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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전 150승' … 비결은 62년간 이어온 사법부-선관위 카르텔

뉴데일리

"누구도 자신의 사건에서 재판관이 될 수 없다(nemo iudex in causa sua)."

17세기 권리청원을 주도한 영국의 에드워드 코크 경이 라틴어로 정리한 법 격언이다. 재판이 공정해지려면 먼저 편견이나 이해 상충 관계에 놓일 수 있는 재판관을 배제해야 한다는 당연한 이치다.

하지만 이 당연한 이치가 적용되지 않는 곳이 있다. 바로 4·19 혁명 직후 장면 정권 때 3차 개헌으로 만들어진 '선거관리위원회'다. 무엇보다 판사가 각급 선관위원장이 되도록 하면서 사법부와 선관위는 한몸처럼 여겨졌다.

선거무효 등 부정선거와 관련해 소송이 벌어지면 선관위는 사실상 피고 측이지만 판사가 위원장인 조직을 상대로 동료 판사의 법정에 소송을 제기하는 셈이다. 이 때문에 선거소송은 재판부 구성에서부터 '편견 배제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특히 중앙선관위는 대통령 임명 3인, 국회 선출 3인, 대법원장 지명 3인의 위원으로 구성한다. 위원장은 위원 중에서 호선한다(헌법 제114조 제2항)고 명시돼 있지만 관례적으로 대법원장은 1인의 대법관과 2인의 법관을 중앙선관위원으로 지명하고 그중 대법관이 중앙선관위원장을 맡는다. 17개 시도 선관위 위원장들도 현직 판사가 맡고 있다.

헌법기관 구성원이 또 다른 헌법기관의 장이 되는 것은 독립기관의 자기모순이다. 중앙선관위원장은 국회의장·대법원장·헌재소장과 더불어 5부 요인으로 꼽히지만 본직은 대법원 소속 대법관이다. 선관위 직원이 대법원에 가서 결재를 받는 기이한 구조다.

◆최근 5년간 선관위에 제기된 부정선거 182건…150건 기각·각하

실제 최근의 선거소송 사례를 살펴보면 선관위·사법부 카르텔의 위력이 잘 드러난다. 최근 5년간 선관위에 제기된 부정선거 관련 소송 중 종결된 건은 모두 선관위가 승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5일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21·22대 총선(2020·2024년)과 20대 대선(2022년)에서 제기된 부정선거 관련 소송은 총 182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현재 소송 진행 중인 32건을 제외한 150건은 모두 기각, 각하, 소취하 결정이 나며 피고인 선관위의 승소로 종결됐다. 하지만 이 기간 선관위의 선거관리에 부실이 드러나면서 석연치 않은 대목이다.

대표적으로 국가정보원은 2023년 10월 선관위가 해킹에 취약하다고 보고서를 발표했다. 국정원은 한국인터넷진흥원과 합동 점검한 결과 선거인명부시스템과 개표시스템, 사전투표시스템 등에서 보안관리가 미흡해 외부에서 개표 결과 값까지 변경할 수 있을 정도로 해킹 공격에 구멍이 뚫려 있다고 분석했다.

이미 선관위는 2023년 5월부터 지난 2년간 북한으로부터 해킹을 8차례 당했음에도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었다. 국정원은 선관위가 2021년 북한 소행의 악성 코드에 내부 인터넷 PC가 감염돼 외부로 문건이 유출됐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문제는 해킹 피해를 받고도 '헌법상 독립기관'임을 명분으로 내세워 국정원과 행정안전부의 보안 점검 권고를 거부했다는 것이다. 이후 사회적 비난 여론이 커지자 선관위는 국정원으로부터 일부 보안점검을 받아들이게 되지만 선관위 전산시스템 비밀번호가 12345인 점이 드러나면서 또 한 번 부실 관리에 대한 우려를 안겼다.

앞서 선관위는 20대 대선에서 '소쿠리 투표' 파문으로 노정희 중앙선관위원장이 취임 후 44일 만에 물러나기까지 한 바 있었다. 노정희 위원장은 화천대유 50억 클럽 의혹의 권순일 대법관이 선관위원장을 겸임하다 물러난 뒤 후임으로 온 인사다.

현 노태악 위원장 역시 권순일·노정희 전 위원장들과 함께 문재인 정부의 김명수 대법원장이 임명한 대법관들이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특히 노 위원장 시절 문제가 불거진 선관위 채용 비리 경우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부터 2021년 사이 집중적으로 있었다는 것이 밝혀졌다.

여권 한 관계자는 "선관위가 시간을 거듭하며 무소불위 권력기관으로 진화했고 공정성을 내건 '유권해석'이 오히려 정치적 중립성을 저해한다는 비판론도 제기되고 있다"면서 "소쿠리 투표 논란, 북한 선관위 해킹시도 은폐 의혹 등이 불거졌음에도 모든 선거재판에서 승소한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세자' 아들 특혜채용한 김세환 전 사무총장 구속영장 기각게다가 채용비리·금품수수 등으로 범죄 사실이 분명했음에도 판사는 선관위에 대한 영장을 모조리 기각시켜 법 집행기관이 부정선거 수사와 조사를 할 수 없도록 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를테면 지난해 감사원이 선관위의 2013년부터 10년간 진행한 291차례 경력직 채용을 전수조사한 결과, 1200여건의 규정 위반을 적발해 특혜 채용 비리에 가담한 선관위 전·현직 직원 27명을 대검찰청에 수사 의뢰했다.

이중 노정희 위원장 시절 사무총장을 지낸 김세환 전 사무총장(장관급)은 아들 김모 씨에게 유리하게 선관위 채용 절차를 진행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들 김씨는 강화군청에서 일하다 2020년 1월 경력 채용을 통해 인천 선관위로 이직했고, 반년 만에 7급으로 승진했다. 채용 면접에는 내부 위원 3명이 면접관으로 참여했는데 모두가 김 전 사무총장과 인천에서 같이 일했던 직장 동료였다.

이들 중 2명이 김씨에게 만점을 줬고 나머지 1명도 5개 평가 항목 중 4개 항목에 최고점인 '상'을 준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검찰은 선관위가 김씨를 위해 일부러 인천 선관위 선발 인원을 늘리고 '5년 동안 다른 지역으로 옮길 수 없다'는 채용 조건도 없앴다고 봤다.

김 전 사무총장은 채용 당시 중앙선관위 사무처 2인자인 선관위 사무차장(차관급)을 맡고 있었다. 이 때문에 선관위 직원들은 내부 메신저에서 아들 김씨를 '세자'로 부르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런 중대한 범죄사실이 드러났음에도 당시 법원은 영장을 기각했다. 법원 측은 "사안이 중하기는 하나, 증거인멸 가능성이나 도망 염려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라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딸 부당채용한 송봉섭 전 사무차장 구속영장도 기각

김 전 사무총장과 마찬가지로 선관위 경력채용에서 자녀를 부당하게 채용시킨 혐의를 받는 송봉섭 전 사무차장도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그는 2018년 1월 자신의 딸 송모 씨가 충북선관위 공무원 경력 채용에서 부당하게 채용되도록 한모 전 충북선관위 관리과장과 공모한 혐의를 받는다. 송 전 차장은 논란이 일어난 후 사퇴했다.

당시 중앙선관위 사무차장으로 재직 중이었던 송 전 차장이 한 전 과장에게 채용을 청탁했고 한 전 과장은 채용 절차가 진행되기 전 딸 송씨를 합격자로 내정한 채 채용 절차를 형식적으로 진행했다고 검찰은 파악했다. 당시 딸 송씨는 충남 보령시청에 근무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 과장은 해당 경력 채용에서 자신의 고교 동창 딸인 이모씨를 충북선관위 공무원으로 채용하도록 한 혐의도 받는다. 경력 채용자 대상 지역을 이씨의 거주 지역으로 정하는 등 이씨를 합격자로 내정한 채 채용 절차를 형식적으로 진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하지만 당시 법원은 "공무원 채용절차의 공정성과 관련된 중대한 사안이기는 하나 관련 증거가 대부분 확보돼 있고 피의자가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과 친분관계를 유지하며 연락하고 있다는 사정만으로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하며 구속을 기각했다. 한모 전 과장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 사유도 같았다.

◆2012년 불법 정치자금 수수 임좌순 전 사무총장 영장도 기각이러한 법원과 선관위의 카르텔은 과거에도 여실히 드러났다. 2012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저축은행비리 합동수사단은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에게서 3억원 가량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임좌순 전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는 2000~2004년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을 지낸 뒤 2005년 고향인 아산 지역구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당시 여당이던 열린우리당 공천으로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이후 2010년 지방선거에서 충남 아산시장 후보로 출마했을 당시 김 회장에게서 선거자금 명목으로 돈을 받은 혐의를 받았다.

합수단은 임 전 사무총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영장을 두차례나 기각했다.

당시 검찰 관계자는 "법원이 입증을 못 했다고 해서 혐의를 추가로 입증했고 추가 수수액도 다 밝혀냈다"며 구속영장 기각에 반발했다.

이후 임 전 사무총장은 1심에서 징역 10월에 추징금 2억7000만원을 선고받았고 항소심과 상고심에서도 같은 형이 확정됐다.

이에 대해 법조계 한 인사는 "지난 5년간 부정선거 소송에서 선관위가 150전 150승한 것도 현직 법관이 선관위 최상층을 차지하고 있는 것과 무관하다고 보기 힘들다"면서 "62년 전 만들어져 시대에 뒤떨어진 선관위 제도를 이제는 확실히 뜯어고칠 때"라고 지적했다.



http://www.newdaily.co.kr/site/data/html/2025/03/05/202503050012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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