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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오는 20일로 예정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10번째 변론 기일을 미뤄달라는 윤 대통령 측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그대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심지어 국회 측 탄핵소추 변호인단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 대통령이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국회의원들을 체포하라'고 지시했다는 검찰 수사기록을 공개하자 헌재는 증거로 채택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 측이 검찰조서를 헌법재판의 증거로 사용하는 것을 두고 계속해서 반발해 왔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다. 결국 헌재가 '탄핵 인용'의 답을 정해놓고 재판을 형식적으로 서둘러 마무리하려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18일 윤 대통령 탄핵심판 9번째 변론기일을 시작하면서 "평의 결과 10차 변론기일을 2월 20일 오후 2시로 지정했다"고 했다.
문 권한대행은 "(윤 대통령 내란죄 사건의) 첫 공판 준비 기일은 오전 10시이고 오후 2시에 탄핵심판을 잡으면 시간적 간격이 있는 점, 변론기일에 당사자와 재판부, 증인의 일정을 모두 고려해야 하는데 재판부가 주4일 재판하고 있고 증인 조지호 경찰청장에 대한 구인영장 집행을 촉탁해야 하는 점, 10차 변론기일은 윤 대통령 측이 신청한 증인 3명을 신문하는 점 등을 종합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증인으로 채택된 조 청장이 건강상 이유로 두차례 불출석하자 강제구인하기 위해 구인장을 발부하고 서울동부지검에 집행을 촉탁(요청)했다고 밝혔다.
조 청장은 12·3 비상계엄 당시 윤 대통령이 국회의원들의 국회의사당 출입을 막았는지, 의사당 내부 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했는지, 정치인 등에 대한 체포를 지시했는지에 대해 증언할 수 있는 핵심 증인 중 한 명이다. 내란 중요 임무 종사 및 직권남용 혐의로 구속 기소된 조 청장은 현재 보석이 인용돼 석방된 상태다.
앞서 헌재는 10차 변론기일을 20일로 지정하고 한덕수 국무총리와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 조지호 경찰청장에 대한 증인 신문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그러자 윤 대통령 측은 지난 14일 "형사재판 일정이 있어 준비가 어렵다"며 오는 20일로 예정돼 있는 10번째 변론 기일을 25일로 미뤄달라고 요청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는 20일 오전 10시 윤 대통령 내란죄 사건의 첫 공판 준비 기일과 구속 취소 청구 심문을 연다.
이에 대해 한 법조계 인사는 "사람이 몸이 두 개가 아닌데,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상당히 곤란한 상황"이라며 "헌재가 답을 정해놓고 재판을 빨리 끝내기 위해 고의적이라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검찰조서 공개하고 '막가파'식 증거 채택
또 이날 윤 대통령이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국회의원들을 체포하라'고 지시했다는 검찰 수사기록이 공개됐다. 국회 측 탄핵소추 변호인단은 윤 대통령 탄핵심판 9차 변론에서 '소추 사유 입증을 위한 증거'로 조 청장의 피의자 신문조서(피신조서) 일부를 공개했다.
조 청장은 수사기관에서 "전화를 받았더니 대통령은 저에게 '조 청장! 국회에 들어가는 국회의원들 다 잡아. 체포해. 불법이야'라고 했다. 뒤의 5회 통화 역시 같은 내용이었다. 대통령이 굉장히 다급하다고 느꼈다"고 진술했다.
조 청장은 지난해 12월 3일 오후 11시 30분쯤부터 다음 날 오전 1시 3분쯤까지 윤 대통령으로부터 이 같은 내용으로 총 6회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아울러 조 청장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계엄 당시 첫 번째 통화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우원식 국회의장, 김동현 판사를 포함해 15명을 불러줬고 두 번째 통화에서 "한동훈(전 국민의힘 대표) 추가입니다"라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국회 측은 여 전 사령관의 진술도 공개했다. 그는 군검찰 조사에서 "14명을 특정해 체포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비상계엄 직후 장관으로부터 처음 들은 게 맞다"며 "(대통령이 평소에) 비상조치권을 사용하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해야 한다는 말을 한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국회 측은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의 진술까지 더해 "체포 대상자의 명단이 거의 일치한다"며 "체포 대상자 명단의 존재, 대상자에 대한 체포 지시가 있었다는 점은 증거에 의해 충분히 뒷받침된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 변호인마저 항의 퇴장…"35년 경력에 이런 재판은 처음 본다"
이날 변론에서 국회 측이 수사기록을 증거로 제시하자 윤 대통령 측은 거세게 항의했다.
헌법재판관 출신 조대현 변호사는 "법정에 증인으로 나오지 않은, 피청구인(윤 대통령) 측에서 반대신문으로 신빙성을 탄핵할 수 없는 진술 조서에 대해 증거로 조사하는 것은 법률(형사소송법)에 위반된다"며 "증거 조사 대상에서 제외해달라"고 했다.
조 변호사는 "그런 진술 조서의 진술 내용까지 증거로 조사하면 형사재판 절차에서 증거로 쓸 수 없는 것을 탄핵심판 절차에서 증거로 썼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재판부의 증거 (채택) 결정은 이미 4차 기일에 이뤄졌다. 지금 이의신청하는 것은 기간을 놓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이미 그 점에 대해서는 두차례 이상 재판부의 의견을 밝혔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3심제도 아니고, 단심제인 헌법재판소에서 '이의신청 기간' 운운하는게 적합한 것이냐는 비판도 쇄도하고 있다.
조 변호사는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가방을 들고 심판정을 나갔다. 탄핵심판은 형사소송법을 준용해 진행하는데 2020년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공범의 피신조서도 피고인이 인정하지 않으면 형사재판 증거로 쓸 수 없다. 이를 헌재가 지키지 않는 것에 대해 항의 차원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출신 김익현 변호사(법무법인 서휘)는 이날 한 유튜브채널에 출연해 "35년 경력에 이런 재판은 처음 본다"면서 "상당히 불공정도 아니고 저는 극히 불공정하다고 보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헌재가 그래도 신뢰를 많이 받는 기관이었는데, 최근에 이렇게 된 걸 보면 헌재에 문제가 있다는 걸 국민들도 상당수가 알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라고 말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의 경우 20회 가까이 변론 기일을 지정한 것으로 보이는데, 윤 대통령의 경우에는 지금 연장이 되어서 간신히 10회 정도 예정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헌재가 또 비난받는 것은 '선택적인 신속성'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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