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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비명(비이재명)계 인사와의 연쇄 회동에 이어 정의당 출신 인사들을 당에 영입하는 등 통합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민주당 지지율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진보 진영의 세력을 넓히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한때 당내 최대 정적이던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의 만남 가능성에 대해서도 주목하고 있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는 전날 정의당 배진교·윤소하·추혜선 전 의원을 민생 특보로 임명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민주진보진영의 단결과 민주주의의 완전한 승리를 위해 민주당에 입당한다"고 밝혔다. 이들 전 의원은 정의당에서 원내대표를 맡았다.
민주당 관계자는 정의당 출신 인사 영입에 대해 "통합 행보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 2중대'라는 비판을 받은 정의당은 제22대 국회 원내 진입에 실패했다. 민주당 지지율이 최근 답보 상태에 머물자 이 대표가 정의당 출신의 인사들을 영입해 범야권 지지층 끌어모으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비명계 인사들과도 연이어 접촉하며 당내 세력을 규합하고 있다. 지난 13일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만난 뒤로 오는 24일 김부겸 전 국무총리, 27일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만날 예정이다. 비명계 대권 주자로 꼽히는 이들은 최근 이 대표 체제의 민주당에 쓴소리를 날리며 통합 행보를 요구해 왔다.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공천에서 탈락해 '비명횡사' 논란의 피해자로 꼽힌 박용진 전 의원도 이 대표와의 만남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이처럼 이 대표가 당 안팎의 인사들을 포용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또 다른 야권 잠룡인 이낙연 전 총리와는 거리를 두고 있다. 이 전 총리는 지난해 1월 "민주당이 '1인 방탕' 정당으로 변질됐다"며 민주당을 탈당한 뒤 신당을 창당해 지금은 새미래민주당에 몸을 담고 있다. 그 이후로 이 대표와 이 전 총리가 공식적으로 만난 적은 없다.
친명(친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전날 YTN 라디오에 나와 이 대표와 이 전 총리의 만남 가능성에 대해 "김부겸 전 총리나 김경수 전 지사는 아직 민주당 당원이다. 그러나 이 전 총리는 민주당을 탈당해 정당을 만들었다"며 "이 전 총리와의 간극이 너무 멀어져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일축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당의 분위기나 인식을 보면 이 전 총리는 이미 민주진보진영을 떠난 사람"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민주당 의원은 "이 대표에게 선과 도를 넘는 발언을 이어가고 있는데 굳이 만날 필요가 있겠나"라고 말했다.
이 대표와 이 전 총리는 악연이 깊다. 지난 대선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 자리를 놓고 경쟁했던 둘은 '명낙대전'으로 불릴 만큼 서로에게 네거티브 공세를 펼쳤다. 나중에 밝혀졌지만 당시 이 대표의 대장동 특혜 비리 의혹을 언론에 최초로 제보한 것도 이 전 총리 측근이었다. 이후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은 '수박'이라는 별칭을 써가며 이 전 총리와 친낙(친이낙연)계를 괴롭혔다. 친낙계는 지난해 총선 공천 과정에서 대거 탈락하며 22대 국회에서 자취를 감췄다. 일부 전직 의원들만이 비명계 원외 모임인 '초일회'에서 활동하며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다.
조기 대선이 가까워진 상황에서 민주당이 정권 교체를 하려면 결국 이 전 대표 측과 힘을 합칠 수밖에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민주당 대표를 지내고 문재인 청와대 국무총리 출신인 이 전 대표의 지지층 흡수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민주당 소속 한 전직 의원은 "2017년 대선 때 문재인은 큰 흠이 없었는데도 41% 득표율을 얻었다. 홍준표와 안철수를 합하면 이것보다 높은 45%였다"며 "더군다나 이재명은 0.7%포인트 차로 대선에서 졌기에 티끌이라도 모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이재명 지지자들의 힘만으로 대선 승리를 할 수 없다. 진보 대연합을 해도 팽팽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하지만 이 전 총리가 몸담은 새미래민주당은 이 대표의 집권을 저지하겠다는 방침이다. 전병헌 새미래민주당 대표는 지난 13일 창당 1주년 기자회견에서 "민주당이 이 대표를 대선후보로 확정한다면 넓은 정치 연합으로 반(反)이재명, 이재명 집권 저지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새미래민주당 관계자는 "이 대표는 진정으로 통합을 원하지 않으며 자기에게 복종하길 원하는 사람이다. 통합 행보라면서 비명계 인사와 만나는 것도 국민을 속이기 위해 사진 한 장 남기기 위한 것"이라며 "그런 행태를 아는데 이 전 총리가 이 대표와 만날 일이 있겠나"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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