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국회 재표결 문턱을 넘지 못한 내란특검법을 재발의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외환죄 죄목을 추가했다. 대북 확성기 가동과 우크라이나전 참관단 파견·북한 오물풍선 원점 타격 등을 계엄 발동을 위한 남북 긴장 고조용으로 보고 이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는 것인데 여당은 정상적인 군의 대응을 외환죄로 뒤집어씌워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12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북한과 대치하는 상황에서 군의 정상적인 작전 수행을 외환죄로 깎아내리는 것은 무리수가 될 것"이라며 "의도적으로 북한의 도발을 유도했다지만 모두 대북 작전을 하는 데 필요한 것들이다. 계엄 사태로 보수진영의 안보 방향성 자체를 흔들려는 꼼수"라고 지적했다.
앞서 민주당은 전날 내란특검법안을 재발의했다. 지난 8일 국회 본회의에서 거부권에 막혀 국회 재의결에 들어갔던 특검법이 부결로 폐기되면서 새로운 법안을 다시 발의한 것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 10일 전체회의를 열고 내란 특검법을 법안심사1소위로 회부했다. 여당의 반발에도 민주당이 주도해 해당 법안을 그대로 상정하고 소위로 보냈다. 같은 날 오후 민주당은 법안소위에서도 내란 특검법을 그대로 통과시켜 전체회의로 보냈다.
특검 추천 방식을 기존 야당 추천에서 제3자가 추천하는 방식(대법원장 추천)으로 바꾸고 특검 후보자가 마음에 들 때까지 거부를 할 수 있던 비토권 조항은 삭제했다. 국민의힘의 이탈표를 발생시키기 위한 방책이다.
유인책과 함께 공세 거리를 하나 더 추가했다. 윤 대통령과 계엄을 주도한 인사들에 대한 외환 혐의가 추가됐다. 특검법안에는 해외 분쟁 지역 파병, 대북확성기 가동, 대북 전단 살포 대폭 확대, 무인기 평양 침투, 북한의 오물풍선 원점 타격, 북방한계선(NLL)에서의 북한 공격 유도 등 6개 항목을 명시했다. 이 행위를 통해 북한과 전쟁 또는 무력 충돌을 유도하거나 야기하려고 한 혐의가 있다는 주장이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9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윤석열이 내란 사태의 명분을 만들고자 북한의 군사 공격을 유도한 사실이 이미 드러났다"며 "국민을 전쟁의 참화 속으로 밀어 넣으려 한 외환죄의 진상을 낱낱이 밝히겠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제기하는 의혹이 정상적인 군의 업무 수행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군의 핵심 대북 대응으로 꼽히는 대북 전단 살포와 대북 확성기 가동은 정상적인 행위라는 것이다.
북방한계선(NLL)에서 도발 유도도 어불성설이라는 게 군의 입장이다. 수사 당국이 계엄 사태의 핵심 인물로 꼽는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 내 'NLL에서 북의 공격을 유도한다'는 내용의 메모가 나왔다는 이유로 군을 몰아붙이는 것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이성준 합동참모본부는 공보실장은 지난 2일 "군이 적의 도발을 유도하기 위한 활동을 했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군이 의도적으로 북한의 공격을 유발하려 했다면 북한이 지난해 경의선과 동해선 남북 연결 도로를 폭파 당시 적극적으로 맞대응을 했을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 실장은 "만약 군이 적의 도발을 유도하기 위해 활동을 했다면 폭파 시 많은 파편물이 남측으로 넘어왔을 때 북한에 사격했을 것"이라며 "그런 좋은 기회를 놔두고 왜 군은 경고 사격만 했겠느냐"고 반문했다.
외국 분쟁 파병 지역이라고 명시된 우크라이나전 참관단 파견은 일어나지 않았다.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실현되지 못했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실제로 참관단의 필요성도 크다는 견해도 많다. 전투병이 아닌 참관단이 북한군의 전투력을 분석하고 포로로 잡힌 이들의 귀순을 돕는 등 다양한 활동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 당시 이라크전이 벌어지던 상황에서도 참관단이 파견된 적이 있다.
북한 평양에 무인기를 보낸 것에 대해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군사작전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의힘 소속 홍준표 대구시장은 "북은 끊임없이 오물풍선을 내려보내고 있는데 우리는 비무장 무인기 하나 올려보내지 못한다는 게 말이 되나"라며 "좀 당당하게 대처하자. 종북 좌파들의 북핵 노예근성에 부화뇌동하지 말자"고 주장했다.
추가된 외환죄 이외에 내란 특검법에 담긴 독소조항도 문제로 꼽힌다. 군사시설 무제한 압수수색 조항이 대표적이다. 대법원도 이에 대해 문제를 지적했다. 대법원은 "군사기밀 등에 대해 무제한적 압수·수색을 허용하면 국가안전 보장 등에 관한 여러 우려 요소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수사 범위가 무한정 늘어날 수 있는 요소가 있어 특검이 지나치게 광범위한 영역을 수사할 수 있게 된다는 지적도 있다. 수사 중에 인지한 사건도 수사 대상에 포함시켜 수사 범위가 무한정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10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사실상 이재명 세력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은 전부 다 수사에서 잡아들일 수 있는 제왕적 특검"이라며 "군사기밀보호법, 국가정보법상 제한을 모두 없앰으로써 국가 안보를 훼손할 위험이 매우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도 대북 확성기 가동과 전단 살포 확대 등으로 외환 혐의를 추가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반응이다.
북한 핵·미사일 문제 해결을 위한 대북 정보 유입의 중요성을 오랜 기간 강조해 온 워싱턴 조야(朝野)의 전문가들은 "김정은만 이롭게 하는 것이고, 계엄령만큼이나 민주주의에 위협이 되는 발상, 이게 내란죄라면 국제사회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일관계 개선과 한·미·일 협력을 탄핵 사유로 거론한 1차 탄핵 소추안을 두고 파장이 적지 않았는데, 민주당의 외교·안보 노선이 미 주류의 인식과는 계속해서 충돌하는 모습이다.
야당이 외환 혐의에 포함한 대북 확성기 가동과 대북 전단 살포는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렇게 유입된 정보가 북한 주민들의 민심 이반을 가져와 김씨 정권의 존립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평양 엘리트 출신 탈북민인 이현승 글로벌평화재단 연구원은 "북한은 정보가 차단된 고립 국가이다 보니 (전단 등으로 받아보는) 정보의 가치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10배 정도는 더 크다"며 "정보가 유입돼 김씨 정권에 대한 주민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북한에도 변화의 바람이 일 수 있다"고 했다.
이 연구원은 "북한은 우리를 적(敵)으로 규정해 온갖 위협적인 수사(修辭)를 쏟아내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군의 대북 확성기 송출, 북한 주민 인식을 바꾸자는 전단 유입이 내란죄라고 한다면 국제적인 웃음거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의 이런 모습이 확장성을 누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이 계엄 정국이라는 호재에서 수권 정당의 이미지를 보이기보단 각종 탄핵과 특검에 집착하며 스스로를 가두고 있다는 평가다.
서울 소재 대학의 한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에 마음만 급하다 보니 자꾸 하지 않아도 될 행동으로 스스로를 갉아먹는 형국"이라며 "공직선거법 재판 대법원 선고까지 시간이 촉박하다 보니 탄핵이나 특검이라는 강수를 두게 되면서 이 대표가 우클릭하고 민생을 챙기는 모습은 모두 증발해 버렸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들어서만 29번 탄핵안을 발의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의 탄핵까지 거론하며 '대대행' 탄핵 시도라는 비판도 받고 있다. 게다가 윤 대통령 체포 실패 시 이를 주도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탄핵 카드도 꺼내 들 태세다.
부실 탄핵이라는 비판도 계속되고 있다. 사상 초유의 감사원장 탄핵안을 통과시켰지만 헌법재판소에서 각하될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3인의 탄핵도 마찬가지다. 헌재는 지난 8일 국회 측 소추인단에 이들의 소추 사유가 모호해 각하 사유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무리수가 남발되면서 여론도 민주당에 부정적으로 흐르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의 지지율은 오히려 하락하거나 정체된 모습을 나타나고 있다. 오히려 악재를 만난 여당과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오르며 '결집 효과'가 나오고 있다.
사법리스크만 빼면 호재투성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재명 대표의 차기 대통령 적합도도 상승 국면으로 가지 못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갤럽이 지난 7~9일 18세 이상 1004명을 대상으로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에서 이 대표는 32%를 기록했다. 직전 조사와 비교하면 5%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한국갤럽 여론조사는 전국 만 18세 이상 1004명을 대상으로 전화조사원 인터뷰(CATI) 방식으로 진행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은 16.3%로 나타났다.
자세한 조사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및 한국갤럽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http://www.newdaily.co.kr/site/data/html/2025/01/10/2025011000069.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