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 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구속 사태가 끝내 현실화 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47일 만이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구속영장을 청구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법적 수사권한과 영장 청구 과정을 둘러싼 위법·위헌 논란이 계속됐지만 '좌파 카르텔'에 갇힌 서울서부지법이 정치 편향적 결정을 내리면서 사법부는 지울 수 없는 역사적 오점을 남기게 됐다.
윤 대통령 측은 사법부가 정치 논리에 휘둘려 헌법 체계와 취지에 어긋나는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강도 높은 법적 반격에 나설 채비를 갖추고 있다. 윤 대통령 수사와 구속 과정에서 발생한 일련의 사법 판단에 대한 합법성과 공정성을 조목조목 따져 묻겠다는 것이다.
19일 서울서부지법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청구한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차은경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2시50분께 영장을 발부하면서 "피의자(윤 대통령)가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앞서 윤 대통령에 대해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과 지난해 12월3일 위헌·위법한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등 국헌 문란을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과 법조계 등에서는 수사권도 없는 공수처가 위법한 수사를 진행한 데 이어 영장 발부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관할 법원이 아닌 서부지법에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구속영장을 청구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며 '판사 쇼핑' 논란이 불거졌다.
특히 공수처가 선택한 서부지법에 법원장부터 부장판사들까지 좌편향 판사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법의 정치화' 비판까지 확산됐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윤 대통령 측은 공수처의 막가파식 수사와 사법 처리 과정에 대해 강도 높은 법적 반격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며 "내란죄 수사 권한이 없는 공수처가 윤 대통령 수사를 진행한 것에 대한 절차적 정당성과 윤 대통령에 대한 사법 처리 과정의 위법성이 공격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 측이 '위법수집증거 배제 원칙'을 근거로 수사권이 없는 공수처가 수집한 증거들의 효력을 문제 삼아 첫 단추부터 잘못 채워졌다는 사실을 집중적으로 부각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여기에 중대 범죄 혐의로 다수의 재판을 받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물론 대법원에서 징역형이 확정돼 수감 중인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에 대해서는 사법부가 방어권 보장을 이유로 불구속 수사를 허용한 것에 대해 '좌파 카르텔'에 의한 사법 정치화로 규정하고 반격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수사권 없는 공수처 영장 '원천 무효'…'위법수집증거' 정조준 할 듯
실제 공수처가 비상계엄 수사의 핵심으로 지목한 내란죄는 수사권이 경찰에 있다. 수사권도 없는 공수처가 초법적 수사를 진행해 위법한 영장까지 청구해 발부 받은 셈이다.
윤 대통령 측은 이런 공수처 수사의 위법성을 문제 삼아 반격에 나설 태세를 갖췄다. 영장이 발부됐다고 근본적인 하자가 해소되는 것은 아니므로 윤 대통령 측은 법정에서 '위법 수사로 획득한 진술이나 증거는 무효이며 증거 능력을 상실한다'는 점을 정조준 할 것이란 관측이다.
그간 윤 대통령 측은 헌법 제84조에 근거해 공수처의 위법 수사에 대해 지적해왔다. 해당 조항은 '대통령은 내란·외환의 죄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내란·외환죄를 저질렀을 때만 형사상 소추를 할 수 있다는 것으로 내란죄 수사권이 없는 공수처가 내란죄를 이유로 대통령을 소추할 수 없다는 이야기가 된다.
앞서 지난 2021년 문재인 정부 시절 검경 수사권 조정이 이뤄지면서 내란죄는 검찰과 공수처의 수사 개시 대상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공수처는 여전히 '직권남용죄에 대한 수사권이 있으므로 이를 근거로 내란죄 수사를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내란죄가 직접 수사 대상 범죄는 아니더라도 '관련 혐의'인 직권남용죄 수사를 바탕으로 내란 혐의를 수사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헌법 84조에 따라 대통령은 직권남용죄로는 형사상 소추를 할 수 없다는 문제에 부딪힌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 한 재판연구관은 지난 17일 법원 내부망 코트넷에 '공수처는 수사권이 있습니까'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헌법 84조의 내란 또는 외환죄에 해당하지 않는 직권남용죄로 수사할 수 있느냐"고 의문을 제기한 뒤 "개인적 이해로는 (대통령)재직 중 소추가 불가한 직권남용죄 등으로 강제 수사는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직권남용죄가 내란죄에 흡수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경우 관련 범죄의 명목으로 공수처 권한이 아닌 내란죄를 수사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는 점에서 본말이 전도된 논리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공수처 수사의 위법성을 지적했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공수처는 윤 대통령에 대한 내란죄 수사권이 없고 수사권 없는 기관의 영장 청구는 불법"이라며 "법률가의 판단은 실질적 정당성 뿐만 아니라 절차적 정당성을 갖춰야 하는데 공수처 수사는 명백히 위법한 것"이라고 단언했다.
◆"尹 방어권 침해한 서부지법"…'사법의 정치화' 비판 확산
법조계에서는 윤 대통령이 위법한 사법 처리로 정작 가장 중요한 탄핵 심판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며 사실상 서부지법 영장전담판사가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결정을 내린 것과 같다고 지적하고 있다.
윤 대통령 측도 영장 발부가 탄핵 심판에 대한 방어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과도한 조치라는 주장을 통해 사법부에 대한 압박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조상규 법무법인 주원 변호사는 "탄핵 심판은 헌법재판소에서 대통령직 유지 여부를 엄격히 판단하도록 헌법에 규정된 절차"라며 "이번 영장 발부로 (윤 대통령 측이)탄핵 심판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게 된다면 이는 헌법재판관이 아닌 영장전담판사가 사실상 탄핵을 결정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최건 법무법인 건양 변호사도 "윤 대통령에 대한 불구속 수사와 재판이 충분히 가능함에도 법원이 무리하게 영장을 발부함에 따라 대통령의 방어권이 심각하게 제한되고 헌재에서의 변론 준비도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고 꼬집었다.
헌재 연구관 출신 변호사는 "형사 수사가 중요하더라도 헌재의 판단이 먼저 이뤄진 후 형사 절차를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며 "탄핵 심판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데도 대통령이 탄핵 심판에 대응하지 못하게 방해하는 것은 추후 헌재의 결론을 국민들이 수용하는 데 있어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윤 대통령 측은 이재명 대표와 조국 전 대표 사례를 들어 '사법의 정치화' 문제도 집중 부각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의 경우 지난 2023년 범죄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지만 법원은 '제1야당 대표로서 공적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며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이 중요하다'는 이유로 검찰의 영장 청구를 기각한 바 있다. 심지어 조 전 대표는 '자녀 입시비리' 혐의 등으로 2심 재판에서 징역형을 선고 받고도 법정구속되지 않아 선거에 출마할 수 있었다.
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야당 대표들에게는 불구속 수사의 필요성이 강조된 반면 윤 대통령에게는 동일한 판단이 적용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좌파 카르텔' 논란이 더 확산될 수 있다"며 "특히 '판사 쇼핑' 논란이 제기된 상황에서 서부지법이 윤 대통령에 대해 구속영장까지 발부한 것은 사법의 정치화 비판을 가중 시킬 수 있는 대목"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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