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활주로 끝단의 콘크리트 둔덕이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규모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가운데 무안공항은 애초 설계 및 시공 단계에서부터 '졸속 공사'로 진행됐을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무안공항은 약 25년 전 금호건설이 설계와 시공을 모두 책임지는 '턴키 방식(turn-key)'으로 건설됐는데 전문가들은 이 과정에서 건설업체 선정 특혜나 부실 설계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무안공항 건설은 김대중 정부 출범 이후 본격화했다. 당시 김대중 정부의 실세였던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가 호남지역의 항공 서비스 활성화를 명목으로 사업을 주도하면서부터다.
이후 국토교통부와 서울지방항공청은 1998년 12월 공항 비행장 시설 등 무안공항의 전반적인 설계와 시공을 일괄 처리하는 '턴키 방식'으로 입찰을 시작했다. 1년 뒤 금호건설 컨소시엄이 시공사로 선정됐다.◆설계와 시공을 동시에? ... "저가 낙찰·설계 문제 가능성"
문제는 무안공항이 턴키 방식으로 건설되면서 과도하게 효율성 증대를 강조해 이에 따른 부실 설계를 야기했을 수 있다는 점이다.
턴키 방식은 '열쇠(key)만 돌리면(turn) 가동될 수 있도록 만든다'는 뜻으로 수주 업체가 설계부터 건설까지 도맡는 설계·시공 일괄 입찰 방식이다.
당초 턴키는 산업화 시기 공기 단축과 공사비 절감을 위해 도입됐기 때문에 고난이도 설계 기술력을 보유한 건설사가 주로 낙찰됐다.
하지만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시공사의 '로비전'으로 변질됐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턴키 입찰 과정에서 시공 능력보다는 로비를 통해 낙찰여부가 결정되는 상황이 초래된 것이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턴키는 공항 건설과 같은 사회간접자본(SOC)을 대상으로 하지만 입찰 과정에서 정부의 내부 평가로 선정되는 탓에 적은 예산을 가진 건설업체가 낙찰 받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입찰 경쟁에는 현대건설 컨소시엄과 삼성물산 컨소시엄이 참여해 각각 1위와 2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결국 최저가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 금호가 낙찰됐다.
이와 관련 건설업계 관계자는 "호남 기업인 금호가 무안공항을 수주해야 한다며 최저가 방식으로 들어갔을 가능성을 배제하긴 어렵다"고 말했다.◆업계 "턴키 방식으로 인한 부실 설계 가능성 배제 어려워"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여객기가 충돌한 로컬라이저의 최초 설계가 이뤄지던 김대중 정부 당시인 90년대 후반 무안공항 건립 허가와 설계를 맡았던 국토부, 금호건설, 설계사 등이 향후 연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턴키 방식이 산업화 이후 보편화된 턴키 방식으로 인해 (이번 무안공항의) 부실 설계가 생겼다고 단정하긴 어렵다"면서도 "턴키 특성상 금호, 설계사는 물론 책임 최종 승인권자인 국토부나 공항공사가 향후 사고 책임에서 자유롭기는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금호건설 관계자는 "김대중 정부에서 발주한 대로 시공을 했을 뿐이고 당시에는 작은 항공기만 들어오는 공항으로 알고 있었다"며 "현재 개량사업 업체도 우리가 아니지 않느냐"고 해명했다.
한편 콘크리트 둔덕이 사고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계속되자 지난 1일 국토부는 "무안공항이 2007년 개항 당시부터 둔덕 안에 이미 콘크리트 지지대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지난해에는 로컬라이저 안전성 강화를 위해 개량 작업이 진행된 것으로도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기존 콘크리트 둔덕에 30cm '콘크리트 상판'까지 더해지며 콘크리트 구조물이 더욱 단단해졌다.
개량사업은 서울지방항공청이 허가·승인을 내린 뒤 한국공항공사가 보강공사를 시행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로컬라이저 설계사의 잘못된 설계가 있었고 한국공항공사(무안공항 운영사)가 이를 그대로 받아들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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