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4년 만에 백악관으로 복귀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통상‧외교 등 대외 라인에 대중 강경파를 전진 배치했다. 대통령선거 기간 중국을 '복합적 위협', '최대 위협국' 등으로 규정하면서 첫 임기 수준을 뛰어넘는, 훨씬 더 독해진 대응으로 대중 압박을 예고했다.
트럼프 1기의 관세전쟁과 조 바이든 행정부의 첨단기술 통제 등 견제 전략으로 바람 잘 날 없던 미·중 관계가 한층 더 얼어붙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중국 역시 보복관세 등으로 강력하게 대응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한국도 실리적인 외교를 펼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트럼프 2기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MAGA)'로 요약된다. 1기와 마찬가지로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에 집중한 대외정책으로 국제무대에서 미국의 이익을 극대화할 전망이다.
무엇보다 미·중 관계에 관심이 집중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1기에서도, 이번 선거운동 중에도 꾸준히 '중국 때리기' 메시지를 던졌다.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과 대립각을 세우면서도 '대화 있는 경쟁'을 추구해 온 것보다 훨씬 직접적이고 강경한 대중 정책을 쓸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인은 외국산 수입품 전반에 10~20%의 관세,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는 60%의 고율관세 부과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여기에 마약 펜타닐 유입을 빌미로 취임 첫날부터 중국에 10% 관세를 더 부과하겠다고도 밝혔다.
이효영 국립외교원 교수는 최근 보고서에서 "트럼프 재집권시 '중국 때리기'는 더 강력해지고, 중국 디커플링(공급망 등 분리)을 넘어 통상관계 단절 또는 이를 위협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미국이 1980년 이후 중국에 부여한 최혜국대우(MFN) 지위와 항구적 정상무역관계(PNTR)를 철회하는 카드를 꺼낼 수 있고, 바이든 정부의 대중 선별 기술통제 정책인 이른바 '마당은 좁게, 담장은 높게(small yard, high fence)'를 넘어 광범위한 기술통제(big yard, high fence)로 나아갈 가능성이 있다고 이효영 교수는 짚었다.
외신도 트럼프 당선인의 복귀로 미·중 관계가 더 불안정해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워싱턴포스트(WP)는 "중국에 대한 관세 조치를 1기 시절 주요 성과로 공공연하게 언급해온 트럼프는 앞으로 더 극적이고 파괴적인 계획을 내놓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선별적 기술통제에 나선 바이든 행정부와 다르게 트럼프 당선인은 훨씬 더 광범위하고 과격한 조치를 할 태세라고 전망했다.
여기에 통상정책을 담당할 상무부 장관에 하워드 루트닉 캔터 피츠제럴드 CEO, 무역정책 수립 및 집행을 맡을 무역대표부(USTR) 대표에 제이미슨 그리어 변호사 그리고 백악관 무역·제조업 선임고문에 피터 나바로 전 국장 등 대중 강경파들을 무역정책 일선에 배치했다.
루트닉 내정자는 미국이 1900년대 초 번영한 이유 중 하나가 관세라는 신념을 갖고 있다. 그는 관세 부과를 통해 미국의 제조업을 되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싱가포르 라자라트남 국제학 대학원의 케빈 첸 연구원은 "루트닉은 중국 제조업부문, 특히 미국이 이미 생산하고 있는 상품에 대한 관세에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며 "미·중 무역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고 말했다.
그리어 내정자는 공군 법무관 출신으로, 트럼프 1기 당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USTR 대표의 수석보좌관을 지냈다. 현재 미국 로펌 킹앤드스팰딩의 국제통상 전문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그리어 내정자는 특히 중국에 강경한 태도를 보여왔다. 그는 중국을 "미국에 대한 세대적 도전"이라고 묘사하면서 중국과의 전략적 디커플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중국 기업들이 미국의 관세를 회피하고자 다른 나라로 이전하는 것을 차단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피터 나바로 전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은 트럼프 1기 당시 경제참모이자 대중 무역전쟁의 핵심 설계자로 알려져 있다.
당시 나바로 내정자는 중국에 대한 무역전쟁을 진두지휘하며 △미국의 무역적자 축소 △해외공급망의 미국 귀환 △다자간 자유무역협정 반대 등을 주장했다. 2018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는 중국을 두고 "다른 나라의 희생으로 경제를 키우는 기생충"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통상뿐만 아니라 외교·안보 면에서도 대중 공세를 강화할 전망이다. 국무장관으로 내정된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플로리다)과 마이클 왈츠 하원의원(플로리다)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의 면모만 살펴봐도 트럼프 당선인의 굳은 반중 의지를 살펴볼 수 있다.
루비오 내정자의 경우 홍콩 민주화운동을 지지하는 등 대표적인 대중 강경파로 꼽히고, 육군 특수부대 출신의 왈츠 내정자 역시 강력한 반중 성향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각에서는 미·중 관계가 악화일변도로 치닫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물가 잡기'를 공약한 트럼프 당선인이 관세 인상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이 가져올 여파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중국도 궁극적으로는 트럼프 당선인과의 협상을 선호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디플레이션 압박과 부동산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제를 부양하기 위해 전기자동차, 배터리 같은 상품 수출에 의존해온 중국은 트럼프 1기 때보다 훨씬 더 파괴적인 관세전쟁을 피하길 바랄 것"이라고 내다봤다.
때문에 우리나라는 미·중 경쟁이 국내 경제에 미칠 영향을 주시하면서 실리외교를 펼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와 달리 외교·안보 분야에서의 선택이 경제와 연결됐는데, 우리나라 정치권이나 관료들 사이에서 현실 인식이 부족한 것 같다"며 "미국이 대중 정책에 대한 공조를 요구할 수 있지만, 일본의 플라자합의처럼 너무 끌려가지 않는 적절한 선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동시에 높아지는 미국의존도를 조절하면서 중국과의 관계도 다져둬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이상숙 국립외교원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뒤 대중 통상압력이 세질 것을 중국도 예상하기 때문에 한·중 관계를 발전시켜야 하는 명분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http://www.newdaily.co.kr/site/data/html/2025/01/15/2025011500105.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