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글로벌 항공기 제조업계 판도를 뒤흔들려고 한다. 양대 산맥 중 하나인 미국 보잉이 각종 사고와 재정난으로 위기에 빠진 틈을 타 미국과 유럽(에어버스)이 주도하고 있는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겠다는 의도다.
1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중국 국영 항공기 제조사인 중국상용항공기공사(Comac, 코맥)가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에 글로벌 인증을 추진하고 있다.
코맥의 마케팅 및 영업 담당 부총책임자 양양은 FT에 "코맥은 2026년까지 동남아시아에서 단일통로(객실 통로가 1개인 것) 항공기를 운항하고, 연내 EU 인증 획득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코맥은 중국 정부의 지원 아래 만들어진 중국 최초의 여객기 제조업체로, 코맥의 'C919'는 2023년 첫 상업비행을 시작했다. 158~168개 좌석을 갖춰 보잉 737이나 에어버스 320과 유사한 크기다.
2022년 9월 중국 정부의 인증을 받아 현재 중국 3대 국영 항공사인 중국국제항공(에어차이나), 중국동방항공, 중국남방항공에서 이 항공기로 국내선 운항을 하고 있다. 중국 동방항공의 경우 이달 본토를 벗어난 C919의 첫 상업노선으로 '홍콩~상하이' 노선 개통을 준비 중이다.
FT는 "C919는 기술부문에서 중국의 가치사슬을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추진하는 핵심 프로젝트 중 하나로, 궁극적으로 보잉과 에어버스라는 서방의 두 독점기업에 도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보잉이 최근 수년간 재정적 어려움과 납품 지연 문제를 겪고 있는 점, 업계 전반의 공급망 문제로 보잉과 에어버스 모두 엔진이나 부품 부족에 직면해 있다는 점을 기회로 보고 있다.
특히 보잉은 2018년 10월 인도네시아 라이언에어와 2019년 3월 에티오피아항공의 보잉 737맥스 여객기 추락에 이어 지난달 29일 전남 무안군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참사까지 큰 인명피해를 불러온 대형 사고로 신뢰를 잃었다.
FT는 "글로벌 항공산업에 신규 진입하는 기업들에 희망적인 시장 상황"이라고 짚었다.
에어버스에 따르면 향후 20년간 전세계적으로 4만2430대의 신규 항공기가 필요하며 이 중 단일통로 기종이 80%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항공 컨설팅회사 IBA는 코맥이 2040년까지 현재 월 1대인 C919 생산량을 월 11대로 늘리고, 총 2000대 가까이 인도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코맥은 또 지난해 5월부터 보잉 737과 에어버스 320과 유사한 크기의 대형 여객기 C939 제작에도 들어갔다.
코맥은 글로벌 영향력 강화를 위해 지난해 10월 글로벌 허브 도시인 홍콩과 싱가포르에 사무소를 신규 개설했다. 이들 사무소는 해외에서 신규 항공기 주문을 유치하는 역할을 담당할 예정이다.
IBA의 조나단 맥도널드 매니저는 "코맥이 결국에는 항공기 수출시장에 진출할 것"이라면서도 "단기적으로는 여전히 에어버스와 보잉이 대부분 항공사에 주요 공급업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코맥이 목표로 하는 글로벌 인증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미·중 갈등으로 미국 연방항공청(FAA)의 인증을 받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EU 항공안전청의 기준 역시 까다롭기 때문이다.
맥도널드 매니저는 "C919가 당장 유럽에서 인증받을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며 "유럽의 인증 절차 역시 매우 엄격하다"고 설명했다.
해결해야 할 과제로는 유지보수 지원 문제가 꼽힌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FT에 "항공 수출시장에서 정교한 제품지원시설을 구축하는 것은 매우 어렵고 비용이 많이 드는 작업으로, 에어버스나 보잉과 경쟁하기 위한 필수조건"이라고 지적했다. 때문에 아시아의 여러 항공사도 C919에 관심을 표명하고 있지만, 비공식적으로는 여전히 구매를 주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핵심 부품들이 여전히 서방에서 제조되고 있다는 점도 C919의 약점이다. C919는 부품의 60%를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 제트기 엔진은 프랑스-미국 합작사인 CFM인터내셔널이 공급하며 보조동력장치는 미국 허니웰이 제조하고 있다.
영국의 항공우주·방위산업 분석가인 사쉬 투사는 "코맥의 또 다른 기종인 C929가 항공우주분야에서 중국의 기술적 진보를 증명하는 기회를 제공했으나, 상업용 제트기는 여전히 서방 엔진에 의존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향후 10년 안에 코맥이 세계 시장에서 큰 점유율을 차지하지는 못하겠지만, 중국 국내 항공사들에는 중요한 수입 대체품을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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