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김수한 前 국회의장 영결식 엄수 … "격동의 현장서 발자취 남긴 산증인"

고(故) 김수한 전 국회의장의 영결식이 3일 오전 국회 정현관 앞에서 엄수됐다.

장의위원장을 맡은 우원식 국회의장은 영결사에서 "비상계엄과 여객기 참사, 그리고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 우리 국회와 국민은 무겁고 슬픈 마음으로 지난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했다"며 "어느 때보다도 국가의 어른이 필요한 이때 신년 인사를 드리고 지혜를 청하고 싶었는데 이렇게 황망하게 우리 곁을 떠나시니 슬픔이 더욱 크다"고 했다.

우 의장은 "의장께서는 현대사 고비마다 격동의 현장에서 꿋꿋이 자리를 지키며 헌정사에 큰 발자취를 남긴 한국 정치사의 산증인이었다"며 "IMF 외환위기라는 전례 없는 국난 속 여야가 힘을 모으고 국회가 솔선수범하도록 이끌었다. 흑백논리와 극한 대결, 당리당략을 단호하게 꾸짖고 강단 있게 국회를 이끌던 모습을 많은 이들이 기억하고 있다"고 추모했다.

우 의장은 "'고고한 옳은 물결 위해 거리낌 없도록 반성하고 노력하면서 하루하루 보낸다면 성공하는 국회가 될 것'이라고 말씀한 그 뜻을 따라 22대 국회도 국민 바라보며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영결식에는 김 전 의장의 유가족과 친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등 여야 대표와 정당 주요 인사들이 참여했다.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조사에서 "매년 이맘때 새해 첫날이면 의장께서 따뜻한 덕담을 주며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일러준 모습이 생생한데 이제 그 사자후를 더 이상 들을 수 없다는 생각에 가슴이 먹먹해진다"며 "의장님이 걸어온 길은 의회주의 그 자체였다. 어떤 상황에서도 국회를 포기하지 않으셨고 의회 존중 정신은 항상 서릿발과도 같았다"고 회고했다.

권 비대위원장은 "우리 정치의 큰 어른으로서, 생전에 강조하셨던 '정국이 혼란할 때일수록 냉철함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말씀이 귓가에 맴돈다"며 "혼란한 정국을 조속히 수습할 수 있게 집권여당으로서 중심을 잡겠다"고 넋을 기렸다.

이재명 대표는 "1980년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에 강제 연행돼 갖은 고초 겪으신 일은 고인의 민주주의를 향한 험난한 여정을 증언한다"며 "국가의 위법한 공권력 행사로 인한 비극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고인의 영결식에는 최 권한대행과 정의화·김진표·박희태·강창희 국회의장이 헌화와 분향을 했다. 뒤이어 권영세 비대위원장과 이재명 대표, 이학영 국회부의장과 양당 원내대표도 함께했다.

김 전 의장은 1928년 경북 의성에서 태어났고, 1967년 제7대 국회 당시 신민당 소속 전국구 의원으로 당선됐다. 김 전 의장은 7·8·9·10·12·15대 국회의원을 지낸 6선 의원으로 제15대 전반기 국회의장을 역임했다. 지난달 30일 별세한 고인은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