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 반대로 움직이는 달러와 금 가격이 동반 상승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일이 다가오면서 글로벌 자산시장도 출렁이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백악관 복귀가 확정된 이후 달러 가치가 연일 치솟고 있지만, 정책 불확실성에 대한 리스크 회피 심리가 다른 안전자산인 금에 대한 수요를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KRX 금 시장에서 1㎏짜리 금 현물의 g당 가격은 12만8770원으로, 전월 12만3410원에 비해 4.34% 올랐다. 전년동일 8만7730원에 비해서는 46.7% 급증하면서 우상향 추이를 이어가고 있다.
글로벌시장의 국제 금 현물가격도 오름세다. 지난해 1월2일 온스당 2073.40달러로 거래를 시작한 금 가격은 10월30일 2800.80달러까지 치솟으면서 정점을 찍은 뒤 등락을 반복하다 새해 들어 다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통상 금 가격은 달러가 강세를 보일 때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 달러 가격이 높을 때는 달러나 미국 국채 등으로 투자자들의 자금이 유입돼 대체재 성격인 금 가격이 하락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달러까지도 고공행진 중이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지난해 12월18일 108선을 돌파한 뒤 지난 2일 109선마저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금 가격과 달러 가치가 함께 오르는 이례적인 현상이 트럼프발 공포 심리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한다. 트럼프 당선인이 20일 취임 후 본격화할 정책의 불확실성이 크다는 것이다.
트럼프 2기가 본격적으로 시작하면 자산시장의 변동폭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금에 대한 투자수요를 이끌었다는 평이다.
당장 트럼프 당선인의 재선 이후 미국은 자본유입을 강화하면서 달러 가치를 끌어올리는 정책을 지속하고 있다.
게다가 트럼프 당선인의 백악관 복귀 이후 연방정부의 재정적자는 지금보다 심각해질 공산이 크다.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직면할 최대 경제 리스크로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재정적자를 꼽는다. 트럼프 당선인이 공약한 감세가 현실화하면 향후 10년간 9조1500억달러(약 1경2600조원)가량의 재정적자가 발생할 수 있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해 대통령선거에서 대대적인 감세와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약속했다. 그는 부족한 세수를 관세 인상을 통해 해외에서 받겠다고 주장했으나, 이 역시 수입가격 상승 및 물가 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
미국 의회예산국(CBO)에 따르면 미국 공공부채는 지난 4년간 약 8조달러 늘어 36조달러를 돌파했으며 국내총생산(GDP)의 99%에 육박했다. 이 규모가 2054년에는 GDP의 171%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됐다. 과도한 부채가 이자 부담을 늘려 재정적자가 늘어나는 악순환 고리에 빠졌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와 관련,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미국의 디폴트를 걱정하는 서한을 의회에 보냈다. 그는 서한에서 "재무부는 1월14일부터 23일 사이에 한도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하며 그 시점에는 재무부가 특단의 조치를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옐런 장관은 이달 초에도 연방정부의 보유현금이 바닥나는 날짜인 'X-데이트'를 6월1일로 특정한 바 있다. 만약 의회가 부채한도를 상향하거나 유예·폐지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에는 미국 정부는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빠지게 된다.
세계 3대 투자자로 꼽히는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은 "정부가 지출을 줄이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고 있고, 트럼프 새 정부가 출범하면 감세 등으로 상황을 더 악화시킬 것"이라며 "인플레이션은 다시 재발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상승은 한국경제와 금융시장에도 직·간접적으로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먼저 경기 호조 하에서 이뤄지는 미국 금리인상은 달러 강세를 촉진해 원‧달러 환율이 상승 압력을 받을 것이라는 점이다. 수출기업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으며 수입 원자재와 에너지의 원화가격 상승은 국내 생산비용을 증가시키고 소비자 물가를 자극해 내수 경기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미국의 금리인상 압력이 한국의 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커 기업과 가계의 이자 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
지난해 말부터 미국 인플레이션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인플레이션 발생 자체에 대한 모니터링뿐만 아니라 인플레이션에 대비하기 위한 전략들을 점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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