가 돼버린 셈이다.

김혜지 국민의힘 서울시의원은 이날 세 번째로 현장을 찾았다.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헌재 앞에 올 때마다 차 벽 수는 더 늘어나 있고, 오늘은 심지어 철제 울타리까지 생겼다"며 "20대 여성이 태극기를 들고 지나가는데 유독 그 사람에게만 '어디 가냐?'고 묻더라. 같은 시각 경복궁 삼거리에서는 '윤석열 파면'을 외치는 10여 명이 도로변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었지만, 아무 제지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집시법상 구호 제창도 집회에 해당한다던데, 특정 집단에만 경계가 강화되는 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경찰은 '공공의 질서 유지와 안전 확보'를 이유로 들고 있다. 그러나 그 기준과 집행 방식에 대해선 의문이 잇따른다. 차 벽 설치는 집회·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이나 시행령에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다. 경찰은 관행적으로 "필요한 경우 물리적 장벽을 설치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차 벽을 운용하고 있지만, 헌재결정(2011.6.30, 2009헌마406)에 따르면 "급박하고 명백하며 중대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비로소 취할 수 있는 거의 마지막 수단에 해당하므로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는 것은 일반적 자유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시한 바 있다.

검문 역시 마찬가지다. 형사소송법이나 경찰관직무집행법 등에 따라 경찰은 일정한 조건에서 검문·검색을 할 수 있지만, 그 역시 '상식적 기준'과 '과잉 금지의 원칙'을 따라야 한다. 명확한 위험 요소 없이 단지 정치적 표현에 기반한 집회 참가 여부를 이유로 출입을 막는다면, 이는 '표현의 자유'와 '평등권'을 침해하는 행위로 간주할 수 있다.

실제로 최근에는 검문 대상의 편향성에 대한 지적도 커지고 있다. 우파 성향 시민들이 진행하는 탄핵 반대 집회에는 유독 검문과 차 벽이 집중되는 반면, 좌파 진영의 피케팅이나 구호 제창에는 상대적으로 관대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선택적 검문', '선택적 통제'는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야 할 경찰의 기본 책무를 무색하게 만든다.

문제는 이 같은 편향이 일시적인 사건이 아니라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5일 서울 서초구 남태령 일대에서 탄핵 반대 측이 3곳의 집회를 신고했지만, 이 중 2곳은 '동선 중복'을 이유로 불허됐다. 같은 장소에서 탄핵 찬성 집회는 먼저 집회를 신청했다는 이유로 문제 없이 진행됐다.

김 시의원은 "일각에선 경찰이 중국에서 용역 계약을 맺었다는 괴담까지 나돈다"며 "경찰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임에도, 그 어떤 공식 입장이나 해명도 없다. 경찰은 자신들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시민 앞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가둬 놓고 있어서 마이크 음성이 앞으로 뻗어나가지도 않아 굉장히 답답하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민주주의의 꽃은 집회와 표현의 자유다. 그리고 경찰은 이를 보장하는 최전선이어야 한다. 그러나 오늘날 헌재 앞에서 벌어지는 풍경은, 경찰이 그 꽃을 스스로 꺾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묻게 한다.



http://www.newdaily.co.kr/site/data/html/2025/03/29/202503290001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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