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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최근 이른바 '행번방' 사태에 대해 경찰 수사를 요청했다.
헌법재판소는 13일 언론 공지를 통해 "최근 보도되고 있는 온라인 카페에 대해 문 권한대행의 입장은 다음과 같다"며 "해당 카페는 동창 카페로서 경찰은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수사해 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카페 해킹에 대한 철저한 수사도 바란다"고 덧붙였다. 즉, 동창 카페에 게시된 음란물 댓글이 '해킹'에 의한 조작이라는 것이 문 권한대행 입장이라는 것을 내비친다.
다만, 이번 해명에서 문 권한대행이 음란물 게시에 대한 인지와 시청에 대한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앞서 문 권한대행이 가입‧활동한 '경남 진주 대아고등학교 15회 동문 온라인(다음) 카페'에서 수년에 걸쳐 수천 건의 음란물이 게재‧공유돼 파문이 일파만파로 확산된 됐다. 카페 관리자가 해당 글을 뒤늦게 모두 삭제 조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성난 민심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해당글 중 '청소년' 관련 음란글이 다수 포함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데다 해당 카페에서 활발히 활동한 문 권한대행이 이를 방관‧묵과한 데 대한 분노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도 이 사태를 '행번방'(N번방에 빗댄 말)이라 칭하며 문 권한대행의 도의적 책임을 촉구하고 나섰다.
대아고 15회 동문으로 구성된 다음 카페의 '유머방'란에 게재된 약 2000건의 음란 게시글이 대부분 삭제됐다. 대아고 15회 동문인 카페 관리자가 이날 오전부터 차례로 삭제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아직 10건의 글은 그대로 남아있다.
대아고 15회 동문 카페의 '유머방'에는 2009년부터 2021년까지 2000건 이상의 음란 게시물이 게재돼 있었다. 해당글의 작성자는 K 씨로, 문 대행의 동문이다.
글 중에는 '친구 누나' '여자가 그리워서' '특별한 밤' 등과 같은 제목의 음란글이 게재됐다. 더욱 큰 문제는 고등학생과의 원조 교제, 노인과 청소년의 관계 등을 적나라하게 묘사한 청소년 관련 음란글과 사진도 다수 게재됐다는 점이다.
문 권한대행의 동문은 이런 글에 답글 혹은 댓글을 달며 음담 패설을 이어갔다. 한 게시글 당 조회수는 적게는 30회, 많게는 100회까지 육박했다. 해당 카페의 회원수가 단 77명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다. 회원수는 논란이 불거진 후 현재 1211명까지 증가한 상태다.
물론 해당글은 대부분 K 씨에 의해 작성됐지만 문 권한대행도 비판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문 권한대행은 스스로 '형배는 나보다도 자주 오네'라는 J 씨의 말에 "'자주 가는 카페'로 등록이 돼 있다"고 밝혔을 뿐 아니라 여러 차례 글과 댓글을 남겨 동문과 소통할 만큼 활발히 활동했다.
특히 음란물을 주도적으로 게재한 K 씨의 다른 글에서도 문 권한대행의 댓글이 다수 포착됐다. 심지어 문 권한대행은 K 씨의 음란물이 게재된 같은 날, K 씨의 다른 글에 댓글을 남겼다. 문 권한대행이 K 씨의 음란글 게재 사실을 모를 리 없었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일례로 문 대행은 2012년 2월 7일 부산고등법원 부장판사로 승진한 자신을 축하하는 K 씨의 글에 "진주에 오면 친구들 자주 만날 줄 알았는데 그러지 못해 미안하다. 어쨌거나 잘 지내다 간다. 고맙다"라고 댓글을 남겼다. 같은 날 '유머방'에는 '만득이의 OOO'이라는 제목의 K 씨 글이 게재됐다.
마찬가지로 문 권한대행이 해당 카페에 댓글을 남긴 ▲2010년 1월 26일 ▲2011년 3월 9일 ▲2011년 5월 19일, 7월 12일 ▲2012년 1월 18일, 2월 3일, 2월 7일 등 같은 날에도 '유머방'에는 음란글이 게재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문 권한대행의 도의적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측근들의 불법 행위에 대해선 눈 감으면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을 할 자격이 있냐는 것이다.
현재 헌법재판소 공식 홈페이지의 '참여‧소통'란에는 대아고 카페 음란물 관련 문 대행의 해명을 촉구하는 글이 폭주하고 있다. 전날부터 이날까지 약 500건 이상의 글이 올라와 있다.
누리꾼들은 "음란수괴 문형배 판사를 탄핵하라" "문형배 판사, 음란물 카페 회원이 사실인가" "N번방 문형배 판사를 징계 및 파면하라" "문형배 음란방 수사 받아라" "행번방 문형배는 사퇴하라!" 등이라며 분개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문 대행의 결자해지를 촉구하고 나섰다. 윤희숙 여의도연구원장은 이날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서 "헌재소장 권한대행이라는 분이 음란물을 계속 올리는 사이트(카페)에 같이 있었다고 한다. 보통 사람 같으면 나왔을(탈퇴했을) 것"이라며 "동문들이 있는 곳이니까 야단치기 뭐 했다고 하더라도 본인이 나왔을 것"이라고 일갈했다.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N번방 사건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보며 문 재판관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라며 "법으로 죄를 단죄하는 재판관의 이런 기행과 민낯에 국민께서 사법부에 대한 불신을 넘어 환멸을 느끼지 않을까 우려된다. 문 재판관은 이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밝혀 달라"고 촉구했다.
법조계에선 낯 뜨겁다는 반응이다. 해당 카페에서 활동한 이력만으로는 처벌 여부를 논하기 어렵지만 문 권한대행이 현재 헌재 수장을 맡고 있는 만큼 위법성만을 잣대로 삼을 일이 아니라는 의견이 나온다.
최건 법무법인 건양 변호사는 "미성년자가 등장하는 음란글은 영상 및 도화(사진)가 아니라서 아동청소년법 처벌 대상이 되지는 않지만 경우에 따라 정보통신망법 위반이 될 여지는 있다"며 "단순히 글만 작성했다 하더라도 음란물 내지는 청소년유해매체물에 해당된다는 게 판례"라고 설명했다.
정보통신망법 제42조의2(청소년유해매체물의 광고금지)에 따르면 누구든지 청소년유해매체물을 광고하는 내용의 정보를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부호·문자·음성·음향·화상 또는 영상 등의 형태로 청소년에게 전송하거나 청소년 접근을 제한하는 조치 없이 공개적으로 전시해서는 안 된다.
최 변호사는 "이 때문에 단순히 시청하거나 방관한 사람을 법적으로 처벌하긴 어렵다"면서도 "법조인이 불법 행위를 보고도 방관하거나 묵과했다는 건 크나큰 문제다. 특히 헌재소장으로선 더욱 윤리적으로나 도덕적으로나 옳지 않은 일"이라고 지적했다.
판사 출신의 또 다른 변호사도 "망신이 따로 없다"며 "정황을 봐선 문 대행도 (불법성을) 인지하고 있었을 텐데 다른 사안도 아니고 성 문제를 등한시했다니 같은 법조인으로서 부끄럽다"고 비판했다.
http://www.newdaily.co.kr/site/data/html/2025/02/13/202502130009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