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상원 "잡아 족치면 부정선거 나와" … 군검찰 공소장 적시

12·3 비상계엄 사태를 사전 모의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계엄 선포 전 군 관계자들에게 "관련자들을 다 잡아서 족치면 부정선거가 사실로 확인될 것"이라고 발언했다는 내용이 군검찰 공소장에 적시됐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노 전 정보사령관이 지난해 11월 17일 오후 안산의 한 햄버거 가게에서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 등과 만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장악과 관련한 구체적인 지시를 내린 정황이 드러났다. 해당 내용은 86쪽 분량의 문 전 사령관 공소장에 기록됐다.

공소장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 시절 정보사령관을 지낸 노 전 사령관은 계엄 모의 당시 예비역 신분으로 선관위 장악을 지시했다. 그는 문 전 사령관에게 "야구방망이, 케이블타이, 복면 등도 잘 준비하라"며 구체적인 행동 지침을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 전 사령관은 당시 자리에 함께 있던 정성욱 정보사 대령에게 "일단 체포 용품을 구입해오면 내가 돈을 주겠다"며 "장관님 지시니 따라야 하지 않겠냐"라고 말한 뒤 자리를 떠났다고 기록됐다. 뒤늦게 도착한 김봉규 정보사 대령은 문 전 사령관으로부터 지시 내용을 전달받았다.

이 외에도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1월 9일 안산의 한 카페에서 문 전 사령관과 김 대령을 만나 "조만간 계엄이 선포될 것"이라며 "부정선거를 규명하기 위해 선발해 둔 인원을 데리고 선관위에 들어가 직원들을 잡아 와야 한다. 노태악(중앙선관위원장)은 내가 처리할 것"이라고 발언한 것으로 밝혀졌다.

계엄 선포 당일 낮에는 문 전 사령관에게 "오늘 저녁 9시쯤 과천청사 일대에서 대기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후 문 전 사령관은 지시에 따라 정보사 작전과장과 계획과장에게 "참모부에서 소령급 인원 8명을 선발하되 상황 파악과 지시 이행 능력이 있는 인원으로 구성하라"고 명령한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 계엄 당시 정보사 소속 대원 10명은 실탄 100발을 소지한 채 차량 2대에 나눠 탑승해 선관위 인근 도로에서 대기했다.

노 전 사령관과 문 전 사령관은 내란 중요임무 종사·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지난해 12월 구속기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