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국회 탄핵소추단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 사유에서 '내란죄' 혐의를 철회해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민주당이 조기 대선 국면을 노리고 탄핵 심판을 서둘러 마무리하려는 꼼수라는 비판과 함께 국회 표결을 다시 거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내란죄 빠지면 탄핵 재의결 해야"
5일 정치권에 따르면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4일 자신의 유튜브 방송 '주진우의 이슈채널'에서 "헌법재판소가 만약 내란죄를 제외하면 이 사건 재판은 각하 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이어 "왜냐하면 탄핵소추안을 의결했던 200명 국회의원의 효력이 사라진 것"이라며 "200명의 단합된 의사가 없어진 것으로 탄핵소추가 합법적으로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주 의원은 "탄핵소추의 핵심 내용인 내란죄가 빠지면 당연히 탄핵 표결을 재의결 해야 한다"며 "탄핵소추안 내용이 변경되는 것은 탄핵 표결에 참여했던 의원들이 다 동의할 수 있는 방법이 없고 누가 정청래 법제사법위원장에게 탄핵소추문을 마음대로 작성하라는 권한을 줬나"라고 따져 물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청래 법사위원장이 단장을 맡고 있는 '대통령 탄핵소추 대리인단'은 지난 3일 윤 대통령 탄핵 심판 두 번째 변론준비기일에서 "내란죄를 탄핵소추 사유에서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등에 대한 내란죄 해당 여부는 형사 재판에서 다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회가 지난달 14일 통과시킨 윤 대통령 탄핵소추 의결서에는 탄핵소추 핵심 사유로 내란죄가 적혀 있다. 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이 작성한 탄핵소추안에는 윤 대통령을 겨냥 "국회와 국민을 협박하고 폭행하는 일련의 폭동을 일으킴으로써 대한민국 전역의 평온을 해하는 내란죄를 범하였다", "국민의 신임을 배반하고 헌법이 부여한 계엄선포권을 남용하여 국헌을 문란할 목적으로 정부, 군대와 경찰을 동원, 무장폭동하는 내란죄(우두머리)를 저지름으로써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버렸다"고 명시했다.
국민의힘은 '조기 대선' 국면을 노리고 헌재의 빠른 탄핵 심판을 위해 내란죄를 철회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공직선거법 위반 1심에서 '피선거권 박탈형'을 받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상급심 선고가 나오기 전 윤 대통령 탄핵심판 절차를 마무리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주 의원은 "내란죄 관련 (형사)재판이 열리면 헌재 규정상 형사 사건이 계속될 경우 헌법 재판을 잠깐 멈출 수 있다"며 "이건 무죄 추정의 원칙을 받는 것이기 때문에 반대 신문권을 보장해야 하고 그러다 보면 재판이 좀 더 길어질 가능성이 있으니까 내란죄를 뺌으로써 재판을 좀 빨리 하겠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2심 재판 첫 공판기일이 1월 23일인데 이렇게 되면 이르면 2월, 늦어도 3월에 2심 결과가 나온다"며 "어떻게 든 탄핵 재판을 빨리 해서 조기 대선 국면을 만들겠다는 민주당의 당리당략적 의도가 숨어있다"고 주장했다.
헌재 재판부가 국회 탄핵소추단에 '내란죄 철회'를 권유한 것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주 의원은 "재판부가 (국회 측과) 이런 교감을 하면 절차적 정당성이나 공평성, 공정성에 매우 심각한 위협을 초래한다"며 "(재판부가) 내란죄를 철회하더라도 충분히 탄핵재판을 할 수 있으니까 굳이 시간 걸리게 할 필요 없을 거 같다는 힌트를 준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실컷 철회했는데 탄핵재판이 기각되면 민주당이 승복할 것 같나"라며 "헌재가 탄핵을 인용해야 된다는 예단을 보인 것으로 매우 잘못됐고 이 부분에 대해 헌재가 각성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 의원은 민주당이 '내란죄 문구만 뺐고 내란행위에 대한 헌법 판단을 구한 것'이라고 주장한 데 대해선 "말장난에 불과하다"며 "궤변"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내란 행위는 내란죄 구성 요건에 해당하는 행위들을 사실상 지칭하는 말에 불과하다"며 "내란죄가 성립하지 않는데 내란행위가 있었다는 건 말 자체로 말이 안 된다"고 꼬집었다.
◆민주 "박근혜 때도 뇌물죄 뺐다"…與 "찐빵 없는 찐빵 격"
민주당은 내란죄 혐의를 제외한 것은 탄핵 심판에 걸맞게 사유를 정리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국회에서 의결한 탄핵 사유들을 내란죄 성립 여부, 즉 형법 위반 여부로 다투지 않고 헌법 위반으로 주장하겠다는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도 국회 탄핵소추단이 뇌물죄, 강요죄 등 형법상 범죄를 빼고 탄핵소추안을 수정한 사례가 있다고 밝혔다. 당시 탄핵소추위원장은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였다.
이에 대해 주 의원은 "당시 박 전 대통령은 탄핵재판을 빨리 받겠다는 입장이었고 (뇌물죄는)탄핵사유가 안 된다고 확신을 했기 때문에 절차적인 것을 다투지 않았다"며 "어떤 재판도 이해관계자인 직접당사자가 재판에서 다투지 않겠다고 하면 쟁점이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또 "지금은 대통령 변호인단 측이 이것(내란죄)을 명백히 다투고 있다"고 부연했다. 윤 대통령 대리인단은 국회 탄핵소추단이 내란죄를 탄핵 사유에서 뺀 것에 대해 "내란죄가 본질적이고도 가장 중요한 요소로 형법상 내란죄가 성립 안 되는 것이라면 탄핵소추가 잘못된 것"이라고 반발했다.
국민의힘은 4일 의원총회를 연 뒤 입장문을 내 "민주당이 지난 한 달 동안 내란죄를 선동하고 탄핵소추 사유에서 내란죄를 뺀다는 것은 양두구육의 사기 탄핵 소추였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격"이라며 "헌재는 졸속 사기 탄핵 소추안을 각하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의원 204명의 찬성으로 가결된 탄핵소추문을 수정하는 것은 몇몇 의원과 변호사들의 밀실 협의를 통해 졸속으로 결정할 상황이 아니다"라며 "내란 혐의는 대통령 탄핵소추문의 알파이자 오메가인데 탄핵 사유에서 제외한다면 앙꼬 없는 찐빵이 아니라 찐빵 없는 찐빵"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탄핵소추 사유에 형법 위반 사유를 제외한다면 직권남용죄, 특수공무방해죄와 계엄법 위반 사유도 제외해야 한다"며 "야당은 국민을 우롱한 졸속 탄핵소추문 작성을 사과해야 한다"도 강조했다. 권 원내대표는 또 "더 큰 문제는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이라며 "한 총리 탄핵의 핵심 사유도 내란인데 내란을 뺀다면 한총리 탄핵 소추는 근거 없는 원천 무효"라고도 했다.
한편 헌재는 오는 14일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 대한 첫 정식 변론 절차를 열기로 했다. 헌재는 14일을 포함해 16일, 21일, 23일, 다음 달 4일 등 다섯 차례 변론 기일을 미리 정해 공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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