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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최측근으로 부상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최고경영자)가 독일 총선과 관련, 극우 정당인 '독일을위한대안(AfD)'에 투표를 독려하면서 유럽 정치판을 흔들고 있다.
머스크 CEO는 9일(현지시각) 자신이 운영하는 SNS 엑스(X, 옛 트위터)를 통해 총선에 출마 예정인 알리스 바이델 AfD 공동대표와의 대담을 생중계했다.
그는 지난달 독일 보안당국이 우익·극단주의자로 분류한 AfD를 공개 지지한 후 독일 정치에 대한 논평을 계속 쏟아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머스크 CEO와 바이델 대표의 대담이 2월23일에 열리는 독일 총선을 위한 선거운동에 개입한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대담 중 머스크 CEO는 "사람들은 정말 AfD를 지지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독일 상황이 매우 매우 악화할 것"이라고 했다. 바이델 대표에 대해서는 "매우 합리적인 사람"이라고 치켜세우며 "터무니없는 제안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여론조사에서 2위를 달리고 있는 바이델 대표는 머스크 CEO에게 감사를 표하고, 편향된 언론의 방해 없이 자신의 의견을 말할 기회가 10년 만에 처음으로 주어졌다고 했다.
AfD는 지난 10년간 중동과 우크라이나에서 유입된 수백만명의 이민자와 난민 문제로 기성 정당들을 공격하면서 세력을 키워왔다.
이탈리아의 이탈리아 형제당, 오스트리아의 자유당 등 다른 나라에서도 극우세력이 세력을 확장해왔지만, 나치 독일을 기억하는 독일은 이들 나라와 다르다. AfD와 연정을 구성하려는 정당은 전혀 없고, 독일 언론들도 AfD 후보들을 잘 출연시키지 않는다.
AfD는 극단적 발언과 행동을 서슴지 않아 왔다. 인종차별적이고 반유대적 발언을 하며 당원들을 내쫓았고 당 지도자 중 한 명은 나치 슬로건을 주장해 여러 번 처벌을 받았다.
AfD는 독일 정보기관의 감시 대상이기도 하다. 당 정관의 많은 내용과 청년조직 전체가 극단적 우익으로 공식 지정돼 있기 때문이다. AfD 소속 의원 100명 이상도 극단적 우파로 지정돼 있다.
2016년 총선을 앞두고 앙겔라 메르켈 당시 독일 총리는 연설에서 독일 정당들이 단합해 AfD에 맞설 것을 촉구했다. 메르켈 총리는 자신이 속한 기독교민주당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의원이 직면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후 독일 정계에서 AfD는 '왕따'를 당해왔다. 지난해 주요 주 선거에서 AfD에 대한 지지가 높게 나타나고 바이델이 당 대표가 되면서 온건화 색채를 강조하고 있으나, 어느 정당도 여전히 AfD와 손을 잡으려 하지 않는다.
실제 이날 대담에서 나치 지도자 아돌프 히틀러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바이델 대표는 AfD가 히틀러의 나치와 유사할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켜 달라는 머스크 CEO의 요청에, "히틀러는 공산주의자였지만 AfD는 보수적 자유주의자의 정당"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히틀러는 보수주의자도 자유주의자도 아니었다. 그는 공산주의 사회주의자였다"고 덧붙였다.
로이터통신은 거의 모든 역사가가 인종 제거주의 민족주의자였던 히틀러가 극우적이었다는 데 동의한다고 바로잡았다.
이날 대담이 종료된 후 머스크 CEO는 엑스에 "오직 AfD만이 독일을 구할 수 있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같은 문장을 지난달 20일에도 게재한 바 있다.
한편 유럽연합(EU)은 이번 대담과 관련해 EU 규정 위반이 있는지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마이클 맥그래스 EU 민주주의·정의·법치담당 집행위원은 이날 아일랜드 RTE방송과 인터뷰에서 "대담을 스트리밍하는 것 자체는 규정 위반이 아니지만, 문제는 특정 콘텐츠(대담)의 불공정한 확산 여부"라고 말했다.
맥그래스 집행위원은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는 동시에 거대 플랫폼이 강력한 도구를 활용해 선거에 영향을 미칠 만한 특정 메시지를 부각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담이 엑스 이용자들에게 의도적으로 과잉 노출되는 등 방식으로 홍보될 경우 디지털서비스법(DSA) 위반이 될 수 있다는 취지다.
DSA는 SNS 플랫폼에 허위정보, 불법·유해 콘텐츠 확산 방지를 위한 조치를 의무화한 법으로, 기업들은 '시민 담론·선거 과정에 예측될 수 있는 부정적 영향'도 사전에 방지할 의무가 있다. 위반시 연간 글로벌 매출의 최대 6%가 과징금으로 부과된다.
한 시민단체는 이번 대담이 독일의 선거자금 규정을 위반했는지 구체적으로 조사하고 있다면서 정치 광고로 볼 소지가 있다고 했다. 독일 하원 역시 디지털 토론이 불법으로 간주할 수 있는지 조사에 착수했다.
http://www.newdaily.co.kr/site/data/html/2025/01/10/2025011000109.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