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막고 있는 대통령 경호처를 없애고자 '경호처 폐지법'을 잇따라 발의했다. 문재인 정부 당시 '경호처 폐지' 공약을 지키지 못해 놓고 인제 와서 정략적 판단에 따라 속도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민주당 내에서는 자신들이 '검찰개혁' 일환으로 만들어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폐지해야 한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 체포 영장 집행 1차 시도가 실패한 후 민형배 민주당 의원은 경호처 폐지를 골자로 하는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민 의원은 법안 제안 이유로 "대통령 직속기구로서 권력 남용과 측근 정치 폐해를 근절하기 위함"이라며 "전문가들은 직속기관화된 경호 조직은 후진국 또는 독재 정부에서 나타나는 조직 형태라고 지적한다"고 밝혔다. 법안을 통해 현행 대통령 경호처를 폐지하고 경찰청 산하에 대통령 경호국을 설치해 대통령 경호를 맡기겠다는 구상이다.
황명선 민주당 의원도 같은 내용의 법안을 발의하며 "최근 공수처가 법원이 적법하게 발부한 체포영장을 집행하는 과정, 나아가 수사기관 등에서 적법한 수사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대통령 경호처가 불법으로 방해하는 등의 문제가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현행 대통령 경호처의 대대적인 개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앞서 '경호처 폐지'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약속한 공약이다. 박근혜 정부 때 대통령 경호실이 비선 실세로 불린 최순실 씨 등의 청와대 출입을 방조했다는 이유로 폐지를 주장한 것이다. 문 전 대통령은 대통령 경호실을 폐지하고 해당 업무를 경찰청 산하 경호국으로 이관하려 했으나 이름을 '대통령 경호처'로 바꾸고 경호처장의 직급을 장관급에서 차관급으로 낮추는 것에 그쳤다.
문재인 정부는 되레 경호처의 몸집을 키우기도 했다. 문 전 대통령은 2021년 퇴임 후를 대비해 청와대 경호 인력과 방호 인력을 65명 증원하는 내용의 대통령령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경호처 정원은 역대로 가장 많은 693명으로 늘어났다.
민주당 내에서는 '공수처 폐지' 주장도 나오고 있다. 공수처가 윤 대통령에 대한 1차 체포영장 집행에 실패하면서부터다. 공수처는 문 전 대통령과 민주당이 '검찰개혁'이라는 명분으로 만든 수사기관이지만 5년간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결국 민주당이 공수처 폐지를 주장하는 것은 자신들의 치적을 걷어차는 것이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서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민주당의 '옥동자'였던 공수처가 '금쪽이' 취급을 넘어 곧 버려질 것 같다"며 "공수처 폐지를 말하기 전에 국회를 아수라장으로 만들면서까지 공수처를 출범시킨 것에 대해 사과부터 하라"고 질타했다.
이어 민주당의 '경호처 폐지' 법안 발의에 대해선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장관을 탄핵하고 정부 기관을 폐지하다간 남아 날 장관과 정부 기관이 있겠나"라며 "민주당 홀로 남아 대한민국을 좌지우지하겠다는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경호처·공수처 폐지론'이 당내에서 거론되자 민주당 일부 의원도 반발하고 나섰다. 친문(친문재인)계인 고민정 의원은 민주당 일각에서 거론되는 공수처 폐지 주장에 대해 "애써 만들어 놓은 것을 없애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스스로를 부정하는 일"이라고 했다.
친명(친이재명)계인 김영진 의원은 지난 10일 S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경호처 폐지' 관련 질문에 "조금 이르다"며 "경호처의 향후 역할에 관해서는 이 국면이 잘 정리된 이후 차분하게 검토할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경호처 폐지는 현실성이 없다. 전 세계 어떤 나라에도 경호처가 없는 나라가 없다"며 "민주당은 결국 자신들이 정권을 잡으면 경호처를 또 부활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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