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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파면 여부가 헌법재판소에서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의 대권 싸움은 이미 시작됐다. 친문(친문재인)계가 개헌론을 고리로 이재명 대표를 압박하고 나선 가운데 친명(친이재명)계는 문재인 정부 실책론을 중심으로 반발하고 나섰다.
'친문 적자'로 불리는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는 4일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 불안을 해소하는 개헌에 대해 민주당이 소극적일 이유가 없다"며 "우선은 정권 교체, 곧 민주당의 대선 승리가 탄핵의 완성이다. 그러나 탄핵의 종착지는 내란과 계엄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드는 개헌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여기에 대통령의 권력을 어떻게 분산시키고 견제와 균형 시스템을 어떻게 강화할지 함께 정해야 한다"면서 "개헌에 신중한 이재명 대표의 고뇌를 모르지 않는다. 그러나 정치권은 책임 있게 탄핵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 (이 대표가 앞장서 추진하면) 저 또한 지지하고 함께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전 지사의 개헌론은 비단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다. 또 다른 친문 대권 주자로 분류되는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제7공화국 출범이 필요하다"고 했고, 김부겸 전 국무총리도 이 대표가 대선에 나온다면 개헌 시점과 내용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 출신인 정대철 헌정회장을 중심으로 원로들에게서도 개헌 요구가 나온다. '나라를 걱정하는 원로 모임'은 3일 서울 여의도에서 모임을 가지고 "4년 중임 분권형 대통령제 혹은 내각책임제를 중심으로 하는 개헌을 해야 한다"며 "늦어도 차기 대선에 맞춰 개헌 국민 투표를 실시하자"고 했다.
반면 이 대표와 친명계는 부정적이다.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회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지금은 내란 극복에 집중할 때라는 게 내 생각"이라며 개헌론에 부정적으로 반응했다.
이 대표의 오른팔로 불리는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도 "대통령 파면 절차가 진행되고 있기에 그 과정에 집중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아직 논의할 시기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개헌과 함께 친문계 또 다른 공세 지점은 '이재명 일극 체제'다. 문재인 정부의 황태자로 불리는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전날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말 지지율이 40%를 넘었고 역대 유일하게 레임덕이 없는 정부였다는 사실에는 눈을 감아버렸다"며 "이재명 후보가 부족했고 당의 전략이 부재했음을 온전히 받아들여야 비로소 이기는 길이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친명계가 지난 대선에서 패배를 문재인 전 대통령과 친문 인사들의 '비협조'를 꼽고 있는 것에 대한 반발이다. 친명 인사들은 2022년 대선 직전 이재명 대표가 요구했던 추가경정예산(추경) 증액을 문재인 정부가 거부한 점을 특히 불쾌하게 여긴다. 이 대표도 당시 홍남기 전 경제부총리의 반대 의사에 "책임을 물을 정도의 발언"이라며 불쾌함을 표했다.
게다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등 이 대표와 민주당 경선에서 경쟁했던 대권 주자들이 이 대표의 대선 유세에 적극적으로 나서주지 않은 점 등에 대해서도 섭섭한 마음이 크다.
친문계에서는 친명계의 이런 자세를 '책임 떠넘기기'라고 보고 사과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김 전 지사는 "2022년 대선 이후 치러진 지방선거와 총선 과정에서 치욕스러워하며 당에서 멀어지거나 떠나신 분들이 많다"며 "진심으로 사과하고 기꺼이 돌아오실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노무현 전 대통령을 모욕하고 문재인 전 대통령을 일방적으로 폄훼했던 언행들에 대해서는 발언 당사자의 반성과 사과는 물론 당 차원의 재발 방지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친명 인사들은 이마저도 불쾌한 모습이다. 지난 대선 패배에 대한 입장이 여전히 문재인 전 대통령과 그 주변 인사들의 책임이라고 본다.
'강성 친명'으로 불리는 양문석 민주당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당신들만 노무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을 사석에서는 이리저리 흉보며 씹고 공석에서는 찬양할 수 있는 그런 특권을 부여받았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너그 노무현팔이, 문재인팔이 마이 해무따 아이가. 인자는 고마해라"고 했다.
또 다른 친명계 최민희 민주당 의원도 "2022년 지방선거 때 가장 많이 들었던 욕은 '대통령·지방선거·총선까지 몰아줬는데 민주당은 뭐 했나' '부동산 가격 폭등에 세금은 천정부지, 표 달란 염치가 있느냐'였다"면서 "그나마 이재명 후보라 0.73%포인트 석패였다"고 부연했다.
양측의 이전투구가 계속되면서 당내 우려도 적지 않다. 이 대표가 직접 메시지를 내고 당내 갈등 봉합에 나서기도 했다. 이 대표는 전날 "작은 차이로 싸우는 일은 멈추고 총구는 밖으로 향했으면 한다"며 "저 또한 여러 지적을 겸허히 수용하면서 함께 이기는 길을 찾는 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둔 민주당의 양 계파 간의 해묵은 갈등은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당내 인사들의 공통적 견해다.
민주당의 한 중진의원은 뉴데일리에 "사실 이 대표와 문 전 대통령의 갈등 자체가 2017년 대선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하기에 치유가 가능할지 잘 모르겠다"면서 "이후 양측에 오해가 많이 쌓였고 이런 점들은 어떤 쪽에서 통 크게 밀고 나가느냐가 결국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 대표와 문 전 대통령 사이의 갈등은 2017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에서부터 시작됐다. 경선 후보로 나선 두 사람은 날 선 공방을 주고받으며 당내 토론회 등에서 부딪쳤다.
이후 2018년 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서는 혜경궁 김 씨 논란이 불거졌다. 김혜경 씨로 보이는 트위터 아이디가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방했다는 주장을 당시 이 대표의 경쟁자인 친문 핵심 전해철 전 의원이 꺼내 들었다. 법정 공방까지 벌어지며 양측의 감정은 상할 대로 상했다.
이후 문 전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사절단을 꾸리는 상황에서 경기도지사 신분이던 이 대표를 빼놓고 가기도 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등도 참석한 상황에서 북한과 접경지를 맞댄 경기도의 수장이 제외된 것을 두고 친명계는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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