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존슨 미국 하원의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핵심 공약인 세금 감면과 불법 입국 차단을 하나의 '메가(mega) 법안'으로 묶어 4월 첫째주에 투표에 부치겠다고 밝혔다. 늦어도 5월까지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는 당내에 불법이민자 문제와 감세 확대·연장을 단계적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여전히 있지만, 의회 상황이나 내년 11월 중간선거 일정을 고려할 때 정권 출범 초기에 '원샷'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존슨 하원의장은 5일(현지시각)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예산조정(reconciliation) 절차를 활용해 트럼프 당선인의 다양한 우선순위를 다루는 커다란 법안을 통과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법안이 △불법 이민자들을 추방하기 위해 국경·이민 당국에 더 많은 자금을 제공하고 남부 국경에 장벽을 건설하는 한편 △2017년 트럼프 1기 당시 이뤄진 세금 감면 연장 △에너지 대책 △연방 부채 상한 인상 또는 폐지 △연방 규제 축소 △연방수사국(FBI) 등과 같은 ‘딥스테이트 해체’와 같은 문제를 다룰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이런 식으로 하는 것은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와 협상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예산조정 절차를 적용하면 상원에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활용할 수 없어 공화당의 과반수(51표)만으로도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
일반적인 법안은 60표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현재 상원은 공화당 53석, 민주당 47석이며 하원은 트럼프 정부 합류를 앞둔 의원 2명이 사퇴하면 보궐선거를 치를 때까지 당분간 공화 217석, 민주당 215석이 될 전망이다.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는 이번 법안 패키지 추진을 '메가 마가(MAGA,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고 지칭하면서 "각 법안은 그 자체로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든다. 이 모든 것을 하나의 큰 패키지로 묶는 것은 워싱턴이 이전에 해온 방식과는 다르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공화당 지도부에서는 트럼프 당선인의 주요 의제를 어떻게 처리할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
존 슌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 등은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한 20일 이후 한 달 이내에 불법 입국을 차단하기 위한 국경 법안을 통과시키고, 세금 감면 연장을 별도 법안으로 이후에 처리하고자 했다. 복잡한 세금 문제를 함께 다루려고 하면서 시간을 끌지 말고 속전속결로 불법 이민 문제를 끝내 트럼프 임기 초반에 확실한 성과를 내자는 논리였다.
상원 예산위원장인 린지 그레이엄(공화, 사우스캐롤라이나) 의원도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이질적인 내용을 하나의 법안에 담기보다는 국경 안보 문제를 먼저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하원 세입위원회의 제이슨 스미스 위원장(공화, 미주리) 등은 감세를 뒤로 미루면 법안을 처리하지 못할 수 있다면서 입법 동력이 충분한 임기 초기 해당 법안을 같이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1기인 2017년 도입된 세금 감면은 올해 말까지 법안이 개정되지 않으며 그대로 종료된다.
WSJ은 "감세안은 올해 말 만료를 앞두고 있다. 의회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62% 가구에 세금이 인상된다"며 "공화당은 그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당내 일각에서는 감세안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남아있을 경우 기업 투자가 둔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공화당이 근소한 의석차로 하원 다수당 지위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당내 분열이 생기면 법안 처리를 장담할 수 없는 만큼 정치 동력이 충분한 초반에 세금 감면을 연장해야 한다는 논리다.
이런 상황에서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존슨 의장은 4일 동료 공화당 하원의원들과 의회 전략을 논의하는 회의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을 원한다고 설명했다.
회의에 참석한 사람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은 아직 법안 처리 방식에 대해서 공개적으로 밝힌 적이 없지만 12월부터 단일 법안 전략을 선호하고 있다고 한다.
CNN은 트럼프 팀이 최근 의회의 임시예산안 처리와 하원의장 선출 투표를 보면서 공화당이 두 개의 법안을 다룰 여유가 매우 작다고 인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미국 공화당은 트럼프 당선인의 요구에 따라 부채한도 인상을 넣은 임시예산안을 처리하려고 시도했으나, 부채한도 인상에 반대하는 공화당 의원들의 일부 표 이탈로 실패했다. 존슨 의장은 이 일로 공화당 내 리더십 타격을 받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불법 입국 차단이라는 의제를 끼워 넣으면 세금 감면에 부정적인 의원들도 찬성표를 던질 수 있다는 것이다.
존슨 의장은 "의원들이 대규모 패키지의 모든 요소를 좋아진 않겠지만, 모든 사람을 끌어들일 충분한 요소가 있을 것"이라며 "그들은 일부 큰 문제에 대한 선호도를 모두 얻지 못하는 것을 정당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WSJ은 공화당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분주한 임기 첫해의 분위기와 일정이 좌우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단일 법안 접근은 공화당 내 이질적인 파벌들을 통합하려는 시도이기 때문에 대부분을 만족시키는 정책 균형을 찾으려면 수개월의 섬세한 협상이 필요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CNN도 거대한 법안은 협상에 시간이 훨씬 더 소요되며 공화당에 엄청난 도전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http://www.newdaily.co.kr/site/data/html/2025/01/06/202501060008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