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헌정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체포영장이 발부된 지 나흘째인 3일, 추운 날씨에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은 1만 명에 가까운 시민들의 열기로 뜨거웠다. 이른 오전부터 모여든 시민들은 정오가 가까워오자 더욱 많은 인원이 운집했다.
특히 오후 1시30분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영장 집행 시도가 무산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우리가 이겼다" "탄핵 무효" 등 시민들의 환호성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이날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민들은 공수처의 영장 집행에 반대하며 새벽부터 관저 앞에 모여 시위를 벌였다. 경찰은 관저 인근 질서 유지 등을 위해 기동대 45개 부대, 경찰 인력 2700여 명을 배치했다. 아울러 현장에는 경찰 기동대 버스 135대도 대기했다.
시민들은 저마다 양손에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흔들었다. 이들은 "탄핵 무효" "불법 체포" 등 구호를 외치는 한편 공수처와 한 때 대치했던 경호처를 향해 "목숨 걸고 지켜야 한다"며 응원도 아끼지 않았다. 60대 한 여성 A씨는 "내가 고급 인력인데 아침 6시부터 시위하고 있다"며 "사실 저 주부다. 집안일도 제쳐두고 왔다. 털신발도 사고 단단히 준비해서 왔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젊은 시민의 집회 참여를 독려하는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집회 단상 앞에서 만난 50대 여성 B씨와 70대 여성 C씨는 "대학생들이 많이 와서 예쁘다"며 환하게 웃었다. 단상 위에 올라 마이크를 잡은 70대 남성 D씨는 "청년들이 더 힘을 내주셔야 한다"며 "2030 여러분이 함께 해주셔야 언론들도 깨닫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시민들은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 무산에도 안심할 수 없다며 이날 밤샘농성을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주최 측인 신자유연대 및 대한민국바로세우기운동본부 등은 전날과 마찬가지로 철야대기조를 운영해 관저 앞을 지킬 예정이다. 남성 E씨는 "오늘처럼 또 아침에 불쑥 공수처가 올 수도 있지 않겠나. 계속 지키겠다"고 말했다. 대국본 관계자는 "내일도 집회는 예정돼 있다"며 "현재 시민들이 철야 집회 등 자유롭게 참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오후 3시부터는 체포영장 집행을 촉구하는 시위대도 몰여들어 혼잡을 빚었다. 관저 인근 한강진역 앞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모여 '윤석열 체포 촉구 결의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이제는 우리가 직접 그를 끌어내 심판해야 한다"며 "굳게 닫힌 관저의 문. 민주주의의 문을 열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1박2일간 관저 인근 노숙 집회를 예고했다.
공수처는 이날 오전 8시 경찰의 지원을 받아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 및 수색영장을 집행했으나 약 5시간30분 만에 경호처에 가로막혀 최종 철수했다. 공수처는 "집행 저지로 인한 현장 인원들 안전이 우려돼 집행을 중지했다"며 "법에 의한 절차에 응하지 않은 피의자의 태도에 심히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 측 법률대리인 윤갑근 변호사는 "금일 새벽부터 내란죄에 대한 수사권이 없는 공수처에서 불법무효인 체포 및 수색영장을 1급 군사기밀보호시설구역이자 경호구역에서 경찰 기동대 병력을 동원해 집행하려 했다"며 "물리력을 행사하며 강제로 체포영장을 집행하려고 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윤 변호사는 "특히 경비업무를 전담으로 하는 경찰기동대 병력이 수사업무인 영장집행에 적극 가담한 것은 1급 군사기밀보호시설 침입 및 특수공무집행방해, 불법체포감금미수죄에 해당한다"며 "공수처에도 국가 수사기관으로서 법을 준수해 업무를 집행할 것을 강하게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공수처 관계자는 "경호처 직원 등 200여 명이 겹겹이 벽을 쌓은 상황이었다"며 "영장 집행 재시도 여부는 검토한 뒤에 결정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 측 변호인들은 수사권 없는 기관이 청구한 영장에 응할 수 없다는 취지의 주장을 반복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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