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 소용돌이에 빠진 대한민국이 또다시 '사법의 정치화' 논란에 휩싸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에 이어 8년 만에 불거진 현직 대통령 탄핵 정국 속에 국회를 장악한 거대 야권이 설치한 수사기관마저 자신들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사법부를 흔들고 있는 것이다.
사법부를 향한 야권의 압박이 갈수록 거세지면서 사법 시스템은 물론 국가 운영 시스템의 근간까지 블랙홀로 빠져들 위기에 처한 가운데 법조계는 '정치의 사법화', '사법의 정치화'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일 법조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윤 대통령 탄핵 정국 속에 사법부에 대한 유무형의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관할 법원인 서울중앙지방법이 아닌 서울서부지방법에 청구했다. 공추서의 이례적인 행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이른바 '판사 쇼핑'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공수처가 자신들이 청구한 영장을 발부해 줄 판사를 물색했다는 얘기다.
앞서 민주당은 자신들의 진영 논리에 빠져 극단적 편향성을 가진 인사들을 천거해 사법부 장악을 시도했다. 실제 민주당이 추천한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은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마르크스 레닌주의를 신봉한 단체에서 활동한 이력까지 갖고 있다.
이들은 모두 서부지법 출신인데 윤 대통령의 체포영장을 발부한 이순영 서부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 역시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이 본인들의 입맛에 맞는 인사들을 사법부로 밀어 넣는 가운데 공수처마저 윤 대통령 탄핵 길을 갈고 닦는 셈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사법부의 뿌리를 지탱하는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이 진보 성향 인물들로 채워지면서 '정치의 사법화'가 노골화됐던 때를 연상케 하는 대목이다.
당시 사법부는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에 불리한 재판들이 무한정 지연되면서 국민적 비판에 내몰렸고 사법 정의가 무너지면서 사법 불신이 극대화됐다.
법조계의 한 원로는 "법조계에서는 '문재인식 사법부 부활'이라는 우려가 나온다"며 "특정 정당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사법부를 압박할수록 국민적 반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尹 영장에 '형소법 110조 예외'…"사법의 과잉 넘어 월권"
서부지법은 지난달 31일 공수처에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 및 수색영장을 발부하면서 '해당 영장의 경우 형사소송법 제110조, 제111조의 적용은 예외로 한다'고 명시했다.
형소법 제110조에 따르면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는 그 책임자의 승낙 없이는 압수 또는 수색할 수 없다. 형소법 제111조는 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던 자가 소지 또는 보관하는 물건에 관해 직무상비밀에 관한 것임을 신고한 때는 그 소속공무소 또는 당해 감독관공서의 승낙 없이는 압수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통령 관저는 군사보안시설로 형소법 제110조와 제111조에 근거해 수색영장 집행을 거부해왔다. 하지만 서부지법이 해당 조항을 예외로 적시한 것이다.
이에 윤 대통령 측 윤갑근 변호사는 "내란죄에 대한 수사권도 없는 공수처가 관할까지 옮겨 청구한 체포영장을 발부한 데다 압수수색영장을 발부하면서 위법한 행위를 한 것"이라며 "대법원은 신속히 진상조사를 해 위 내용이 사실이라면 즉각 영장담당판사를 직무에서 배제하고 징계해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검사 출신인 김종민 변호사도 같은 날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문제는 매우 중대 사안으로 대법원이 입장을 밝혀야 할 것 같다"며 "법을 해석, 적용하는 판사가 전지전능한 하느님이 된 것처럼 착각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공수처 '서부지법 영장 청구' 논란…정치 중립 지켰나
공수처는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 및 수색영장이 발부 됨에 따라 공수처와 경찰이 꾸린 공조수사본부 내에서 협의해 영장을 집행한다는 방침이다.
오동운 공수처장은 지난달 31일 정부과천청사 출근길에 도어스테핑(약식 기자회견)을 갖고 "공수처는 '12·3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해 윤 대통령을 3차례에 걸쳐 소환했지만 대통령이 소환에 응하지 않았다"며 "영장에 대해서는 원칙에 따라 권한을 행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 처장은 영장 집행 시기에 대해서도 “공조수사본부 차원에서 협의하고 있고 기한 내 집행할 것"이라고 답했다.
공수처는 서부지법 영장 청구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는 "윤 대통령의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가 서부지법 관할이라는 점을 고려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공범으로 지목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중앙지법에 기소된 가운데 윤 대통령의 영장을 다른 법원에 청구한 것은 이례적이며 불법적 요소가 다분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공수처법 제31조는 공수처 사건의 1심 재판은 중앙지법이 관할한다고 규정한다. 다만 범죄 장소나 피고인의 특별한 사정 등을 고려해 다른 법원에 기소할 수 있다. 공수처는 이 단서 조항에 기대 서부지법에 영장을 청구했다.
더군다나 공수처는 대통령을 직접 기소할 수 없어 서울중앙지검에 사건을 넘겨야 하는데 서울중앙지검의 관할 법원은 중앙지법이다. 통상 피의자 체포 및 구속, 기소 등 모든 절차가 한 법원에서 이뤄지는 만큼 윤 대통령 사건을 맡을 중앙지법에 영장을 청구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앞서 공수처는 문재인 정부 시절인 지난 2020년 민주당 주도로 설치됐다. 민주당은 권력기관 개혁을 취지로 내세웠지만 당시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공수처와 민주당은 협업 관계"리고 밝힌 바 있다.
◆극좌 판사 앞세운 野…'사법 보루' 헌재까지 '좌'로 물들이려
공수처가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 및 수색영장을 청구한 서부지법은 민주당의 정치 편향 판사 추천으로 주목받은 바 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지난달 31일 정계선·조한창 헌법재판관을 임명했다. 민주당 추천 후보자 2명 중 1명과 국민의힘 추천 후보자 1명이 각각 임명된 것이다.
다만 민주당이 추천한 마은혁 후보자 임명은 보류됐다. 최 권한대행은 마 후보자에 대한 여야 합의가 이뤄지는 대로 임명하겠다는 입장이다.
통상 국회는 여당과 야당이 각각 1명씩 추천하고 나머지 1명은 여야가 협의한 인물을 후보자로 올린다. 하지만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가졌다는 명분을 앞세워 3명 중 2명을 추천하겠다고 주장했고 정계선 서부지법원장과 마은혁 서부지법 부장판사 등 극좌 성향을 가진 진보 성향들을 추천했다.
특히 마 판사는 대학 재학 시절인 1987년 마르크스 레닌주의를 신봉하는 사회주의 지하 혁명조직 '인천지역 민주노동자연맹(인민노련)'에서 이론 교육과 선전 활동을 담당했던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인민노련은 남한의 사회주의 실현을 통한 남북통일(공산화통일)을 목표로 삼은 좌익혁명단체로 민족해방 민중민주주의 혁명운동을 전개했다.
마 판사는 지난 1991년에는 인민노련의 한국노동당 창당 시도에 적극 관여해 이듬해 진보정당추진위원회 정책국장으로도 활동한 의혹도 받고 있다.
◆"文 정권 사법부 떠올라"…사법부 장악 '판박이'
법조계는 이 같은 공수처와 민주당의 행태를 두고 과거 진보 정권 때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지적하며 사법의 정치화는 결국 국민적 반발에 부딪혀 주도 세력들의 몰락을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한다.
최건 법무법인 건양 변호사는 "현재 민주당의 움직임을 보면 과거 문재인 정권의 김명수 대법관 시절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퇴임한 김명수 전 대법원장은 2017년 8월 문 전 대통령이 임명했다. 대법관을 거치지 않은 법조인이 지방법원장 재직 중에 대법원장으로 임명된 사례는 5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김 전 대법원장은 재임 6년 동안 우리법연구회·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들을 헌법재판관과 대법관 등 주요 보직에 줄줄이 앉히면서 '사법 정치화'를 주도한 대표적인 법조계 인사로 낙인찍혔다.
당시 김 전 대법원장을 포함해 대법관 14명 중 7명이, 헌재 재판관 9명 중 5명이 우리법·인권법 출신이었다. 김 전 대법원장은 심지어 해당 인사와 관련해 "정치적인 상황도 살펴야 된다. 국회에서 무슨 얘기를 듣겠냐"고 발언한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정권 눈치보기' 비판에 내몰리기도 했다.
이처럼 권력에 편승한 인사들이 사법부를 장악하면서 문 정부 당시 정권에 불리한 재판들은 한없이 지연됐다.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 아들의 허위 인턴 확인서를 만들어 준 최강욱 전 의원은 국회의원 임기를 8개월 남겨둔 상황에서 의원직 상실형을 받았다. 1심 재판이 무려 3년 8개월이나 걸린 것이다.
조 전 대표의 자녀 입시비리 사건도 기소 후 1심 판결까지 3년 2개월이 걸렸고 위안부 할머니들의 후원금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윤미향 전 의원도 기소 4년 만인 지난해 11월 의원직 상실형을 확정받았다. 국회의원 임기를 다 마친 뒤에야 단죄를 받은 셈이다.
◆법조계 "사법의 정치화, 망국의 지름길"
법조계 안팎에서는 민주당이 탄핵을 남발하는 등 법치주의를 심각히 위협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권에서 총 29건의 탄핵소추안을 발의했고 이 중 13건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최 변호사는 "민주당이 추천한 재판관 후보 2분은 우리법연구회 소속인 것도 분명한 사실이고 법조 전반에서 공정하게 재판한다고 인정할 수 있는 분이 아니다"라며 "더군다나 지금 한덕수 국무총리 등 여러 건의 탄핵이 걸려 있는데 지나치게 편향적인 결정을 할 우려도 있다"고 짚었다.
앞서 민주당은 국회 몫 헌법재판관 3인의 임명을 보류했다는 등의 이유로 지난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로 한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지 13일 만이다.
김소연 법무법인 황앤씨 변호사도 "사법부의 판단은 늘 법과 원칙에 따라야 하는데 정치적 편향성을 가진 인사들이 사법 권력을 장악한다면 결국 법치주의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서초구의 한 변호사도 "사법의 정치화가 계속될 경우 사법 불신을 초래하고 결국은 국민적 갈등과 극단적 대립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정치권이 진영 논리에 빠져 국가의 근간을 지탱하는 사법부를 흔드는 것은 망국(亡國 )으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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