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물고문 논란' 미군기지 관타나모에 불법체류자 수용 지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대 3만 명의 불법 이민자를 수용하기 위해 쿠바 관타나모 미군기지에 구금 센터를 개설하도록 지시했다고 29일(현지시간) 발표했다.

30일 AP와 악시오스 등 외신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첫 번째 법안인 '레이큰 라일리 법'에 서명하기 직전 "나는 오늘 국방부와 국토안보부에 관타나모 베이에 3만 명 규모의 이민자 시설을 준비하도록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할 예정"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 법안은 지난해 2월 베네수엘라 출신 불법 이민자 호세 이바라에게 살해된 조지아주 여대생 레이큰 라일리(당시 22세)의 이름을 따서 명명됐다.

이바라가 절도 혐의로 체포됐다가 기소 전 일시 석방된 상태에서 라일리를 살해하자 미국 내에서 경범죄로 기소된 불법 이민자도 구금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며 법안이 발의됐다.

공화당과 민주당의 합의로 시행되는 이 조치에 따라 미국에 불법으로 거주하며 절도나 폭력 범죄 혐의를 받은 사람은 유죄 판결 전에도 구금될 수 있으며 잠재적으로 추방될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명식에서 "관타나모에는 미국 국민을 위협하는 최악의 범죄자인 불법 외국인을 구금할 수 있는 3만 개의 침상이 있다"며 "우리는 그들(불법 이민자)이 돌아오는 것을 원치 않으므로 관타나모로 내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관타나모 수용소는 미국이 쿠바에서 영구 임대한 관타나모만의 미군 해군기지 내 테러 용의자 구금 시설이다. 조지 부시 행정부가 2001년 9·11 테러 이후 '테러와의 전쟁' 과정에서 자국 법률이 적용되지 않는 곳에 테러 용의자를 구금하고 조사하기 위해 2002년 설치했다.

관타나모 수용소는 물고문 등 가혹한 신문과 고문이 자행됐다는 폭로가 나오며 국제사회와 자국 여론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미군이 기소 절차 없이 용의자를 장기간 구금하고 일반 시민을 잘못 수감하는 사례도 빈번했다고 알려졌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현재 관타나모의 테러 용의자 수용 시설에는 15명의 수감자가 남아 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를 추진했으나 공화당의 반대로 무산됐고 바이든 대통령도 수감자 수를 줄이려 했지만 당초 공약이었던 폐쇄는 결정하지 못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관타나모 기지의 기존 수용 시설을 활용해 추방 대상 불법 체류자를 본국 송환 전에 일시 수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