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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채널 조기 재개 조짐 … '리더십 공백' 韓, 또 패싱?

뉴데일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정상외교에 시동을 걸고 있다. 한반도 주변 강대국 정상과의 활발한 소통을 예고하면서도 한국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다. 트럼프 외교에서 한국만 소외되는 양상이다.

계엄사태와 탄핵정국에 따른 '외교 공백'에 직면한 정부의 대미외교가 난항을 겪는 것을 넘어 북‧미 정상간 대화 채널까지 재가동될 경우 이른바 '코리아 패싱'의 트라우마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취임(20일)이 임박한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달 자택이 있는 플로리다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대통령선거 승리 후 첫 기자회견에서 한반도 안보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주변 강대국 정상들을 모두 거론했다.

특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브로맨스'를 잇따라 과시하면서 집권 1기 때와 마찬가지로 김정은 위원장과의 직접 회동 추진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먼저 그는 대선 과정에서는 물론, 당선 이후에 대통령 취임 전이라도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겠다고 공언한 만큼 회견에서 가장 많이 언급한 정상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었다.

트럼프 당선인은 푸틴 대통령과 대화하겠다고 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러시아 군인들이 '천문학적으로' 희생되고 있다면서 "우리는 푸틴, 젤렌스키(우크라이나 대통령)와 대화를 나눌 것"이라고 했다.

푸틴 대통령을 향해 "(종전을 위한) 협상을 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 전쟁에 러시아를 돕기 위해 북한군이 파병된 것과 관련, 김 위원장에 대해 "내가 잘 지내는 또 다른 사람"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집권 1기 때 김 위원장을 싱가포르, 베트남, 판문점에서 세 차례 직접 대면했다. 또 북한의 핵 위협을 종식하기 위한 북·미 대화가 결렬된 이후에도 이른바 '러브레터'로 불리는 서한 외교를 이어왔다. 1기 집권 시절 27번의 친서를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퇴임 이후에도 서로 연락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그는 올해 대선 과정에서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김 위원장과 사이가 좋다고 언급해왔다. 해당 회견에서도 두 사람 사이의 친분을 거듭 강조하면서 '북·미 회담 추진 의사'를 드러냈다.

트럼프 당선인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브로맨스'도 과시했다.

이미 자신의 대통령 취임식에서 시진핑 주석을 초청한 트럼프 당선인은 시 주석의 취임식 참석 여부는 알지 못한다면서도 "코로나19 전까지 좋은 관계였고, 코로나19는 그 관계를 끝내지 않았다"고 했다.

또한 "미국과 중국은 세계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시 주석과 특히 편지로 아주 좋은 대화를 나눴다. (시 주석은) 내 친구였고, 놀라운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는 미·중 정상간 대화를 통해 글로벌 분쟁을 해소해 나갔다는 의중으로 읽힌다.

집권 1기 때 쌓은 적성국 정상과의 친분을 내세우면서 직접 소통 의지를 보인 트럼프 당선인은 동맹국인 일본의 이시바 시게루 총리와는 취임 전이라도 회동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인터뷰 전날 마러라고에서 故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미망인 아키에 여사와 만찬을 하고, 이날 회견에서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1000억달러(143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계획을 발표한 만큼 우호적인 태도를 보였을 수도 있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은 아키에 여사를 통해 이시바 총리에게 "책과 몇몇 다른 물건을 보냈다"면서 각별히 챙기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처럼 당선 후 첫 회견에서 북한과 중국, 러시아, 일본 등 한반도를 둘러싼 국가의 정상을 모두 거론한 트럼프 당선인은 '한국'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의 언급도 없었다.

대선 승리 직후 윤석열 대통령과 통화를 나누기도 했던 트럼프 당선인이 이처럼 한국에 대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은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한반도 안보 상황을 바라보는 트럼프 당선인의 시야에서 한국이 배제된 것이 아니냐는 우려 섞인 분석이 제기된다.

게다가 집권 1기 때와 마찬가지로 한국의 대통령 탄핵정국이 되풀이되고 정치적 혼란이 이어지는 상황인 만큼 우려를 키우고 있다.

북한군이 참전한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문제와 맞물려 북한과의 직접 대화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한·미·일 3국 공조는 불안하고, 대북·대중 정책 조율 과정에서 적극적인 개입은커녕 한국의 입장이 반영될 경로 마련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탄핵정국으로 어수선한 사이 트럼프 당선인과 김 위원장의 관계가 진전을 이룬다면 역대 최악의 '통미봉남(미국과 소통하고 남한을 봉쇄한다)'에 처할 수 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통상 북·미 대화와 같은 중요 이슈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중심으로 외교부, 통일부 등에서 실무적인 대응을 해왔으나, 윤 정부 국무위원들로 구성된 NSC와 관리에 국한된 권한대행 체제로는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며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정상간 소통에서 한계가 뚜렷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각국 정상과의 '개인적 관계'를 중시하는 트럼프 당선인의 특성상 '임시직'인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과 심도 있는 현안 논의가 진행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한국은 헌정사상 10번의 권한대행 체제를 거쳤지만, 현재까지 권한대행이 직접 외국 정상을 만난 사례는 없다.

정부는 국회에서 논의 중인 여·야·정 협의체 출범을 통해 외교·안보 현안에 대응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이 역시 리더십 부재라는 근본적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관계자는 "비핵화를 전제로 했던 2018년과 2019년 북·미 정상회담에서는 우리가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가동 재개 등 충분한 역할을 할 수 있었다"며 "하지만 북한이 핵보유국을 선언하고, 남·북 대화 채널도 끊긴 데다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까지 겹치면서 북·미 사이에 한국의 공간이 극히 제한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 탄핵정국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 직후부터 주한미군 방위비 인상을 압박하고, 한국산 제품에 대해 10~20%의 보편관세를 물릴 가능성과 함께 양국 정상간 네트워크가 불가능해진 점에 대한 우려와 경고음은 미국 내에서도 나오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빅터 차 한국 석좌는 트럼프 당선인의 보편관세 공약과 한국의 대미무역 흑자를 언급하면서 "이러한 조합은 거의 확실히 10% 이상의 한국에 대한 관세를 의미한다"며 "모두가 마러라고나 백악관에 가서 개별 협상을 시도하는데, 한국에는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사태가 오래갈 수 있다. 여름이 지나도록 계속될 수 있고 더 길어질 수도 있다"며 "매우 나쁜 시나리오"라고 진단했다.

뿐만 아니라 트럼프 당선인의 한반도와 관련한 차기 행정부 인선을 보면 조기 북·미 회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관측이 많다.

그는 집권 1기 당시 대북외교 실무자인 알렉스 웡 전 국무부 대북특별 부대표를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으로 내정한 데 이어 국무장관 후보로도 거론됐던 리처드 그레넬 전 주독대사를 "베네수엘라와 북한을 포함한 전세계 가장 뜨거운" 이슈를 담당할 '특별임무들을 위한 대통령 사절(Presidential Envoy for Special Missions)'에 발탁했다.

트럼프 당선인과 김정은 위원장이 이를 통해 한반도 안보 지형의 '새판짜기'를 시도할 경우 북핵 문제의 직접 당사자인 한국이 '패싱'당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한국 소외' 상황이 장기화할 수밖에 없는 만큼 '코리아 패싱론'은 당분간 한국 경제와 안보에 불안요소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외교·안보 분야마저 철저한 비즈니스 논리로 접근하는 트럼프 당선인의 태도를 고려하면 북·미 대화 재개 여부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수적이다. 지금이라도 대외외교 라인 재점검과 한·미 접촉 및 협력 강화로 북·미 대화의 방관자가 아니라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라는 점을 북·미 양국에 각인시켜야 한다.



http://www.newdaily.co.kr/site/data/html/2025/01/14/202501140018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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